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 덕분에 선풍기를 가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풍기의 시원한 바람을 쐬며, 그림책에 흐르는 ‘여름’에 흠뻑 젖어보고자 합니다.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수박! 팥빙수! 물놀이! 모기향! 여름다운 여름을 만나게 해줄 몇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김장성 글, 유리 그림 | 이야기꽃 | 2017년 | 48쪽
수박이 먹고 싶으면? 이 물음에 어떤 말을 덧붙이고 싶으신가요? 큰 고민 없이 가게에서 수박을 구입 하거나 그것도 번거로우면 인터넷 주문을 하면 되겠지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수박이 먹고 싶으면 수박이 익기를 기다려야 한답니다. 줄무늬 또렷해질 때까지, 덩굴손 마를 때까지, 꽃자리 우묵해질 때까지, 중지 마디로 통통 두드려 맑은 소리 날 때까지…. 그런 수많은 기다림 속에서 수박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었네요.
‘떡잎이 온 힘 다해 솟아나 있거든 대견해라 기특해라 활짝 웃으며 아이처럼 기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김장성 작가는 수고와 정성이 보람을 빚는 세상을 바라며 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 시처럼 정제된 글 속에 농부의 고된 노동과 토닥이는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자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큰 자산이라는 유리 작가는 수박이 커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로 풀어냈습니다. 40여년 농사를 지어온 농부의 조언이 더해져서 그런지 여름날만큼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유난히 길고 뜨겁게 느껴질 7월이지만,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수박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더위를 이겨내 보면 어떨까요.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 56쪽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그런 날입니다. 숲속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참외, 딸기, 수박, 단팥죽을 챙겨 장에 내다 팔러 갑니다.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고 이런 날 나온다는 눈호랑이 생각에 겁이 났더랍니다.
고개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서는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는 눈호랑이와 마주합니다. 달달한 과일을 하나씩 뺏기고 나니 이제 남은 건 하나입니다. 단팥죽이 든 봇짐을 두고 눈호랑이와 할머니의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끝내 눈호랑이의 머리 위로 뜨끈뜨끈한 단팥죽이 쏟아져 내립니다. 자신이 사라져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맛나게 먹더니만 끝내 눈범벅이 되어 버렸네요.
저자는 어린 시절 한여름 밤 할머니가 직접 얼음을 갈아 만들어준 팥빙수 한 사발을 잊지 못했고, 할머니표 팥빙수는 경쾌한 이야기로 재탄생됩니다. 곁에서 들려주는 것 같은 구수한 입말은 해학적으로 다가옵니다. 눈호랑이의 표정과 몸짓은 빨간 두건을 쓴 할머니의 모습과 어우러져 만화적 상상력으로 상상초월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시원달콤한 팥빙수의 전설 궁금하시죠? 기가 막히게 웃기고 재밌는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얼른 책 속으로 들어오세요.
『물속에서』
박희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 48쪽
여름하면, 물놀이지요. 첨벙첨벙 계곡물 또는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놀던 추억이 스칩니다. 여름 물빛,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비추어지면 책의 표지처럼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입니다. 에메랄드빛 ‘물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할머니는 손녀딸의 요구에 마지못해 실내 수영장을 따라나섭니다. 몸살 기운이 맴도는 할머니는 몸이 천근만근이고, 걷기조차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그나저나 물빛 참 좋네.’라고 생각하며 발을 담가 봅니다. 물에 들어오니 몸이 가벼워지고 차가운 물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한 마리의 플라밍고가 되어 물놀이를 즐깁니다. 손녀딸이 집에 가자고 조르는데도, 할머니는 ‘싫다!’며 물놀이를 아쉬워합니다. 뒤늦게 그림책에 빠져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를 한 작가 박희진은 ‘꿈꾸는 삶을 가르쳐 준 엄마에게’라는 글귀로 작가 소개를 마무리 짓습니다. 나의 여름이 에메랄드빛을 비추며 ‘물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에 흐르는 여름 그 물속으로 우리도 한 발, 살포시 담가 볼까요? 꿈꾸는 여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기향』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 길벗어린이 | 2011년 | 32쪽
여름이면 ‘앵앵~’ 소리를 내며 찾아오는 모기에게 입맞춤을 허락하게 됩니다. 매콤한 냄새의 연기가 피어나는 진초록색 동글동글한 모기향, 떠오르시나요?
일본인 작가 다시마 세이조가 앞표지에 있는 한글 제목을 직접 썼다고 합니다. 마치 진짜 모기향에서 피어나는 연기로 만들어진 듯합니다. 다시마 세이조의 손녀가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탄생한 그림책이라, 손녀에게 인세의 일부를 챙겨주고 있다고 합니다. 손녀의 시각에서 본 듯 그림책에서도 할아버지가 등장합니다. 모기향 연기에 모기가 툭, 할아버지의 안경이 툭, 수염도 툭툭, 옷 무늬도 툭툭툭 떨어집니다. 연기는 귀신과 마녀도 잡아줍니다. 멀리 있는 달님까지 닿아서, 달님의 눈에서도 눈물 한 방울을 툭 떨구어냅니다. 책 속에 흐르는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깊은 여름을 만나게 됩니다. 모기와의 입맞춤을 막기 위해 피운 모기향은 그림책과의 입맞춤을 허락합니다. 그림책 속에 흐르는 모기향, 한번 맡아 보아요.
어른 그림책 연구회
어른그림책연구회 – 황희진, 변영이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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