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책 속에 피어나는 꽃향기

 

봄향기가 코 끝을 솔솔 간지럽히며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들숨에 꽃향기가 폴폴 묻어와 온몸 구석구석 퍼져갑니다. 연두빛 새싹이 돋는가 싶더니, 어느새 연분홍 벚꽃이 만개하고, 다홍빛 철쭉과 보랏빛 라일락도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하는 완연한 봄입니다. 책 속에 피어나는 향긋한 꽃향기를 선물해 줄 몇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1. 『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줄리아니 글, 그림 이세진 옮김│비룡소│2014년│12쪽

흰색 바탕에 타원형 모양의 세 개의 꽃잎으로 표현된 빨강 꽃 한 송이가 피어있습니다. 꽃 뒤로 노란 동그라미 하나가 태양 또는 빛을 상징하듯 그려져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나, 꽃으로 태어났어요.’라는 문장과 함께 검정 바탕에 꽃봉오리 하나가 피어있으며, 입체로 만들어져있어 꽃잎 한 장 한 장을 펼쳐볼 수 있습니다. 책 전체 페이지를 아코디언 모양으로 펼칠 수 있는 입체 책입니다. 페이지마다 하단에 한 문장이 간략하게 적혀있으며, 입체로 만들어진 꽃을 펼쳐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살포시 접혀있을 때는 전체적인 그림이 흰색과 검정으로만 표현되고, 입체를 펼치거나 모양을 돌리면 알록달록한 색상이 보이며 흑백과 색상이 대조를 이룹니다. 난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주고 사랑을 전해주기도 해요. 아이들의 머리를 예쁘게 꾸며 주고 어른들의 마음을 흥겹게 해주지요. 세상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에도 함께하고요. 난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냅니다. 라는 문장이 어떤 그림과 입체 꽃으로 표현되어 있을지 궁금하죠?
2014년 볼로냐 라기치 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책입니다. 접혀진 부분을 펼칠 때마다 꽃향기가 우리의 가슴에 스며듭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가슴에서 꽃 한송이가 피어나는 기분이 듭니다. 향기 가득한 꽃 한 송이를 살포시 심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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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흰 눈』

공광규 시, 주리 그림│바우솔│2016년│40쪽

책 표지 한가득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표지를 넘겨 속지를 만나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흰 눈’이라는 제목과 흩날리는 벚꽃 그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눈은 매화나무 가지에 앉고/ 그래도 남은 눈은 벚나무 가지에 앉는다 라는 내용으로 전반부가 시작됩니다. 매화꽃이 기품있는 자태로 그려 있습니다. 벚꽃이 만개하여 바람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흰 눈은 조팝나무, 이팝나무, 쥐똥나무 등을 옮겨갑니다. 꽃 그림과 함께 등장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꽃나무와 함께 그려진 할머니의 모습은 부분 뒷모습, 옆모습, 밥을 퍼주는 장면 등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더 앉을 곳이 없는 눈은 할머니가 꽃나무 가지인 줄만 알고 성긴 머리 위에 가만가만 앉는다. 라는 문장과 함께 책의 마지막 장면에는 할머니의 얼굴이 보입니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할머니 주변으로 피어나는 노란 꽃은 맑은 영혼을 가진 듯 영롱한 빛을 품고 있습니다.
공광규 시인이 꽃들과 할머니의 백발을 ‘흰눈’으로 표현한 시의 발상은 창의적이며, 시상의 흐름은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갑니다. 꽃과 할머니를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리 작가의 그림은 마치 그림책의 장면 속에 직접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몰입하게합니다.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흰 눈을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바로 책 장을 넘겨보세요. 향기로운 흰 눈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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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꽃들의 속삭임』

데나 세이퍼링 글그림, 이계순 옮김│라임│2024년│56쪽

아파트 단지의 화단, 산책로, 공원 등에 갖가지 꽃들이 ‘안녕!’하며 인사하는 봄입니다. 작은 정원에서 꽃을 키우며 캐나다의 예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나 세이퍼링이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꽃들의 속삭임’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려진 그림 전반의 분위기는 브라운 톤이 흐릅니다. 꽃들인데 화사하지 않은 색채감이 이색적입니다. 펜 또는 색연필의 터치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꽃들의 표정이 살아 움직입니다. 호박벌 한 마리가 꽃들의 사랑으로 키워지며, 꽃들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벌은 꽃들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며 꽃들을 행복하게 하였습니다. 튤립에게는 사랑의 꽃말을 전하고, 수레국화에게는 우정의 꽃말을 전하였습니다. 꽃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더 많은 벌을 데리고 와서 꽃들에게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늪에 있는 파리지옥을 통과합니다. 파리지옥은 입을 쩍 벌리며 벌을 놀라게 했지만, 벌은 생각합니다. 아마도 파리지옥은 다정한 말을 들어보지 않아서라고 말이죠.
꽃이 품고 있는 꽃말을 아시나요? 파리지옥은 영원불변을, 수선화는 희망을, 카네이션은 진정한 사랑을, 과꽃은 지혜를 상징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꽃의 그림과 꽃말이 적혀있습니다. 어쩌면 꽃밭에 있던 꽃과 호박벌은 각자의 존재를 상징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호박벌처럼 꽃들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꽃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꽃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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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숲속 재봉사의 옷장』

최향랑 글그림│창비│2024년│52쪽

꽃잎과 씨앗으로 꼴라쥬를 하는 최향랑 작가의 ‘숲 속 재봉사’ 시리즈 신작입니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식물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숲속 동물들의 사계절 옷장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며, 반 페이지의 접지를 펼치면 옷장 문을 열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꽃잎과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옷장 속의 옷을 보며, 어떤 꽃잎과 나뭇잎인지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봄의 옷장에는 진달래 잎으로 만든 드레스와 개나리 잎으로 만든 치마가 있어요. 여름, 가을, 겨울의 옷장에는 어떤 옷들이 있을까요?
떨어지는 꽃잎, 단풍잎 또는 은행잎을 두꺼운 책 속에서 말려본 경험이 있나요? 네잎 클로버를 찾아서 말려본 경험은 있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으며, 감수성과 관찰력 그리고 색감을 느끼기에 적합한 그림책입니다. 자연의 재료들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섬세하며, 사계절의 숲을 여행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숲속 재봉사가 나를 위해 옷을 만든다면, 어떤 옷을 입고 싶은가요?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인지, 그 계절의 식물을 생각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생각해보며, 나만의 옷장을 상상하게 됩니다. ‘숲 속 재봉사의 옷장’이라는 책을 읽고 나면, 내 마음의 옷장에 문을 살포시 열게 됩니다. 똑.똑.똑.. 옷장 문 열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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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그림책 연구모임

어른그림책연구모임 – 황희진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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