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삶과 죽음, 조금씩 깨달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삶 이야기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조금씩 알게 됩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곁을 하나둘 떠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죽음을 떠올린다는 것은 삶을 더욱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너무 늦은 나이에 깨닫기도 합니다.
주인공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면서야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는 소설, 언제나 당당 아니 까칠했던 노인이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힘이 빠지는 모습을 손녀딸의 눈으로 살피는 동화, 죽음을 맞이한 스승을 만나 삶을 이야기하는 제자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반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고일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 180쪽

소설은 주인공 이반이 죽어가는 과정을 가혹하게 풀어냅니다. 왜 그랬을까요? 대문호는 소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평생 일관되게 추구해왔습니다.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자신만은 예외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것을 이반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는 고통 속에서 자신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제발 날 좀 조용히 죽게 내버려 둬.”라고 소리치다가, “예전에 도저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것, 즉 자기가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 또한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파괴했다는 의식을 간직한 채 개선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면 그땐 어떻게 되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마침내 이렇게 말합니다. “아, 저기 있군. 뭐, 어때. 통증은 그대로 있으라고 하지, 뭐. 근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삶의 정당화였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는 평온해집니다. 작가는 죽음을 실감하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도록 합니다. 이밖에도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 있습니다.


#톨스토이 #인생 #삶과죽음 #평온함 #끔직한진실 #영혼의구원 #인생의공허함


『할아버지, 안녕』

노르마 폭스 메이저 지음, 정미영 옮김 ∣ 문원 ∣ 2010년 ∣ 208쪽

할아버지는 로렌 타워스라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삽니다. 빳빳한 잿빛 눈썹에 키도 크고 덩치도 큰 할아버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외골수가 되어갔습니다. 레이첼은 할아버지 비위를 맞추느라 애쓰는 엄마를 떠올리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쓰러지면서 함께 산책하게 됩니다. 레이첼은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일기와 편지를 통해 드러냅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아프셔. 돌아가실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아프셔. 시한부야.” 라고 떠벌리고 다닙니다. 처음엔 그랬습니다. 자신이 읽은 소설 <작은 아씨들> 베스가 죽는 게 슬퍼 울어 댔지만, 할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어도 울지 않는다고. 자신이 문제가 있는 애라는 생각까지 합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 때문에 한숨을 몰아쉬지만, 자신은 할아버지 생각을 하다가도 남자친구 루이스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널 기다리느라 하루종일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었잖아!” 할아버지와 산책을 하게 되면서 옥신각신 다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입니다. 진정한 대화까지 이어지고, 할아버지 ‘자존심’까지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심지어 이런 대화까지 주고받습니다. “할아버지는 뭐가 무서우세요?” “딱히 무서운 건 없단다.” “죽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소녀의 성장 소설입니다. 할아버지가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을 떠올리며 읽으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할아버지 #손녀 #성장소설 #죽음 #노인 #세월 #시한부 #산책 #자존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치 엘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7년 ∣ 280쪽

저자는 모리 교수님을 찾아가기 시작할 때 영혼의 결핍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다시 만나면 희망이나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를 매주 화요일 찾아가 대화를 나눕니다.
나이 드는 두려움에 대한 대화입니다. “교수님은 늙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셨어요?” “미치, 난 나이 든다는 사실을 껴안는다네.”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스물두 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스물두 살만큼만 알게 될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지.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덕분에 더욱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네.”
이 책의 주제는 모리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입니다. 삶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입니다. 모리교수는 말합니다.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지.” “자네와 젊은 사람들 모두는 나이 먹는 것에 맞서 싸우면 언제나 불행해진다는 걸 알아야 해. 어쨌거나 결국 나이는 먹고 마는 것이거든.” 숨쉬기와 숨 헤아리기, 세상, 자기 연민, 후회, 죽음, 가족, 감정, 모리의 삶, 돈, 사랑의 지속, 용서 등에 대한 대화와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인생수업 #화요일 #인생의의미 #죽음 #영혼 #영원한만남 #나이듦 #두려움 #소중함


주상태

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60+책의해 홈페이지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운로드, 인쇄, 복사, 공유, 수정, 변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처(60book.net)를 밝혀야 합니다. (CC BY-NC-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