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학교를 다니는 나는 봄이 되면 아이들과 시를 노래한다. ‘봄은 고양이로다’를 읊조리고 ‘서시’를 보여주고 ‘강변역’을 읽어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를 들여다본다. 시를 탐구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하여 한 학기에 세 권의 시집을 읽히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수업을 한 달째 하면서 행복한 봄을 보내는 중이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나에게도 위로가 된 시집을 모아 소개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시밤』
윤동주 ∣ 정음사 ∣ 2019년(1955년 증보판 오리지널 디자인) ∣ 224쪽
하상욱 ∣위즈덤하우스 ∣ 2015년 ∣ 234쪽
세로쓰기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게 편집된 1956 증보판인 이 시집은 한자가 엄청 섞여있고 윤동주 육필 원고도 실려 있어,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해 새삼스러운 감동이 일었다. 이 시집을 학교 수업시간에 다루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읽는다기보다는 구경한다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윤동주 시는 교과서에도 많이 보이고,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이 시집과 비교해서 보기에 좋다.
프로젝트형 시 수업은 아이들이 시를 선택하게 하는 활동에서 출발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시인도 선택해서 탐구한다. 아이들이 많이 선택하는 시인 중 한 명이 하상욱이다. 교사(?) 관점으로 이게 시일까? 이런 선택을 인정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그러다 왜 아이들이 좋아할까로 접근했다. 어른들은 좋아하기 힘든 시라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다가갔다면 살펴봐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이 시집의 매력을 찾았다. ‘카피 같은 말들이 아이들에겐 익숙하고, 짧고 감각적인 말들이 그냥 좋은 것이구나’ 이리 이해했다. 그립기까지 할 수 있는 옛날 스타일 시집, 교사 관점으로 이것을 시집이라 해야 할까? 고민스러운 시집을 같이 묶어보았다.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시고 이리 변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국어시간에 시 읽기』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
전국국어교사 모임 ∣ 휴머니스트 ∣ 2012년 ∣ 195쪽
나태주 ∣ 북로그컴파니 ∣ 2019년 ∣ 232쪽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모토로 교육과정이 개정이 되어도 평가에 자유로울 수 없는 학교는 여전히 시를 대하는 태도가 경직된다. 교과서에 실린 시들 중 어느 시들은 지금 아이들 정서와는 거리가 있고 그러다 보니 시 자체에 대한 감흥이 적을 수 있다. 아이들이(중학생) 좋아하는 시를 살펴보면,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시가 많다. 이런 시어나 시 구절들은 영상 세대인 자신들 삶과 닮아 자연스럽고 편하게 생각될 수 있겠다고 이해가 된다.
『국어시간에 시 읽기』는 엮은이가 학생들 수준과 관심에 맞는 시들을 골라 묶었다. 직접 아이들에게 애송시 10편을 쓰게 하고, 통계를 내서 이 시들을 묶었다고 했으니 아이들이 선택한 시들이다. 내 수업에서도 이 시집에서 자신들이 탐구할 시들을 선택한 이유로 재미있고 공감이 많이 가서라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가 참 좋다라고 느꼈다. 읽기 편하고 감정에 공감이 가고 이상하게 내 마음과 비슷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맞나보다.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 이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최신판 시집이다. 나태주 시인은 교과서에도 그의 시가 많이 등장하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익숙하다. 무엇보다 시가 어렵지 않아 아이들 접근이 쉽고, 시어가 아름다워 좋아한다. 이 시인은 참으로 고맙게도 꾸준하게 시를 발표하고 시대에 맞는 형태의 시집도 낸다. 이 시집은 시인의 친필도 그대로 싣고, 시의 분위기에 맞는 색과 그림을 시에 덧입혀, 아이들이 좋아할 시집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시집은 꼭 아이들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이쁘고 감각적인 편집이 좋아지는 나를 생각하며 소개한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일력 에디션』
화가 클로드 모네 외 11명, 시인 윤동주 외 64명 ∣ 저녁달고양이 ∣ 2022년 ∣ 200쪽
시집을 고르다 아름다운 명화와 시가 있는 만년 일력이라는 문구에 매력을 느껴 구입했다. 시간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니,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그림을 찬찬하게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점점 그림이 좋아지는 행운을 느끼던 차였다. 소개된 문구에 내가 아는 화가들이 있어 더 궁금하기도 하고 시와 그림을 어떻게 연결했을지도 보고 싶었다.
그림과 시는 서로 너무도 닮은 꼴임을 알 수 있는 것이, 시를 그림과 함께 표현한 시화는 시의 감동이 더 커진다. 더구나 시화로 표현한 시를 읽은 이의 마음까지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으니 시 감상이 풍부해진다.
이 일력 시화집을 사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넘겨 가며 보고 읽는 중이다. 365개의 그림과 365편의 시가 있으니, 하루에 하나의 그림과 시를 보면 1년이 걸린다. 그런데 지금이 5월인데 아직 2월을 다 넘기지 못했다. 바쁠 것도 없는 일상임에도 시를 읽고 그림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빼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일력을 다 넘기려면 3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더라도 미리 넘겨보지는 말아야지 싶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즐길 줄 알았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더 나이가 들어가면 다시 자신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기가 더 수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젊은 시절은 사회 생활도 원만하게 해야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니 나보다 남에게 늘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도 커서 독립하는 나이는 사회적 관계 맺기도 줄어 자신에게 집중해도 되는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난감할 때가 있다. 하루에 한 편의 시와 그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을 통해 내가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려 가기를 바란다.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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