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

 

아래 책을 읽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질적으로 같다.’라는 뜻의 ‘오십보백보’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이 고사성어는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적용된다. 깨달음의 정도는 다를지언정 깨달음을 향한다면 깨달음에 이르렀던, 그러지 않았던 오십보백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는 어른의 말이라고 칭했지만 물리적 어른이 되는 거 하고 무관하게 진정한 어른이 되긴 어차피 어려운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다들 공부해야 한다고 하는데 공부도 중독되면 나쁜 중독과 다를 바가 없듯이 세상사 오십보백보인 경우가 참 많다.
 



『싯타르타』

헤르만 헤세 ∣ 민음사 ∣ 1997년 ∣ 239쪽

나에게 헤세 작품은 외국 작품의 낯설음 보다는 깊이를 느끼게 하는 오묘함으로 다가왔었다. 어린 시절, 『데미안』을 읽고, 신비롭고 잡히지 않았던 세상의 진실에 다가갔던 기억이 선연하다. 헤세의 작품 『싯타르타』를 읽는 순간 그 시절 느꼈던 그 느낌이 다시 왔다.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난 싯타르타는 사문이 되기 위해 떠난 길에 부처님도 만나지만 여인 카말라도 만난다. 그리고 뱃사공도 만난다. 부처님의 말씀에서 모든 것을 얻지 못했던 싯타르타는 여인 카말로로 인해 세속을 알고,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카말라가 죽고 남겨진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로 인해 아파하면서 싯타르타는 비로소 뱃사공 바주데바가 침묵 속에 알려 주었던 것들을 알게 된다. 뱃사공 바주데바가 싯타르타에게 주었던 깨달음, 그 깨달음을 싯타르타는 다시 그를 찾은 오랜 동료에게 빛이 되어 전한다.
살면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일들에 이유라는 것들이 있다면, 찾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싯타르타처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십보백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그것을 찾았다 한들 덜 찾았다 한들 큰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찾고자 하는 간절함의 차이일 뿐, 그 간절함조차 과연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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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 ∣ 웅진 지식하우스 ∣ 2021년 ∣ 271쪽

『대통령의 글쓰기』로 알려진 작가가 말하기 강연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대기업 사장과 대통령들의 연설문을 작성했으니 당연한데도 말이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프롤로그가 마음으로 들어오면 그 책은 나에게 마음에 남을 확률이 절반인데, 이 책도 그랬다.
프롤로그에 작가는 쉰 살이 되기까지 절반은 입을 다물었다고 했고, 10년 남짓 말 배우는 견습생으로, 7년 동안 말로 먹고 살고 있다 했다. 너무 자연스러운 인과 관계이지 않은가? 말은 그 사람의 한계라 말하면서 “나답게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다운 말에 대한 예시를 본인의 이야기로 풀었다. 본인의 이야기가 빠지면 자칫 이례적으로 하는 말로 들리고, 너무 본인 말만 하면 에세이가 되어버리는 데, 그 적정선을 지키며 말의 중요성을 참으로 설득력 있게 풀었다.
마지막 장에서 ‘말은 듣는 사람의 것이며, 버릇처럼 하는 말이 삶을 바꾼다’고 했다. 작가의 진솔한 경험이 들어가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버릇처럼 하는 말도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고 나서 누군가에게 그 책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라고 하는 대목도 좋았다. 읽은 책이 좋아 마음에 남으면, 자꾸 이야기가 하게 된다. 듣는 이가 내 말(책 이야기)에 공감하길 바라면서도 내 감동을 전하는 것이,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래도 내 진심만은 내가 읽어서 얻은 감동만큼은 상대방이 느끼기를 바라며 말을 이어간다.
이 책에서 어른의 말은, 나이와 상관없이 말을 통해 드러내는 생각을 말한다고 이해했다. 물론 나이에 걸 맞는 말은 어른의 말이다. 각자의 나이에서 좋은 말이 어른의 말로 이해가 되었다. 어린아이의 이쁜 말도 어른의 말처럼 품격이 있을 때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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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

엄기호, 하지현 ∣ 위고 ∣ 2015년 ∣ 195쪽

번듯한 새 건물엔 스터디카페가 유행처럼 들어선다. 성장 사업임에 틀림없는 것이 브랜드가 통하고, 체인으로 뻗어나가며, 매뉴얼대로 운영된다 한다. 우리나라의 공부중독을 간파한 사업가의 아이디어가 통한 것이리라. 내 아이가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면 멀어질 줄 알았던 공부는 평생 날 따라다닌다. 그나마 나는 이제는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만 한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 하기 싫고 힘겨웠던 공부를 한 덕에 지금 이런 행복을 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랬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공부에 시달린다. 학생 때는 공부 자체로 평가 받고, 학생을 벗어나도 공부한 내용으로 일 처리를 해야 하며, 하기 싫어도 먹고 살려고 스터디 카페에 가서 앉아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공부중독은 평생 해야 할 공부, 내 스스로 필요해서 하는 공부는 제외하자. 중독을 붙인 이유가 왜 하고 있는지 생각 하지 않고 그냥 하는,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죽어라 나를 억누르며 하는 공부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담 형식으로 열나게 공부만 해서 생각을 멈추게 하는 공부에 대한 위험성을 다루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를 쓴 작가와 비정상적이라는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정상인의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있다는 정신의학 전문의가 공부중독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서로 묻고 답한다. 물론 몰라도 되는 것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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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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