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향기로운 세상을 꿈꾸며

 

어느새 2021년의 마지막 달, 12월이 되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한해가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합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힘든 한 해였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긴장과 고단함이 가득한 마음을 사르르 녹여줄 만큼 따뜻하고 새해에 대한 희망의 향기가 피어나는 그림책 몇 권을 소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김영미 글, 최용호 그림, 광주극장, 이상희 기획|보림|2020|40쪽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단관 극장인 광주극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광주극장을 1인칭 시점으로 하고 ‘씨네’라는 고양이의 입담을 추임새처럼 넣어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갑니다. 1935년에 태어난  광주극장은 일제강점기엔 변사가 춘향전을 읊고 해방 기념 축하 공연, 연극과 악극 등으로 민중과 애환을 함께 해오던 중 1968년 화마로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문화 환경이 척박했던 시절에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그곳을 꼬옥 지켜내고자 사람들은 힘을 모았습니다. 마침내 이곳은 2020년, 역사를 품은 영화박물관이자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새롭게 탄생하였습니다. 책이 완성되기까지 4년여간 45회 회의를 거쳐 광주극장의 발자취를 담아낸 여러분의 수고에 감동하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자 ‘씨네’가 말을 건넵니다. ‘먼 나라 사람들이 광주극장을 찾아오고 여기서 영화를 보는 게 꿈이라는데.. “야옹, 이 모든 것이 꿈일까옹, 영화일까옹?”’ 옛날 그 시절이 눈 앞에 펼쳐진 듯 투박한 터치와 육중한 색감의 그림 또한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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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할머니』

김인자 글, 이진희 그림 |글로연|2009|29쪽

김인자 작가의 딸과 글을 읽지 못하는 친정어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며, 글자를 모르지만, 그림책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손녀딸이 매일 밤 전화로 그림책을 읽어드립니다. 그림책을 읽어 드린 시간이 일 년쯤 되던 할머니의 팔순 잔치 날, 글자를 모르던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고맙다며 그림책 한 권을 읽어줍니다. 손녀딸이 매일 밤 읽어주던 그 그림책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읽어냈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딸에게 매일 밤 전화로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는 눈을 감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손녀의 귀 옆에 반딧불이처럼 이야기 불빛이 반짝입니다. 배경으로 은은하게 비춰오는 불빛은 몽글몽글한 따스함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글에서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그림 속에만 등장하는 펭귄이 있습니다. 그림 속의 펭귄을 따라가며 글과 그림을 함께 맛봐야 하는 그림책다운 그림책입니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할머니와 하늘을 날지 못하는 펭귄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진희 작가의 그림을 꼭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펭귄이 그림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숨은 보석이자,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의 별과 같습니다. 하늘을 바라봐야 볼 수 있듯이, 그림을 봐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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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존 패트릭 루이스 글.안인희 옮김 |비룡소|2003|48쪽

  2008년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이색적인 그림책입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을 허클베리핀의 악동,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 대표적인 인물들의 특성으로 묘사하였습니다.  그 실마리를 붙잡고 인물들의 정체를 찾아가노라면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이 떠오르며 글을 읽는 내내 고전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림책이 청소년이나 어른들이 누릴 수 있는 문학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등장 인물들이 각자의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합니다. 「피노키오」와 「호두까기 인형」 등으로 알려진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사실적인 그림과 황홀한 색채가 독자를 더욱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마지막 휴양지의 손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의 길을 찾는 과정을 통해 나에게  스스로를 찾는 길을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낚시꾼 소년은 기적을 낚고, 병약한 소녀는 생명을 위해 읽고, 풍차 기사는 용기를 희망하고, “내가 찾은 것은 바로 마음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답니다.’ <마지막 휴양지>는  작가가 상상력을 잃었다가 되찾은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찾아 길을 나서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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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재미마주|1998|36쪽

설날이면, 가족들이 모여 앉아 만두를 빚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림책 속의 손 큰 할머니도 숲 속 동물들과 설날을 맞아 만두를 빚습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만두를 빚는 과정을 할머니와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맛있게 빚어냅니다. 손 큰 할머니와 동물들이 만든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 모두 나눠 먹을 수 있는 그 만두가 바로 이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설날 아침 모두 모여 만두를 먹으며, 한 살 더 먹는 마지막 장면은 할머니가 작가이며, 빚어낸 만두가 그림책이고, 동물들이 독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게 뭐가 많아? 나 혼자 해도 하루아침에 다 하겠다.”라는 할머니의 말은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듣게 되거나 하게 되는 표현으로 피식 웃음을 짓게 합니다. 할머니와 동물들의 표정이 글을 보지 않고도 이야기가 느껴질 만큼,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게 그려져 있습니다. 동물들의 눈을 표현한 1센티미터도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선 하나가 동물들의 행복도, 동물들의 부담도, 동물들의 익살도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표정을 나타내는 선의 표현에 집중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한 접시, 살포시 담아왔습니다. 우리 함께 맛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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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그림책 연구회

어른그림책연구회 – 김정해, 황희진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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