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있는 그림책 – 이웃 사람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할지 말해주는 그림책 3권

 

나이가 들면 친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함께 이야기할 벗이 필요합니다. 친구도 멀리 있기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이웃에 말입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웃 사람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할지 말해주는 그림책 3권을 소개합니다.



『꽃잎 아파트』

백은하 ∣ 웅진주니어 ∣ 2019년 ∣ 48쪽

표지그림이 너무 이쁩니다. 다음 장면을 넘기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작가는 ‘꽃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곱게 말린 꽃잎 위에 펜이나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고. 잎맥이 보이고 생명이 흐릅니다. 다양한 색감이 책을 펼치는 사람에게 온전히 전해지니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멍’하며 그림에 머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붉은 장미꽃, 노란 미모사, 곱게 물든 꽃잎물이 눈앞에서 바람결에 살랑거립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책 제목을 떠올려봅니다. 아파트랍니다. 꽃잎과 아파트가 결합합니다. 꽃잎이 가득한 아파트라고? 처음엔 제목을 의심했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한편 이런 아파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책을 펼치면 현실로 돌아갑니다.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는 돼지, 집 안에서 운동을 하는 캥거루, 낙서하는 원숭이, 엘리베이트 버튼을 마구 누르는 코끼리, 흙을 마구 파헤쳐 놓는 강아지, 시도 때도 없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문어, 쓰레기를 마구 내다 버리는 공작. 동물들이니까 웃음이 나오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다시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이대로 살 수만은 없습니다. 누군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제목처럼 아름다워질 거라고 믿으며, 책을 펼칩니다. 끝까지 읽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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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툭!』

김도아 ∣ 파란자전거 ∣ 2021년 ∣ 46쪽

어느 겨울밤, 외로운 나에게 선물이 떨어진다면 어떨까요?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툭!’ 떨어집니다. 하늘에서라고 믿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서요. 그런데 상자를 열어보니 “빨간 지붕 집 준이에게”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상자를 받은 사람은 할아버지니까요. 욕심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서 가능합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마음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연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죠. 이제 그 선물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일을 생각합니다. 받는 기쁨이 아닌 주는 기쁨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선물의 주인을 찾으려고 대문에 글을 써 붙입니다. 주인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가고 책 속에는 마당 잡동서니에 있는 상자를 잊어버립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봄이 오고, 잊고 있었던 상자 속에서 ‘쏘옥’ 하고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상자 속에는 다양한 씨앗이 있었고, 할아버지는 이 씨앗들을 다양한 곳에서 싹을 피울 수 있도록 합니다. 물을 듬뿍 주고 햇살 가득한 곳에 옮겨준 덕분입니다. 마당을 살피면서 할머니와 즐겨 쓰던 의자, 화분에 물을 주던 할머니의 물뿌리개 등등.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할머니와 소중한 시간 들은 할아버지에게 생기를 불러일으킵니다.
사진첩, 일기장, 엄마의 음식 솜씨, 낡은 이불과 떼쟁이 동생, 바나나를 사 들고 오시던 아빠, 소풍날 보물찾기 등등. 나이가 들어 삭막했던 일상이 추억으로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갑니다. 마당에 있던 잡동사니들은 어느새 아름다운 화분이 되어 마당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원이 됩니다. 예쁜 꽃에서 피우는 향기를 마당 너머로 날아갑니다.


#선물 #씨앗 #할아버지 #할머니 #크리스마스 #이웃 #꽃



『오리네 찜질방』

민승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 48쪽

찜질방이라면 한때 많이 갔던 곳입니다. 여행 가서 마땅히 잘 곳을 구하지 못했을 때도 그랬지만, 광안리 해안가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자고 싶을 때입니다. 찜질방은 많이 진화했습니다. 다양한 즐길 공간이 갖추어졌습니다.
그림책 속 찜질방은 사뭇 다릅니다. 오리가족이 찜질방을 열었고 단골손님이 왔다는 사실입니다. 대형마트 가는 것보다 동네 가게 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게 주인이 나를 기억해주어서입니다. 동네 치킨집, 약국 등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들려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웃이 필요해서인지 모릅니다. 오리가족은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찜질방을 열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감들의 쑥떡쑥떡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나무에 매달린 붉은 홍시들도, 길을 지나가던 엄마와 아이들도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렸습니다. 찜질방에서 할머니는 총지배인, 며느리는 카운터 담당, 마사지 및 잡일은 아들, 매점은 손녀, 손주는 귀여움 담당? 이랍니다.
손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 들어옵니다. “혼자 왔어요.” “둘이 왔어요.” “셋이 왔어요.”
쭈글쭈글 피곤해 보이는 엄마와 입구에서부터 투닥투닥 다투는 형제, 콜리플라워 할머니와 브로콜리 손주 등등. 흥미로운 것은 손님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항상 혼자 오는 조롱이떡 아저씨는 자기 생각만 하고 방귀도 막 뀌고 코도 팽팽 불고, 자기가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을 막 틉니다. 둘이 온 고구마 부부는 각자 할 일을 할 뿐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 찜질하면 살 빠진다며 찾아온 반죽 세아가씨들도 있습니다. 오리가족은 들어올 때와 다르게 반질반질하고 탱탱한 손님들을 보며 일하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차가운 겉옷부터 아직 따뜻한 속옷까지 하나씩 옷을 벗을 때만 해도 어색해하던 우리는,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찜질방에 들어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합니다.“


#오리네찜질방 #조롱이떡아저씨 #브로콜리손주 #콜리플라워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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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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