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는 것은

 

내가 규정한 나는, 내가 처한 사회적 환경에서 양육되고, 긴 시간 교육이 이루어져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내가 원하는 것과 나에게 요구되었던 것을 혼동하기 쉽고, 그런만큼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어렵다. 나의 경우 나에게 요구되어진 대로 살았다 해서 잘못 살았다 할 수도 없을 만큼 긍정적인 부분이 있고, 오랜 훈련 기간을 통해 그것이 나다움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환경에 따라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반드시 편하거나 쉬운 것도 아니다. 분명한 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알았어도 어쩔 수 없었던 시간들은 지나갔고. 그렇게 견딘 시간들 덕분에 내가 원하는 것들이 분명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노년에는 좀 더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이 다른 이 책들은 자기답게 사느라 힘들고, 재미나고, 때론 후회되는 삶들이 있다.



『산들바람 산들 분다』

최성각 ∣ 오월의 봄 ∣ 2021년 ∣ 411쪽

환경운동가로 먼저 알게 된 작가의 책을 소개받을 때마다 환경에 관한 책이거니 했다. 건너 건너 들으면서 자신의 일에 사명과 열정을 다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올 여름 작가와의 만남으로 마주 앉아 이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먼저 듣고 나중에 이 책을 읽어서인지 책이 너무나 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아는 사람의 일상을 글로 읽는 것 같았다.
들어가는 글에 작가는 “나는 언제나 폼나게 빈둥거리고 싶었다”고 말했고, 뭐가 폼이고 뭐가 빈둥거리는 것인지 글로 표현했다. 이런 저런 일을 겪고 찾아 들어간, 작은 산으로 막힌 마을의 가장 끝에 집을 짓고, 뱀을 피하기 위해 거위를 키우고 주변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사는 이야기다. 표현이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삶이다 싶다. 그러면서도 세상일에 눈감지 않아 세태에 대한 관통하는 쓴소리도 있다.
봄, 마른 낙엽을 밀어내는 원추리 새순, 여름, 개울에 빠진 거위, 가을, 밤송이 속에 파고드는 달빛, 겨울, 적설에 부러지는 귀룽나무 가지. 큰 제목 아래 작은 소제목도 이런 식으로 문장이 수려하다. 자연이 그려지고 동물의 생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그 안에 빈둥거리며 사는 자신의 모습이 진솔하다. 작가는 빈둥거리며 사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심지어 그런 삶을 선택했으며 폼이 나도록 멋지게 소화하고 살아왔음이 글에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작가를 만나 짧은 시간이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원하는 일, 해야 하는 일…… . 우리 인생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색깔만 다르지 그 근본은 한 뿌리고, 결국은 그 뿌리에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크게 후회하지 않겠구나! 그러려면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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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아이가 찾아왔다』

울림 ∣ 민들레 ∣ 2023년 ∣ 224쪽

장애아를 낳기로 결심한 엄마의 성장기란 부제의 이 책은 읽기가 힘들 것 같아 펼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꿈별이의 엄마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비로소 겸손을 배웠다 고백했다. 좋은 엄마 되기를 버리고 그냥 엄마를…… . 꿈별이를 통해 알지 못했던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고 한다.
글쓴이는 둘째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출산을 결심했고, 주변의 격한 반대에 맞섰다. 글 중간 중간 그 결심을 걱정하고 비난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 없다. 꿈별이를 선택하기까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용기를 낸, 그래서 좋은 엄마를 포기하고 그냥 엄마를 하기로 한 과정들이 너무나 절실해서 뭐라도 해야 견딜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른 그 뭐라도가 글쓴이는 글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글은 꿈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꿈별이 엄마의 성장기다.
글을 쓴다는 것은 흘러 넘쳐 안 쓸수 없어 쓰는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고, 노력해서 써야 한다고도 생각했었다. 나는 넘쳐 흐르는 이야기도 없고, 노력할 수 있는 능력도 없어서 글은 못쓰겠구나 절망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이 괴롭기까지 했다. 그러다 해야 하는 일에 글을 쓰는 일이 포함되어 훈련이 되고, 그 훈련을 통해 글을 썼다. 그러자 글을 쓴다는 것이 고통이고 좌절이 아닌 위로가 되었다. 꿈별이 엄마는 기다렸던 둘째가 장애가 있다고 이유로 만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글에서 표현했다. 그 생각에 꿈별이를 낳았고, 어려움을 직면했다. 어느날 살기 위해 꿈별이의 이야기를 글로 썼으며 글이 위로를 주었다 말한다. 글을 쓴다는 것이 누구에게는 위안이 될 수 있다.
꿈별이 엄마와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나역시 자식을 키우는 일은 나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늦잠이 많은 내가 아이의 기척에 눈이 번쩍 떠졌고, 극도의 불안이 나를 좀 먹는 일도 아이와 관련된 일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자식을 키우는 일은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선하는 일이고 너무도 중요해서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그 안에 행복하고 좋은 일들보다 힘겨운 일들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를 넘어서는 일이 주는 고통 속에서 깨달음이 주는 잔잔한 행복을 나는 자식을 키우면서 경험했다. 행복이나 기쁨의 다른 얼굴을 알게 해준 것이다. 꿈별이 엄마의 성장기는 깊은 울림으로 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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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도 괜찮아』

엘리아킴 카슬레브 ∣ Being ∣ 2020년 ∣ 354쪽

혼자 살면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나? 제목을 보고 들은 생각이다. 복작거리는 집에서 나 혼자의 공간을 원했던 긴 시간들이 지났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나이가 되지만 여전히 혼자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나로서는 이 제목이 살짝 거슬리기도 했다. 거슬리는 구석이 있었음에도 선택해서 꽂아 놓고 펼쳐든 것은 혼자 남겨질 시간들이 다가와서이다.
이 책은 다소 가볍게 보이는 제목하고 다르게 논리적인 글로, 증명이 된 연구 결과를 간추린 사례들이다. 저자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독신, 소수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다. 독신으로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사회적 인식에 대한 연구 결과와 여러 방면으로 독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가 나온다. 긴 시간 연구한 종단 연구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고 인터뷰 내용을 중간에 실어서, 독신으로 살면서 사회적 압력을 극복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혼자가 되는 노년기를 다루기도 했고 “잠은 혼자 놀 때는 여럿이” 같은 현실적 대안도 보여주고 ‘행복하게 살아갈 독신의 미래’라는 쳅터에선 자기답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2020년에 미국 박사의 연구 결과가 맞나 싶은 내용들이 그득하다. 아직도 결혼이라는 제도가 이처럼 견고한가? 의문은 들지만 그만큼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짚어준다. 결혼이라는 관습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지만 여전히 결혼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압박을 가하거나 느끼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동안 결혼을 해야, 더 나은 삶이 펼쳐진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독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가 지금보다 긍정적이면 개인은 각자에게 가장 알맞은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리라고 이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나는 당연하게 결혼은 해야한다는 사회적 환경에서 결혼 자체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결혼 생활로 힘겨운 상황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여러 이유로 독신으로 살았다면 어떠했을지 상상했다. 그리고 쉽게, 이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아이가 독신의 삶을 선택한다면 과연 나는 응원하고 인정할 수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며 자문해본다.
산촌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장애아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한 엄마도 혼자 독신으로 살기를 결심한 사람도 각자 좀 더 자기답게 살기 위한 노력이리라. 노년기의 외로움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혼자서도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나는 소개한 책에서 나답게 살기 위해서 어떠한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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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