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흐르는 동안의 인연, 그리고 이야기

 

한 해가 지나갑니다. 언제 시작됐나 싶게 새롭게 다가왔던 날들이 흐르고 흘러서 올 한 해도 어느덧 보름 남짓 남았습니다. 이상하리만치 12월은 다른 달보다 하루하루가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지금, 삶의 여정을 함께 한 내 옆의 사람들을 살피며 그들과의 인연을 차분히 되짚어보면 어떨까요? 삶이 흐르는 동안의 즐거움이나 그리움, 상처, 혹은 아쉬움일 수도 있는 여러 인연과의 이야기들을 말입니다.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글, 안나 마시니 그림, 황유진 역 | 샘터 | 2021|40쪽

“할아버지, 얼굴에 있는 주름은 어쩌다 생긴 거예요?” 손자의 천진한 물음으로 이 책은 시작됩니다. 할아버지의 주름을 만지는 손자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손길을 따라 할아버지는 세월을 살아가며 생겨나는 주름에는 행복과 슬픔, 그리고 한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에는 아내의 죽음처럼 깊은 슬픔으로 생긴 주름도, 손자의 탄생으로 행복한 순간의 미소로 생긴 주름도, 그리고 화나는 일의 분노로 생긴 주름도 있다고요.
이스라엘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 그림책을 통해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삶의 이야기를 다정하게 건넵니다. 안나 마시니의 서정적인 그림은 따뜻한 그의 글과 만나서 주름에 걸려있는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서 보여주지요. 은유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으로 표현된 이 책은 기억을 담고 살아간다는 게, 나이 든다는 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느끼게 합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들의 몸과 마음속, 그리고 기억 속에서 저마다 고유한 문양을 그리는 주름이 ‘나이 듦’이라는 멋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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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생 그림책』

하이케 팔러 저,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역 | 사계절 | 2019년|212쪽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갖게 됩니다. 비슷해 보여도 똑같은 삶은 하나도 없지요. 길이도, 크기도 제각각이니까요. 이 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100컷으로 보는 인생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보면 누구든 ‘나는 지금 어디쯤을 살고 있을까?’, ‘나는 이때 무엇을 했지?’, ‘나는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자신만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가만가만 짚어보면서요.
작가 하이케 팔러는 갓 태어난 조카를 보며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해요. 조카의 삶 앞에 펼쳐질 굉장한 일들에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살면서 겪어야 할 고통스러운 일 때문에 마음의 반은 아팠다고요. 그래서 그는 학생에게, 아흔 살 할머니에게, 명망 있는 사람에게, 명망을 잃은 사람에게, 기업책임자에게, 시리아 난민 가족에게, 많은 사람들에게 살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았고 그들의 대답을 꾹꾹 눌러 책에 담았어요. 그의 짧고 담백한 글은 발레리오 비달리의 감각적인 그림과 만나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합니다. 나이별로 한 장씩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보면서, 살아온 그때를 떠올리게 되고, 지나온 경험을 더듬으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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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글그림/이진경 역 | 상상의힘 | 2020년|128쪽

소년에게는 친구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었어요. 삶이라는 여정 중에 만나게 된 인연입니다. 제일 먼저 친구가 된 건 수다스럽고 낙천적인 두더지입니다. 소년에게 선물로 줄 케이크를 오는 길에 다 먹어버릴 정도로 케이크에 집착하는 두더지는 참을성은 좀 부족해 보이여도 삶에 대한 통찰력은 뛰어납니다. 두 번째 친구는 덫에 걸려 깊게 상처 입은 여우입니다. 여우는 소년과 두더지의 도움으로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서서히 상처도 치유됩니다. 세 번째 친구는 언제나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말입니다. 말에게는 그만의 비밀스러운 꿈이 있었고 친구들에게만은 그의 꿈을 고백하지요.
이 책은 찰리 맥커시의 아름다운 펜 그림과 네 친구의 대화 글이 어우러진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찰리 맥커시는 친구들과 삶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길 즐겼는데, 어느 날 ‘그동안 해왔던 가장 용감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요. 그러다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 자신에게 가장 용기 있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인스타에 올리게 되었죠. 그 계기로 이 책이 탄생 되었다고 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삶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의 모습이기도 하고, 어쩌면 삶이 흐르는 동안 발견되는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삶을 사는 동안 던져왔던 숱한 질문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 아직 찾지 못했던 답변을 어쩌면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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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그림책 연구모임

어른그림책연구모임 – 오현아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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