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줘!

 

여러분은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생각하나요?누구에게나 있으며, 또 남들이 불러주는 내 이름! 우리에게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란, 글자 그대로의 느낌보다 함께 시간을 나눈 누군가가 어떤 마음으로 부르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 우주의 단 하나뿐인 사람이듯, 그 이름도 오직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1. 『내 이름은… 라울』

앙젤리크 빌뇌브 글, 마르타 오르젤 그림|정순 옮김|나무말미|2022년|32쪽

빨간 곰 라울은 ‘라울’이라고 불리는 게 싫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친구들이 이름을 부르면 자신이 작고 못생기게 느껴져 사라지고 싶다고까지 말합니다. 반면, 친구 ‘자코트’의 이름은 너무나 근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자코트는 친구의 이름도 최고로 멋지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라울에게 세상의 모든 숲에서 산에서 호수에서 가장 좋은 이름이라고 말해줍니다. “왜 그런지 알아? 내가 그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지 네가 올 테니까” 하고 꼭 안아줍니다. 작가 앙젤리크와 번역가 정순 역시 자신의 이름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라울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공감되고, 그 마음은 우리에게도 내 이야기처럼 전해집니다. 감각적인 마르타의 그림은 고민을 털어놓는 빨간 곰 라울과 소녀 자코트의 우정을 아름답게 담아냅니다. 마지막에 서로를 꼭 안아주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마저 온기로 감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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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의 이야기, 알마』

후아나 마르티네즈 닐 글, 그림|김경미 옮김|다산기획|2019년|32쪽

알마의 이름은 ‘알마 소피아 에스페란자 호세 푸라 칸델라’입니다. 이름이 길어서 고민하는 알마에게 아빠는 이름 하나하나마다 가족과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저 소피아는 책과 꽃을 좋아한 할머니 이름이고, 에스페란자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던 증조할머니 이름이에요. 예술가 할아버지 호세, 고모할머니 푸라, 외할머니 칸델라까지 알지 못했던 가족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니 알마는 어느새 이름이 맘에 쏙 듭니다. 그럼 알마는 누구의 이름이었을까요? 알마는 처음이자 하나밖에 없는 딸을 위해 아빠가 지은 이름이죠. 이제 알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페루의 작가 후아나 마르티네즈 닐의 그림은 흑백의 연필선과 강렬한 빨간색의 조화로 절제된 색으로도 풍부한 서사를 전해줍니다.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궁금한 우리에게 가족과 함께한 시간과 앞으로 만들어갈 나만의 이야기로 자긍심을 심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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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섭순』

고진이 글. 그림|딸기책방|2020년|38쪽

꽃이 만발한 들판에 할머니와 손녀가 앉아있습니다, 손녀가 꽃 이름을 묻습니다. 그리고, 이내 “할머니도 이름이 있어?”하고 묻지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할머니로만 불리던 우리들의 할머니에게도 이름은 있습니다. 봄이 와서 목련이 필 때면 큰 창을 활짝 열어두고, 여름이면 흰 모시옷을 반듯이 다려입고, 가을에 낙엽이 질 때면 밀가루를 반죽해 은행잎을 닮은 만두를 만들고, 눈꽃이 내리는 겨울엔 이불 속에 솜을 채워두는 모습은 손녀의 눈에 비친 할머니 ‘섭순’에 대한 기억들입니다. 이름 없는 들꽃을 좋아한 할머니는 아마 자신의 소박한 인생과 닮아 보여 선지도 모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손녀는 꿈꾸던 대로 화가가 됩니다. 그리고 어릴 적 즐겨 읽던 그림책을 다시 만나 계절을 따라 함께한 할머니와의 추억을 꺼내어 고운 이름에 담아내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화로 우리에게도 추억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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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 이름은 짐-달라-마시-커-미시-카다』

산디야 파라푸카란 글, 미셸 페레이라 그림|장미란 옮김|책읽는곰|2023년|40쪽

새 학교에 가는 첫날 짐-달라-마시-커-미시-카다는 이름이 짧아지길 바랐어요. 툭하면 풀리는 신발 끈처럼 긴 이름은 버스에서도 교실에서도 따라다녀요. 소년의 마음은 복어처럼 부풀었다가 한껏 구겨서 공을 만들고 천둥소리를 내며 터지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부르는 소리에 이름은 백만 번쯤 접었다가 다시 펼쳐져요. 이름을 줄여 달라는 아이에게 엄마는 이름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들려주며 멋진 이름을 친구들이 제대로 부를 수 있게 해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용기가 없던 짐은 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도 조금씩 펼쳐 보이게 됩니다. 인도계 호주인으로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가 산디야 파라푸카란의 글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며 존중과 배려를 가르쳐줍니다. 2022년 호주 어린이도서협의회 신인 일러스트레이터상을 수상한 미셸 페레이라의 그림은 표지부터 내내 소년을 따라다니는 빨간색 끈으로 이름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표현하여 더욱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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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그림책 연구모임

어른그림책연구모임 – 배수경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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