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인공지능

 

살아온 날들이 살날보다 확실하게 많아지는 나이에는 느긋해질 수도 있건만 빠른 변화에 가끔은 어지러워, 조급증이 도지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때가, 따라가려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사이 내가 키오스크를 누르고 있고, 대답해주는 기계에게 말을 걸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인공지능(약한)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별반 노력하지 않아도 적응하도록 만드는 기술력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강력한)이 분명 가능할 거라는 걸 알게 한다. 인공지능의 세상을 살려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까 생각하게 하는 책들을 모아보았다.



『인공지능 쫌 아는 10대』

오승현 ∣ 불빛 ∣ 2019년 ∣ 191쪽

10대와 함께 생활하는 나는 청소년 대상 책을 많이 접한다. 특별하게 감동을 받게 되는 책을 만날 때는 선물을 받은 기분인데, 이 책은 마치 귀엽고도 트랜드한 귀걸이 하나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청소년 책이 시리즈로 나오는 경우는 다소 교육적 목적으로 출판되기 때문에 재미도 덜하고 깊이가 없을 수 있는데 이 책은 묵직한 저자의 철학이 느껴졌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한 저자는 영화의 대사와 책 속의 문구를 인용하여 알기 쉽고 설득력 있게 글을 전개한다.
여는 글에서 던진 ‘인공지능이 과연 가치중립적일까’의 질문은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7가지 질문을 따라가면 그 답에 어느 정도 가까워진다. 다시 여는 글로 마무리하면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첨단 기능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결국은 그 인공지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기 쉽게 인공지능을 설명하고 있으며 그에 파생되는 문제점, 그리고 궁극으로 미래 사회에 작가가 던진 화두는 지금 우리에게 적절하다. 우리는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지? 과거의 역사 속에서 경험한 인류의 흥망의 교훈을 잊지는 않고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 무엇보다 미래는 과연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면 지금 우리는 최소한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청소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지만 시니어들에게도 인공지능 시대를 어찌 생각해야 하는지 알게 해주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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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쳔 개의 파랑』

천선란 ∣ 허블 ∣ 2020년∣ 374쪽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는 작가 천선란은 대부분의 시간을 상상하고 무엇인가를 쓴다고 프로필에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너무나 익숙한 소설 플롯과 인물들로 과학문학상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게 글이 전개된다.
심사평에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SF적인 장치를 그리 많이 쓰지 않고도 충분하게 우리 미래 사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강력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우리의 미래엔 인공지능의 기술적 이해뿐 아니라 그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경주마와 로봇 기수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의 실수로 기능이 이상해서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로봇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로봇 기수인 콜리, 그를 남다르게 생각하게 된 연재, 그리고 연재의 가족과 친구가 각자 한 챕터에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들은 퍼즐처럼, 근사한 세상이라는 그림을 만들때까지 서로 아닌 듯 맞는 듯 그 퍼즐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이 이야기는 연재와 그의 로봇 친구 콜리의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휴머로이드와 함께 소통하면서 살아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 빠른 변화를 실감한 우리 세대는 미래 사회가 얼마나 변화할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중요한 것들은 미래 사회가 아무리 변화해도 여전히 소중하리가는 것도 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이 젊은 작가를 통해 표현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고, 톡톡 튀는 상상이 안정된 소설기법과 버무러져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점도 너무 좋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소설 한 권을 읽어보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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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최태성 ∣ 다산초당 ∣ 2019년 ∣ 295쪽

인지도가 있는 최태성씨가 쓴 역사 관련 에세이집이자 저자의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다. 제목도 ‘역사의 쓸모’라 지나간 과거가 지금 우리에게 무슨 쓸모가 있을지 궁금해져 읽었다.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다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이는 역사 관련 책을 섞은 이유는 인공지능 역시 인류 역사의 한 획이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를 예측할 때 나오는 말 중, 지금까지의 인류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변화 속도와는 비교도 안되리라는 것에 모두 공감한다. 그만큼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 긍정적 영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의 결과들이 모두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선택에서 이루어졌듯이 앞으로 미래 사회의 모습도 그 시대에 살아갈 사람들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보다 나은 미래 사회를 살아갈 선택에 키를 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역사의 사실에 집중하지 않고 그 사실 뒤의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역사를 삶의 해설서라고 표현하고, 인생을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역사 속 인물이 어떤 선택을 했기에 변화가 어떠했는지 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가야 할 길을 역사 속에서 보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선사시대에는 돌도끼가 지금의 스마트폰만큼 막강해서 돌도끼 중심으로 선사시대 모든 문화가 만들어졌다가 쇠도끼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가 왔듯이 말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과연 과거 속 사람의 이야기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강한 인공지능은 사람의 영역을 벗어날 것으로 보고 불안해하는데 사람 타령을 하고 있음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더 강력한 도구인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문화를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점검하는데 책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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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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