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입니다.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시나요? 우리 가족들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나요?
우리는 누구나 경제적 부족함이 없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위해주며 화목하고, 부족한 것 하나 없이 행복한 가정을 꿈꿉니다. 하지만 과연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는 가족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요? 가정의 달을 맞아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가족들의 모습, 가족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다룬 책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나의 세 번째 가족』
홀리 골드버그 슬로운 지음, 김영욱 옮김 | 다른 | 2014년 | 380쪽
시나리오작가이며 소설가로 활동한 홀리 골드버그 슬로운(Holly Goldberg Sloan)의 소설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첫 번째 가족에게 버림을 받고, 두 번째 가족인 지미와 로베르타에게 입양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윌로우 챈스.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양부모가 동시에 세상을 떠난 후 다시 혼자가 된 소녀 윌로우는 이제 새로운 위탁 가정을 찾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과 새로운 가족을 찾아야 하는 일을 동시에 겪어야 하는 일은 열두살 소녀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입니다. 이러한 윌로우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이들은 바로 윌로우의 이웃들입니다. 네일샵을 운영하며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고 있는 엄마 패티와 딸 마이,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아들 쿠앙하를 중심으로 상담교사 듀크, 우연히 만난 택시 운전사 자이로 아저씨는 윌로우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위로해 줍니다. 윌로우는 과연 세 번째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요? 꼭 혈연관계여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가족이라면 누가 나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금은 다른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집 열쇠를 꺼내 마이에게 건넸다. 마이가 문을 열었다. 안으로 한 발 들여놓으니 엄마가 분명히 부엌에 있을 것 같았다. 아빠는 주차장에서 곧 모퉁이를 돌아 나타나고 엄마의 꿩 안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큰 착각이었다. 이제 유령들의 집일 뿐이다. 과거의 박물관일 뿐이다. 우리 모두는 끝났다.”
『(웃기거나 짠하거나) 세상에 이런 가족』
김별 지음 | 뜨인돌 | 2015년 | 248쪽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가족은 모두 여섯 명입니다. 저자의 친할머니(편 여사)와 외할머니, 엄마와 아빠, 저자와 오빠.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모두 중증의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 2분과 할머니를 돌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가슴 아프고, 절절하고, 답답하고… 가족 모두 지쳐가는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웃음으로 승화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짧은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들과 귀여운 그림들은 가족의 일상을 즐겁게 표현합니다. 저자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유쾌하게 할머니들과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평온한 오후. 외할머니가 곁에 앉아 있던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시더니, 고개를 돌려 할머니에게 말을 거신다. “할머니, 얘가 할머니 며느리지요?” “네, 걔가 우리 며느리예요.” “며느리가 참 잘하지요?” “네, 아주 잘해 줘요.” “얘가 내 딸이에요.” 그 말씀을 하시는 외할머니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가득하다. 아마도 세상 엄마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겠지.”
『가족이라는 병 』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 236쪽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과 기노쿠니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일본 사회에 뜨거운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저자 시모주 아키코는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다가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까지 모두 죽고 나서야 자신이 가족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알려고 노력한 적은 있었나요? 친구와 직장동료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작 부모나 형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가족은 무조건 날 이해해 주고, 당연히 내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다가 그 상처들이 불화로, 사건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저자는 본인 가족의 이야기 뿐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가족이라는 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가족에 대한 편견과 환상을 깨뜨리며, 가족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존재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책으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입니다.
“가족도 각 개인이 모인 집단이다. 부모와 형제의 집단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는가 하면 터무니없는 어리광도 부리게 된다. 가족 사이에는 산들산들 미풍이 불게 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사이가 너무 벌어져 소원해지면 가족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가족을 이해할 수 없다. 혼자임을 즐길 수 없으면 가족이 있어도 고독은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늘 혼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의 기분을 가늠하고 이해할 수 있다.”
물고기자리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사서
도서관 인생 16년.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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