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예술’이라는 말을 합니다. 예술이 삶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삶이 묻어난 예술이면 우리는 쉽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예술은 일상과 맞닿아 있습니다만, 너무 열심히 살다 보면 삶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 여유를 가지고서야 일상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술은 그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순간입니다.
인생의 오후 4시에 서촌에서 그림을 통하여 삶을 보여주거나, 건축이 삶 속에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말하거나, 음악이 영원한 삶을 노래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서촌 오후 4시』
김미경 ∣ 마음산책 ∣ 2015년 ∣ 204쪽
저자는 쉰여섯 살에 회사를 뛰쳐 나와 자신이 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은지를 말합니다. 자신을 ‘무면허 화가’라면서, 사랑하기, 걷기, 춤추기, 노래하기, 그리고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세상살이에 가장 중요한 것들이지만 면허가 필요 없어서라고. 책 제목이 ‘서촌 오후 4시’인 이유는 ‘인생의 오후 4시를 서촌에서 보내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면서, 오후 4시만큼 무르익은 서촌의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삶과 나이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자신은 세 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용기는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는 방향으로 살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이 자유롭지 못할 때, 자신이 정말 하고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몸과 정신이 심하게 아파 버린다고 말하며, 그때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모두들 용기를 내라고.
누군가는 “나이 들어 편하게 살지 왜 그렇게 어려운 화가가 되겠다고 야단이냐?”며 걱정해주었지만,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감히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세상에 자신이 행복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고, 이러다 죽어도 좋다는 걸 알았다고.
화가의 그림 철학 중 하나는 ‘세상에 망친 그림은 없다’ 입니다. ‘끝까지, 좀 쉬다 또 끝까지 그리다 보면 어설퍼도 또 하나의 그림이 된다.’고, 세상에 망친 인생은 없듯이.
『작은 집 큰 생각』
임형남 + 노은주 ∣ 교보문고 ∣ 2011년 ∣ 244쪽
저자는 부부 건축가입니다. 그런데 자기 집을 직접 지어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공동주택에서 살다가 오래된 단독주택을 고쳐 잠시 살았다가 식구를 이룬 것은 녹번동의 연립주택에서입니다. “집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집에서 나서 집에서 자라고, 집에서 살다가 결국 집에서 인생을 마무리하지만, 집에 대한 생각은 막연하다고. 집이란 일종의 족쇄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며 현재를 희생하며 사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집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찾아 살았으면, 조금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집에는 인생이 담겨 있고 사람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집이란 땅에서 솟아나야 하고, 땅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며, 사람들이 쉬어야 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라고.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돈암동 낡은 집을 떠올렸습니다. 사람과 사람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적당한 경계와 영역이 생성되어, 그 테두리 안에 가족들이 살면서 만들어 놓은 시간이 가득한 집.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냄새, 그 편안함, 그 촉감…… 가족들의 수과 손길과 생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그냥 평범한 집. 그러나 놀랍도록 편안한 집. 그런 집에서 살고 싶고, 그런 집을 만들고 싶다고 말합니다.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이민희 ∣ 팜파스 ∣ 2013년 ∣ 248쪽
저자는 선곡 작가 일을 하면서 자신이 뽑은 노래와 그것에 깃든 이야기에 밤을 잊고 집중했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립니다. 이야기는 노래를 오랫동안 우리에게 남을 수 있도록 해준다고.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다뉴브 강의 잔물결>에서 멜로디를 가져왔습니다. 첫 음반 취입때 대중적인 서양민요 열 곡을 녹음한 후 레코드사를 설득하여 자신의 노랫말을 써서 추가로 녹음한 것인데, 서양 선율에 자신의 노랫말을 더한 일종의 번안곡입니다. 이 노래가 유명해진 것은 국내 최초 소프라노인 윤심덕과 희극작가 김우진의 사랑 때문입니다.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는 관부연락선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바다에 몸을 던진 사건인데, 미혼녀와 유부남의 불륜관계인 사랑과 시대 상황이 맞물리면서 여러 설이 오가기도 합니다. 가사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이먼 앤 카펑클의 콘도르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는 페루민요를 바탕으로 외국인의 관점에서 해석한 곡입니다. 인디오로 구성된 밴드의 구슬픈 연주에 매료되어 원곡의 멜로디를 살리고 로스 앙카스의 편곡을 거의 보존하면서 가사만 새로 쓴 것입니다. 그것이 어느 민족의 열망을 넘어 보편의 자유를 노래하고, 누구나 경험했을 속박의 현실을 대변하는 노래로 불려진 것입니다. 이밖에 <공무도하가>, <첨밀밀>, <백만 송이 장미>, <이매진>, <나의 조국>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연은 세상과 자신이 화해하거나, 가장 정의롭고 자유로운 저항을 하거나, 아름다운 선율 뒤에 가려진 섬뜩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이야기는 더욱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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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태
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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