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꽃보다 아름다워, 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 바빴던 젊음의 시절, 다양한 ‘역할놀이’ 속에서 모두의 기대와 필요를 채워주느라 나를 잊고 살아온 세월.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바라보니 나이 들고 머리가 센 ‘할머니’가 마주 바라봅니다. 이제는 나만 생각하며 내 꿈에 맘껏 취해도 좋을 나이, 귀한 시간을 아껴 꿈을 피워 봅니다. 늦게 피는 꽃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할머니 머릿속에 가을이 오면』

다그마 H, 뮐러 글,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주니어 김영사 | 2007년 | 36쪽

알츠하이머, 머릿속의 가을….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거나, 커피 끓이는 법을 잊어버린다거나, 젊었을 때 어떤 직업을 가졌었는지 모른다거나 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오래 전에 있었던 일들은 기억하면서 방금 전 일어난 일은 금방 잊어버리며 매일 입던 옷조차도 5분씩 걸려야 입을 수 있게 되면서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하게 된 파울라의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그림은 장애인 시리즈를 그린 화가 베레나 발하우스의 작품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머니와 손녀 파울라를 일러스트적인 요소들로 귀염성 있게 표현하여 사각의 틀 안에 넣음으로써 흡사 엽서 같은 느낌이 들어 주제의 무거움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찾아온 알츠하이머를 파울라 가족이 순순하고 위트 있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할머니가 살아온 시간들에 빛을 더해주고 굳어 있는 우리의 마음마저 어루만져 줍니다. 모든 연령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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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등대』

신소담 글, 그림 | 노란상상 | 2020년 | 36쪽

가을걷이가 한창인 시골의 풍경을 시작으로 들깨 터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클로즈업됩니다. 이어서 집으로 돌아와 마늘을 널고 저녁밥을 짓는 할머니를 보여줌으로써 바빴던 하루의 일상을 짐작케 합니다. 밤이 되어 자식들에게 보내기 위해 마늘 껍질을 벗기고 못난 검정콩을 골라내며 졸고 있는 할머니에게 “뭐하노, 어여 드가 이불 펴고 자그라.”하는 할아버지의 핀잔과 “울 막둥이 아직 안 왔는데 우째 자노.”하는 할머니.
아픈 허리를 툭툭 두드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나면 그림은 다시 처음처럼 한 장면에 시골집의 노오란 불빛을 등대 삼아 시골길에 들어선 자동차의 노오란 불빛을 담아내며 마무리합니다. 배경을 멀리서 잡았다가 점점 줌인(zoom in)하는 이 시 그림책은 부모나 조부모에게 익숙한 친근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 그림을 먼저 보고 싯구를 읽게 만듭니다.
어두운 밤 노오란 불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시골집과 그 불빛 아래 앉아서 졸고 있는 등이 굽은 할머니의 모습은 늘 그리운 우리의 엄마를 닮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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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정원』

백화현 글, 김주희 그림 | 백화만발 | 2020년 | 72쪽

경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삽니다. 게다가 발목과 팔을 다쳐 바깥나들이도 접은 채 외롭게 생활하고 있지요. 그런 할머니의 집에 가사도우미 민희 씨가 찾아옵니다. 첫날부터 늦게 출근하여 할머니의 노여움을 사지만, 이내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함께 시장나들이도 다녀오고 꽃밭도 일구면서 할머니의 일상에 빛이 오릅니다.
인생의 ‘겨울’을 살고 있던 할머니는 정원에 라일락, 제비꽃, 수선화, 개모미덩굴 꽃들을 심고 가꾸면서 다시금 봄을 맞이하게 됩니다. 할머니의 초대를 받은 친구들이 장미꽃 소담한 돌담을 돌아 온갖 꽃들이 만발한 할머니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장면은 읽는 이의 가슴마저 따뜻하고 환한 빛으로 물들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아름다운 꽃은 경자할머니의 얼굴에 핀 해바라기 같은 웃음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자녀와 배우자마저 곁을 떠나버리면 그 외로움은 슬픔을 넘어 분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황폐화된 정원에 꽃을 피워내는 일, 이 그림책은 그 과정을 조곤조곤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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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할머니』

김인자 글, 이진희 그림 | 글로연 | 2009년 | 40쪽

시골집에 혼자 사시면서 바깥출입도 거의 안 하시고,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할머니께 나는 매일 밤 잠자기 전에 전화를 드려 그림책을 읽어 드립니다. 할머니는 어떤 장면에서는 흥분을 하며 반응합니다. 할머니는 내가 읽어드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이 듭니다.
내가 할머니께 책을 읽어드린 지 일 년이 지났고 할머니는 여든 살이 되었습니다. 팔순 잔치를 하는 날, 할머니는 조용히 일어나 가족들 앞에서 책 한 권을 펼쳐 읽으십니다. 일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읽어 드렸던 바로 그 책입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조용조용 천천히 책을 읽는 장면, 펭귄이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장면은 이 그림책의 백미(白眉)입니다. 이제 ‘그림책 읽어 주는 할머니’가 된 할머니는 매일 밤 나에게 전화로 그림책을 읽어 주십니다.
펭귄의 탈바꿈만큼이나 할머니의 그림책 세계는 인생을 새롭게 살아보는 신기한 세상입니다. 또 하나의 하늘이 펼쳐진 것이지요. 때를 놓쳐 글자를 모르는 할머니들께도 그림책은 즐거운 인생을 여는 묘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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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그림책 연구회

어른그림책연구회 – 손효순, 김명희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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