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상식

 

두 단어 조합이 어색해서인가?
제목을 이리 정하고 나니 표현이 생경하다. 흔하게 접하는 이 두 단어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 있어 연결해 본다.



『상식의 재구성』

조선희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 560쪽

소설<세 여자>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나는,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사실에 일단 흥미로웠다. 아들이 좋다며 읽어 보란 권한 책이라 고민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내 머리를 이리 개운하게 해줄 줄이야. 작가가 “정확하게 아는 것이 그 모든 정신적 피로에 대한 해독제”라는 표현을 했다. “짜릿하게 흥분되면서도 피곤하고 스트레스 쌓이는, 신나고 괴로운 신분”으로 한국인을 규정한 것도 재미있다. 그러한 한국인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균형감 있고 명확한 이 책의 모든 분석이 정신적 해독제 역할을 했다. 7개의 장이 7권의 책이라 해도 될 만한 무게이지만 이 7개를 한 번에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내다니…. 막강한 해독제다.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는 진실을 모두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사실을 정확하게 알았을 때 진실 여부도 판단하기 쉽지 않을까? 알지 못하는 사실, 상식이라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들이 때론 진실을 가릴 때도 있으니까. 이 책은 역사적 진실을 정확한 정보와 통계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너무 많은 정보로 혼란한 시대다. 매체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그 정보를 가려내야 하는데, 나이가 든 사람들은 지금의 정보의 홍수와 SNS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전에 이 세계에 노출되었다. 그러니 거짓 정보를 양산하는 사람들에게 지배당하기 쉽다.
어른의 경험이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감을 인정하고, 그나마 균형감 있는 상식을 가지려면 아이 어른 없이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 중 하나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이런 책을 읽기를 주변 사람들(나이에 상관없이)에게 권하기를 바란다.


#상식 #미디어리터러시 #역사 #사회정치 #사회비판 #독일 #일본 #언론 #딜레마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 돌베개 ∣ 2017년 ∣ 251쪽


2011년 출간된 이 책이 개정판이 나왔다. 그 전 책을 읽지 않은 나는 작가의 신변이 달라지고 정치상황도 달라져서 개정판을 낸다는 서문에 믿음이 더 가서 읽고 싶어졌다. 그 사이 국가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더 절실해졌다. 내 삶과 무관할 수 없는 국가의 의미를 묻고 말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답답함이 해소되는 짜릿한 경험을 했다.
역사적으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 사람, 그들의 질문이 이론화되고 그것을 이용하거나 활용했던 사례들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답을 찾게 해준다. 저자의 글솜씨는 이미 검증이 되었고, 거기에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작가의 논리가 정확하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안다는 것은 이런 개운함이 있구나 싶다.
국가를 보는 태도를 세 가지로 분류하고 국가는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다스려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장에서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국가를 올바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5장과 국가 변혁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를 언급한 6장에서는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부모란 무엇인가를 정립하기도 어렵다 하물며 국가란 무엇인가를 물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일상적이지 않다. 부모가 무엇인가를 물을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그 부모가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듯, 우리가 국가가 무엇인가에 고민하는 자체가 국가의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고 그 어느 시기보다 절실하게 훌륭한 국가가 필요함을 알아차리자.
 


#국가 #민주주의 #정치 #선거제도 #사회 #사회정치 #권력 #보수와진보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 113쪽

존경할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경외감까지 드는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으로 영향을 받고, 지속해서 그분의 행적을 알아가도 그 감동이 넘친다면 난 이분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얻는 것이리라. 선생님 생존에 삶의 흔적이 있는 원주를 다녀왔다. 그곳 작은 박물관에서 이 시집을 만났다. 미발표 시 36편과 3편의 시, 그리고 젊은 시절과 일상을 담은 사진 30여 컷이 실려 있는 시집을 넘기면서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뵙듯이 가슴이 뻐근하다.
국가와 상식이라는 제목 마지막 책에 이 시집을 넣고 싶은 이유는 가장 국가가 필요 없게 사셨던 선생님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하셔야 했고, 또 그 고민 속에서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이다. 역시 국가란 개인의 일생과 무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사위가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 옥고를 치르고 선생님이 옮겨 다니시면서 거주했던 공간 역시 사위인 김지하 시인과 결혼한 딸의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선생님 말씀이 있다.
선생님 박물관의 한 귀퉁이 문구 중 “그 어떤 글이 내 생활에 우선하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내 뼈를 때리는 것 같았다. 선생님 작품의 감동은 바로 이러한 치열한 선생님의 삶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선생님처럼 치열하게 살지도, 자유인으로도 살지 못한 지극히 범인인 나는 내 일상과 내 자식이 우선이었고 절대적이었지만 그 모든 것에 국가가 그리고 상식이 간섭하고 작용하였다고 본다.
 


#박경리 #토지 #원주박물관 #유고시집 #삶 #농사 #어머니 #정치적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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