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땐 사는 동네가 잘 보이지 않지만, 나이 들면 주변을 살피게 되고 그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풀, 꽃, 나무입니다. 그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만 보지 못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인생의 저녁을 살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서 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 어느 날 나무에 푹 빠져 나무 의사로 살아가는 사람, 기자 생활을 마치고 공원을 산책 하다 나무 공부를 시작한 사람, 잡지기자 생활을 접고 숲연구소에서 나무를 공부하다 생태 이야기꾼이 된 사람의 나무 이야기입니다.
모두 펼쳐놓고 이 책 저 책 옮겨 다니며 찔끔찔끔 읽어도 좋고, 한 권을 무겁게 읽고 다음을 가볍게 읽으며 나머지는 같은 나무를 찾아 읽어도 좋습니다. 따로 또는 함께 읽어도 좋을 나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다시 나무를 보다』
신준환 지음 ∣ RHK ∣ 2015년 ∣ 421쪽
30년간 오직 나무 연구자로 살았던 그에게 새겨진 나무의 지혜가 넘쳐 납니다.
“나무는 커갈수록 혼자가 되어간다. 나중에 엄청난 크기로 자라면 엄청난 적막을 이겨내야 한다.” “숲에는 똑바른 나무가 없다.” “모든 생명은 작게 떨며 살아간다.” “나무가 늙어서도 아름다운 이유는 희망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는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가면서 훨씬 많은 것을 베풀어 준다.“ ”삶은 수많은 꽃송이가 어른거리는 세계지만, 죽음은 오직 한 송이 꽃을 피우는 숭고한 사건이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 ”숲은 단지 나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빈공간이 이어지며 숲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에 잎이 많은 것 같지만 뿌리는 더 많다.“ ”생명이란 완전한 상태가 되면 정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책이란 남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내면을 읽는 것이기도 합니다. 글자는 없지만 사람들은 숲을 보고 하늘이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숲을 읽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밑줄 그은 문장 일부입니다. 책을 읽고 다시 나무를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지음 ∣ 걷는나무 ∣ 2021년 ∣ 312쪽
나무로부터 인생을 배운 나무 의사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다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나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무가 있었고, 나무들은 사랑을 꿈꾸게 했고 어머니 품을 그리워하게 만들었고 첫사랑을 남겨주었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르쳐주었습니다. 태백의 소나무는 가파른 바위틈이나 산등성이에서 독야청청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게 더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인생을 아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호수공원 나무산책』
김윤용 ∣ 이상북스 ∣ 2016년 ∣ 320쪽
저자는 꽃피는 봄날 나무가 다가왔다고. 꽃과 잎, 줄기가 조금씩 특징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수목원을 수차례 찾았고 고궁 우리 나무를 살피다 나무 공부에 빠져들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귀로 듣고, 맛을 보고, 만져보는 활동을 통해야 나무를 좀 더 자세하고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초보자인 자신이 느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한국인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데, 강하고 무거운 소나무가 없었다면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나무는 집과 궁궐을 짓는데, 솔잎은 송편을 찔 때, 갈색 낙엽은 부뚜막 불쑤시개로 쓰였고, 흉년과 전쟁 때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끓여 먹고, 송화로 다식을 만들었고 솔잎차를 마셨다고. 아이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매단 금줄을 치고, 죽으면 소나무로 짠 관을 쓰는 등 태어나 죽을 때까지 소나무와 삶을 함께한다고. 노란 꽃으로 마중하는 봄부터 늘 푸른 나무들이 더욱 반가운 겨울까지 개나리, 자작나무, 오동나무, 노간주나무, 동백나무 등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 150여종이 나옵니다.
『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 목수책방 ∣ 2015년 ∣ 384쪽
저자는 서울을 살아가는 나무와 우리는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각박한 현실 때문입니다. 김해평야 한가운데, 텃밭과 마당이 넓은 집에 살다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떠돌다 서울사는 나무에 정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종로2가 가죽나무가 어느 날 베어지고, 한 사내가 횡단보도 옆 나무줄기에 담뱃불을 비벼끄고 나무 밑동에 침을 뱉고, 나무줄기에 스테이플로로 철한 전단지가 나부끼는 것을 바라보며, 서울 사는 나무가 서울 사는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길가에서 아름다움을 주고 멸시를 받는 벚나무를 시작으로 공원에 사는 나무, 궁궐에 사는 나무들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저자는 나무는 생명이라고 말합니다. 소나무 뿌리는 척박한 땅에 내려도 줄기는 풍요한 빛을 받아야 산다고. 느티나무는 새도 사람도 다 품어준다고, 겉은 거칠어도 속은 그 결이 곱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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