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동네’

 

마을과 동네가 비슷한 개념인 것 같지만 ‘동네’는 내가 살고 있는 주거의 근처라는 공간의 의미가 강하고, 마을은 직업, 종교, 취미를 공유하는 사회 관계망까지를 말하는 가치 지향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마을의 개념이 대도시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꾸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이들만큼이나 동네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어가니 마을과 동네를 이야기하는 책들에 더 관심이 갑니다.



『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장성익 지음 ∣ 풀빛 ∣ 2019년∣ 158쪽

익명의 대도시에서도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점차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해서, 새로운 도시형 마을을 이룬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발된 그곳을 잘 들여다보세요.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다시 그곳에 살고 있나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요. 당연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하는 이 현상을 다룬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름도 낯선 ‘젠트리피케이션’을 10대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쓴 책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어가 너무 낯설지요? 도시의 어느 곳이 번성해서 기존에 그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라 ‘둥지 내몰림’이라는 말을 쓰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개발된 곳의 화려함만 강조되고 있습니다만 뒷면엔 삶의 터전에서 내쫒긴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해 봐야합니다. 어쩔수 없다거나 이들도 결국 이익이 있지않느냐는 식의 단순 계산은 맞지 않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작정하고 하는 극소수의 사람과 부동산 회사들의 개발이익을 위한 홍보에 가려, 마치 모두가 개발이익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음을, 이 단순 계산이 왜 부당한지를 말하고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이 되어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10대에게 말하듯 써서 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을 읽을 사람은 우리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의 구조와 본질에 주목하고 정의로운 경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더 나아가 오랜 시간 그곳에 맞는 색깔을 가지고 형성된 마을이 덜 훼손되면서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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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활동, 어떻게 할까?』

이승훈∣ 도서관저널 ∣ 2021년 ∣ 259쪽

청소년 문화정보센터이지만 동네 어른들이 더 많이 방문하고 함께 하는 이곳을 방문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공릉동에 들어서자 마치 내가 자란 동네처럼 아늑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로 이미 소개된 곳이라 그런지 친근함과 편안함이 느껴졌고, 저자인 센터장님과의 면담이 참 따뜻하고 의미 있었습니다. 저자가 10년 동안 해 온 청소년 활동을 정리해서 담은 이 책은 청소년들만의 활동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이곳을 중심으로 주민들에게는 동네의 개념을 넘어서는 마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였고, 이 모임은 청소년 사회참여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을의 어른들과 청소년들은 따로, 또 같이 어울려, 마을의 모든 활동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도서관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마을공동체의 역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고, 학교와 다르게 배움의 공간으로 마을과 연결하려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계획하고 실천이 필요하며 그 실천이 자신들의 삶을 바탕으로 해야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남을 알게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약자도 살 만한 공동체’로 새로운 마을을 상상하고 ‘마을 교육력’을 고민한 점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의미가 너무 큽니다. 이런 센터들이 서비스 대행자로서 역할을 넘어 마을이 지닌 본디의 힘을 키워나가고 어린이, 청소년이 살만한 생태를 만드는 일, 공공적 역할을 강조하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전문성을 키워나가지만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실천해 온 점은 놀랍고도 대단합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가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우리가 이런 곳에서 아이들과 연대하고 함께 하기를 꿈꾸어 봅니다. 도시에 마을의 개념이 생긴다면 어느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기도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정보센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참여 #마을배움 #공동체 #공공성 #청소년활동 #도서관 #평생교육


『우리가 몰랐던 노동 이야기』

하종강 ∣ 나무야 ∣ 2018년 ∣ 176쪽

마을과 동네 이야기를 하다가 노동이야기로 넘어왔습니다. 노동이란? 노동자란?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습니다. 70% 가까이 학생들이 노동은 ‘힘든 일’ ‘허드렛 일’ ‘하기 싫은 일’이라고 대답했고, 노동자를 ‘청소부’ ‘부당한 대우’ ‘돈을 적게 받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대답한 학생들 대다수가 자신은 노동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니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답이 아직 어린 학생이라 몰라서 그리 대답했을까요?
어른인 우리 역시 제대로 노동교육, 또는 노동인권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지면 이러한 대답을 한 학생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겁니다. 아이들이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은 어른들의 생각이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노동은 직업이나 직장에서 댓가를 받는 행위보다 큰 개념으로, 자기 자신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과정이고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이러한 과정임을 어른들이 알아야 아이들에게 바른 노동인권 의식이 생기겠지요.
동네가 마을이 되려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유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가 내 일터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일터로서 우리 동네를 바라보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동네 일터 둘러보기’를 시작으로 그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일터가 노동환경으로 적합한 곳인지도 살펴보는 겁니다. 그런데 그 전에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생각부터 바로 잡고 접근해야 가능합니다.
노동인권을 접근하게 한다면 동네가 마을이 되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소개합니다.


#노동 #인권 #노동인권 #노동자 #노동조합 #노동의역사 #노동교육 #비정규직파업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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