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앤서니 브라운 전시회가 있어서 부푼 마음을 안고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책 밖을 빠져나온 원화는 글과 함께 읽는 것이 아닌 이미지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 하고,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실물 크기의 캐릭터와 배경은 마치 그림책 속 세계로 들어온 듯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책 속 세계를 영상으로 구현한 미디어아트, 캐릭터와 함께 하는…
유난히 춥고 어두운 겨울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쿠데타’나 ‘내란’은 없을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12.3 ‘비상계엄’은 도무지 실제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생생한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고, 두 달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대한민국을 곤두박질치게 합니다. 계엄을 바로 해제시켰음에도 이럴진대, 만일 그게 성공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요?…
2025년은 ‘내 손안의 작은 미술관’ 그림책의 해입니다. 1월엔 기발하고 재밌는 상상력으로 그려낸 집을 통해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곰은 자신이 행복하게 살 집을 찾고,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전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집도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멋진 집을 지어주는 이안도 있고, 작고 낡았지만 딱 알맞은 집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요즈음…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 잠시 숨 고르며 내 마음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정신없이 달리느라 아픈지도 몰랐을 그 마음을 찾아서 지친 마음은 달래고 힘들고 외로웠던 마음은 토닥토닥 다독여 새해는 모두 건강한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난히 힘겨웠을 2024년의 끝 달, 고단하고 헛헛한 마음을 포근하게 보듬을…
제 인생 그림책 『첫 번째 질문』(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천개의바람, 2014)을 펼치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질문들이예요. 맑고 투명한 수채화 그림들과 다정한 물음들 앞에서 왜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을까요? 그때는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없이 땅만 쳐다보며 집과 직장을 정신없이 오가던 시절이었죠. 그림책 한 권이 팽팽한 일상을 멈춰…
그림책을 보는 이유는 많습니다. 그림이 이쁘거나 구절이 시 같거나 이야기가 감동적이거나. 당연히 글과 그림 사이, 전체 이야기 흐름 등등. 시가 함께하는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작은 도서관에서 시 수업을 하면서 더욱 관심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쓰기 수업에 참여했다가, 겨울, 봄, 여름, 이제 가을에 관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시 쓰기에 도움을 주기…
나에게 상처를 주고 가슴을 흔들어 놓는 존재가 남이라면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안 마주치면 되니까요. 하지만 물보다 진한 핏줄로 이어져 있어서 안 보고 있어도 이미 내 혈관과 기억을 타고 흐르는 가족의 경우라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은 없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따뜻한 둥지가 되고 힘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