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리고 사람들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태어난 곳보다 두 배 가까이 산 서울을 고향이 아니라는 이유로(고향이라고 관심을 준 것도 아니지만) 서울을 다룬 책들을 읽으면서도 그다지 마음에 두지 못했다. 그러다 문화답사기 <서울편>을 접하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다시 둘러보게 되었다. 내가 다니던 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았었는지 알게 되니 그곳이 더 잘 보이게 된다. 사람들의 업적과 삶의 흔적을 따라가게 하는 책들을 모아 보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유홍준 ∣ 창비 ∣ 2017년∣ 415쪽,
유홍준 ∣ 창비 ∣ 2022년∣ 352쪽

유홍준 교수의 문화답사기 1, 2편을 너무도 재미나게 읽고 강진과 해남을 그대로 답사했던 나는 당연하게 저자가 지방에 사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나는 서울 사람 그것도 4대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이 주변에 거의 없었고, 서울이 고향이라는 말도 영 어색했다.
저자는 만나기 어려웠던 서울 사람이고, 나고 자란 서울의 변천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어 글이 실감나고 생생하며 의미와 더불어 재미까지 있다. 나 역시 태어나 자란 곳보다도 서울에서 두 배 이상 살다 보니 <서울편>이 낯설지가 않고, 그 시작부터 너무나 재미있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내친김에 창덕궁 해설을 곁들여 듣고, 후원도 비오는 연휴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예약을 했다. 책을 읽고 탐방이란 이런 이득이 있구나 싶게 와 닿았다. 다니던 길, 들렀던 곳, 내가 사는 곳에서 지척에 있는 궁궐이나 성북동 이야기를 알고 나니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다.
작가는 지식도 많으면서도 경험도 많고, 거기다가 글솜씨는 어찌나 훌륭하신지 작가의 열정과 진심이 그대로 전달되어 마음에 울림이 있다. 굳이 작가의 명언을 들먹이지 않아도 나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경험을 한다. 이리 정성들여 써 내려간 책을 통해 앎이 더해지니 책 읽는 즐거움이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답사기 9편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종묘가 그저 선조들의 영혼을 모신 것 정도로 생각했던 나에게 그 의미가 대단함을 깨닫게 한다.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궁과 후원, 그리고 창경궁으로 이어지는 세세하고도 정감 있는 이야기들은 조선 500년 역사를 실감나게 알려준다. 창경궁 역시 매번 지나가는 버스 길에 있는 궁이라고 둘러보는 것을 미루기만 했는데 단풍이 멋지게 들면 올가을에는 꼭 가보리라.
11편 성북동 이야기는 살고 있는 곳과 가까워 이리저리 다녀본 곳임에도 이 책을 통해 구석구석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알게 되니 같은 길도 다른 길이 된다. 익히 들은 이들은 알고 있어 친근하고, 처음 듣는 이들은 만나서 반갑다.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그들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살아갔을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이 느껴진다. 우리 모두 후손들에게는 앞선 시대를 산 선조가 될 것임을 생각하면 이 책이 더 정겹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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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김서울 ∣ 놀 ∣ 2021년 ∣ 221쪽

궁궐에 관한 책은 차고도 넘친다. 이 책은 제목만 아니라면 손이 가지 않을 정도의 책의 크기가 애매하고, 내용도 부실하게 보일 정도로 얇다. 책 표지 디자인도 별로다. 그런데 저자의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살펴보다가 흥미가 생겨 샀다. 제목에서 말하는 사적인 내용이 무엇일까 호기심도 한몫했다.
어차피 관심도 감흥도 사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출발하니까. 하지만 사적인 것이 지극히 사적인 것에서 끝나면 공감대가 약할 것이다. 저자는 궁궐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어서 그 사적인 부분이 매우 전문적이다. 궁궐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석수가 초점이 되면 그 돌이 주인공이 된다. 궁의 벽이 주목 받으면 벽지도 주인공이 된다.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는 큰 맥락에서 왕들의 역사를 짚고, 스토리가 강물처럼 흐른다면 이 책은 그 강줄기에 있는 작은 돌이 부각 되고, 작은 것들을 감상하게끔 구성되어 있다. 조선 왕조의 역사와 함께 궁궐을 살펴보았다면 궁궐 속의 작은 돌과 나무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권한다.
처음 궁궐을 찾았을 때는 많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모르면 내 경험이 기준이 된다. 그런데 답사기를 읽고 궁을 다시 찾으니 그 안에 건물이 보이고 그곳에 살았을 왕과 왕비들도 상상이 되었다. 더 자주 이곳을 오게 된다면 왕들의 스토리와 함께 한 궁궐의 사소한 것들이 더 눈에 뜨일 것 같다. 나무, 돌, 벽지, 그리고 문양 등, 산 시대는 달라도 교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도 여전히 여기에 있고 피고 자란 돌과 나무들을 통해 그 옛날의 궁에 살았던 사람들과 그들의 스토리를 만나는 것이다.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은 기록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궁궐의 돌과 나무, 여러 해 바뀌었지만 흔적이 있는 벽지, 그리고 문양, 그리고 불타서 다시 지었다지만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많은 건물들은 그 실체가 여기 그대로 있다. 이들은 역사와 함께 했고, 다시 이곳에서 이 시대 우리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본다. 그래서 여기서 표현한 사소한 것들이라 표현한 것들의 소중함과 의미를 안다면 더 풍부한 궁궐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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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권기봉 ∣ 알마 ∣ 2015년 ∣ 426


아주 오래전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7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서울의 일상 그리고 역사를 걷다-라는 부제목이 말하듯 걸으면서 서울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서울과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니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다.
이 책은 스산하고 힘든 시대를 거치느라 미처 챙기지 못했던 서울 구석구석 우리 역사의 흔적을 참 알뜰하게 모아 놓았다. 철들어 올라와 오랜 시간 머물며, 때론 차를 타고 지나가고 근처에서 살기도 하면서 걸어다니던 길들을 글로 접하고, 역사적 의미를 알게 해주니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도 들고 여유가 생기니 찾아보고 살펴보게 된다. 더구나 발전하는 나라의 위상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이제는 알려고 들면 정보가 넘쳐난다. 불과 7년 전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이 저자가 서울에 올라온 사람으로, 자신이 다니던 길은 물론, 역사가의 흔적이 있는 서울의 구석구석을 살펴, 그곳의 많은 정보를 글로 적어 책으로 낸 것이 놀라웠었다. 4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작가가 소개한 100여 곳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가서 보고 느끼고 살펴볼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답사 시리즈 <서울편>을 읽고 다녀온 창덕궁도, 아직 읽지 않은 경복궁도 또 다른 시각에서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궁들과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가는데 위 3권의 책이 서로 도와주고 조화를 이룬다. 이 책을 꺼내 다시 읽고 소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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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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