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추억은 음식으로 되살아납니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은 나이가 들어도 잊히지 않습니다. 한편 나이 들어 혼자 살게 된 후에는 주변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식사입니다. ”혼자 사세요? 그럼 식사는요?“ 라고 묻기도 합니다.
문학가는 나이 예순을 넘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도 한 번쯤 잊을 수 없는 밥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밥이 삶이고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시인, 소설가, 건축가, 시사 만화가, 화가는 추억으로 밥상을 차리고, 교수와 시인, 출판인은 밥으로 위로와 위안을 주고, 셰프는 맛으로 추억하는 음식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공선옥 외 ∣ 한길사 ∣ 2004년 ∣ 228쪽
작가는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 세상엔 맛있게 만든 음식과 맛없게 만든 음식이 있을 뿐이라고. 작가는 기억하는 음식을 순전히 자신의 입맛과 자신만의 추억을 위해 일 년에 몇 번이고 해 먹는다고 합니다. 어떤 작가는 밥이 당당한 길이거나 정직한 길이라고 여깁니다. 봉화에 사는 소년들에게 할머니가 지어주는 밥은 그냥 밥이 아니라 할머니의 사랑이며 눈물입니다. 곡성 ‘오두막집 할머니’는 평생을 오직 한 그릇의 보리밥과 토장 국 한 사발로 살아가며 어느 진수성찬보다 맛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직접 키운 콩과 보리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그릇의 밥을 얻기 위해 어떤 이들은 비굴해지고 남루해지고 치졸해 지지만 할머니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작가는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을 포기하면서 산다고 합니다. 바쁜 출근길에 벌어진 일입니다. 건축가는 여행을 가면 꼭 시장에 들러보곤 한다고 하고, 어떤 작가는 음식의 궁극적인 맛은 만드는 자와 먹는 자의 합작품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밥이 나옵니다. 전주 해장국, 비빔밥, 묵밥, 바나나, 에스프레소 등.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밥을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위로의 음식』
곽재구 외 ∣ 책숲 ∣ 2012년 ∣192쪽
14명의 작가가 말하는 치유의 음식이 나옵니다. 노천식당에서 아이로부터 나뭇잎 위의 삶은 콩을 대접받은 시인은 ”난 언제 당신에게 3루피 밥 한 끼 지어줄 수 있을까? 1루피 시 한 편 써 읽어줄 수 있을까“라고 시를 쓰기도 합니다. 어떤 작가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음식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자신이 아버지를 위해, 아니 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 만든 요리가 바로 쇠고기 로스구이였습니다. 음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교사 시절 학생 가정 방문했을 때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아이가 끓여준 라면과 더불어 나온 팥죽상, 동치미 한 그릇입니다. 출판인은 어린 날 자신의 혀를 감미롭게 만든 계란 비빔밥을 잊지 못합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며 자식들이 어느 날 문득 삶에 허기질 때 그 밥을 떠올리며 곤궁한 세상에서 맞설 용기를 내길 바랍니다. 기자는 서울 생활 내내 냉장고 안 필수품이 되어버린 자리젓 이야기를 죄스러운 마음을 담아 말합니다. 뜨거운 잔치국수에 떨군 눈물 이야기도 있습니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박찬일 ∣ 푸른숲 ∣ 2012년 ∣ 340쪽
셰프는 맛으로 인간은 인간다워졌다고 말합니다. 맛을 찾아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는 짜장면은 좀 침침한 작은 중국집에서 먹어야 맛이 난다고 하며 짬뽕은 국물이라며 목통과 철가방을 떠올립니다. 여름 음식을 생각하면 우물가에서 길어 올린 우물물에 갓 삶은 국수를 헹구는 어머니가 그리워집니다. 면에 열무김치와 김칫국과 깨소금이 더해지면 최고의 밥상이 됩니다. 여름의 국수라면 냉면과 콩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수박 화채를 해주시던 외숙모는 먹고 살만 했는데 세상을 떠났다고 안타까워하고, 아버지의 닭백숙은 단순히 열량만으로 전달하는 요리가 아닌, 기대 이상의 에너지까지 얻으려는 주술적 음식이라고 합니다. 칼슘이 부족한 시절 가족들은 닭을 뜯고, 뼈를 씹으며 고소한 선지맛을 만끽했다고. 그것에 더해 어머니는 닭껍질이 들어 있는 뜨거운 국물을 맘껏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어머니의 찬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 운동회 점심시간이면 다들 학교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먹습니다. 대부분 김밥 도시락이지만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찬합을 꺼내놓습니다. 밥이 한 단, 나물과 달걀 등속이 한 단, 고기나 생선이 한 단, 후식 한 단입니다. 어머니의 배추전 이야기 등 추억은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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