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같은 공부를 제외하고도 30년도 넘게 노동을 해왔습니다. 공부도 노동을 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었으니 사람은 한평생 중에 참 긴 시간을 노동을 하면서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의 개념조차도 제대로 잡지 못했고, 특히 자본주의 임금노동 그 관련성에 대한 개념은 더더욱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금노동을 마무리할 나이가 되어가는데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알게 하는 책들이 눈에 띕니다. 나아진 세상이 되어가는 것 맞나요?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
김철식외 지음 ∣ 오월의 봄 ∣ 2021년∣ 379쪽
이 세상을 움직여가는 힘은 노동이고, 이 사회의 주인공은 노동자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 책의 서문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요? 우리 대부분은 노동자이면서도 여전히 노동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외면합니다. 외면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사람도 늘어나지요.
이 책은 1부에서 노동의 개념과 그 역사적 변천을 살펴봅니다. ‘아담의 저주’에서 신이 내린 ‘소명’으로 노동의 개념이 바뀐 시점, 특히 임금노동은 자본주의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분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노동을 이야기하니 현재 임금노동이 자본주의 착취일 수밖에 없음이 좀 더 이해가 쉽게 되지요. 노동자가 만든 상품은 결국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의 이익으로만 가는 구조에서는 노동의 즐거움은 느끼기 어렵고, 고되고 하기 싫은 일로만 인식되는 거지요.
그러면 4차산업을 말하고 있는 지금이나 미래사회는 자본의 구조가 달라질까요? 여전히 노동인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책 첫머리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2부에서 다룬 노동자의 권리와 3부에서 말하고 있는 노동과 관련된 법과 제도 모두 더 철저하게 알아야 하는 내용입니다.
30년 임금노동자로 살아온 저하고도 너무나 긴밀해 제법 두껍고 딱딱한 내용인데도 술술 읽힙니다. 좀 더 일찍 이런 책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인 것이 비록 임금노동자로는 벗어나겠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임금노동과 무관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
안프레트 마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 297쪽
근대와 현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프랑스 혁명은 경제혁명과 함께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든 근간입니다. 소위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영국에서 시작된 경제 혁명은 이제까지 인류가 겪은 가장 철저한 생활환경 변화입니다. 자연과학의 비약적 발전과 <국부론>의 이론적 근거로 노동하는 인간이 도구로 전락합니다.
‘사물’로 전락한 인간은 만족을 주는 노동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서 소외되며 자본이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임금노동자로 최대한의 이윤을 달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거지요. 노동과 노동자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부정적 요소는 심화되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선언’을 하게 되는 빌미를 주고, 그 소용돌이에 아직도 노동과 정치는 긴밀합니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고 정치, 경제를 배우면서도 이러한 역사적 진실을 계속 외면하고 있었던 것 역시 우리의 정치사와 무관하지 않지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노동인권교육이 명시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만 노동인권교육을 배우지 않은 교사들이 과연 제대로 된 노동인권교육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여러 경험을 한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노동관련 내용을 다루는 글과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더더욱 노동인권이 공론화 되기를 바랍니다.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
차남호 ∣ 철수와 영희 ∣ 2013 ∣ 323쪽
현장직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20년 넘게 노동운동을 했다는 글쓴이가 평생을 자신이 했던 노동운동을 정리했습니다. 10대가 읽을 수 있게 쓰려고 했다는 이 책은 내용이 너무 알차면서도 진솔합니다. 뭐랄까? 알짜배기 모든 것들이 농축되어 있는 엑기스를 만난 느낌인데 그래서 진한 씁쓸한 맛이 더 강합니다.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기초적 인식은 여전히 체화되지 않고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는 누구이고 왜 노동자가 생겼는지 역사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유익합니다. 자본주의 발달과정을 이해하면 왜 일하면서도 가난한지를 알게 되지요. 제대로 알려주어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지 않으니 노동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거지요.
2부에서 다루는 노동관계 법령과 제도는 모두 알아야 할 중요한 상식같은 내용임에도 왜곡된 시선으로 그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 알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노동관련 내용을 배우냐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과연 미래의 노동자이기만 할까요? 고등학생의 경우 37.4%, 중학생도 20%(201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사)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면 어떠신지요? 아직도 노동인권교육이 청소년 시기에는 다룰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신지요? 그러한 생각을 하는 어른들은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교육을 배웠다면 좀 더 행복한 노동자로 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어른들부터 노동인권교육을 해아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학교에서 정작 알려주어야 할 것들을 외면하고 있었음을 시인하고, 학교교육에서 반드시 노동인권교육을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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