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많이도 사용하는 ‘마음’이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을 찾아보면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이라는 풀이가 맨 위에 있습니다. “내 마음이야.” 할 때, “내 품성이나 성격이야”라고 고쳐 말해보니, 이 단어가 주는 약간의 무게감을 생각하고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본래부터 지닌 내 성격이나 품성에 좀 더 내가 귀를 기울이고 내 마음을 살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 단어가 연상되는 책을 골랐습니다.



『시의 마음 붓의 노래』

나승인 ∣ 문학의 숲 ∣ 2022년 ∣ 160쪽

도록이 아닌 작품집을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작가의 서문과 그 작가를 더 잘 알고 있는 듯한 작가의 지인, 이문재 시인이 쓴 발문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서문과 발문을 여러 번 읽을 만큼 이 작품집은 여백이 많아 그 여백의 의미를 파악해야 해서입니다.
끝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들이 사는 과정이지 싶게,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우린 우리 자신을 드러냅니다. 작가는 붓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글씨는 작가의 마음인지라 그 마음이 시가 되어 울림을 줍니다.
나에게 서예란 체본을 받아 따라 쓰는 것으로, 쓰기도 어렵고 그럴듯하게 써질 정도로 연습도 하지 않은 채, 붓을 놓았던 경험이 있어서 이 글씨들이 더 감동스럽습니다. 서예가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었음을 이 작품집에서 깨달았다고 하면 너무 어리석은 고백인가요?
작가의 책 <당신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에서 이미 작가의 마음을 엿본 저는 이 작품집이 작가의 또 다른 예술의 경지임을 느낍니다. 예술이란 예술가의 성격과 품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를 다양한 형태로, 형상화한 것이 분명합니다. 붓의 끝으로 살아난 작가의 성격과 품성을, 작가의 생각, 감정들을 글씨를 통해 보는 귀중한 경험을 하기를 바랍니다.


#서예 #서도 #예술 #글씨 #붓 #캘리그라피 #시 #품성 #감동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아니타 트르자니 ∣ 산티 ∣ 2012년 ∣ 310쪽

“내가 겪은 것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며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고 시작한 서문이 아니라도 죽음을 체험한(임사체험) 글이라면 별반 읽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은 사실 죽음을 체험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현재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내기까지의 과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아서, 믿기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경험들이 제 마음 안, 깊게 들어왔습니다. 자신이 암에 걸린 이유로 두려움을 꼽고,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작가의 이야기는 저를 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내가 참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나를 열어놓기만 하면 언제든 내게 필요한 것이 주어진다는 것을, 내가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않으면 내 주변 사람들도 그들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나 자신을 허용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라’ 이 모든 말이 모두 제 마음을 세게 흔들었습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말들 같지만 우리는 진실된 말들은 느낍니다. 언뜻보면 비슷한 작품같지만 감동을 주는 작품이 많지 않듯이 말입니다. 감동이란 그 안에 진실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지요. 믿기 어려운 거하고 진실이 느껴지는 것하고는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입니다.


#암 #임사체험 #마음 #치유 #불안 #두려움 #본질 #기적 #치료


『화가의 우연한 시선』

최영미 ∣ 은행나무 ∣ 2013년 ∣ 247쪽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더(?) 잘 알려진 시인 최영미가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작품을 해석한 글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 책이 2002년도에 나왔다가 10년 후인 2013년에 다시 엮었다고 하니 그 후로도 1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네요. 감동을 주는 미술작품이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표현들과 시인의 표현에서 살아나, 제 마음을 흔들고 작품에 빠져들게 합니다. 최영미 시인은 여전히 서른 살, 그 매력적인 나이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보이려면 알아야 하고 좋아하려면 자주 접해야 하는데, 미술작품은 잘 알지도 자주 접하지도 못해 주눅부터 들곤 했던 제가 미술관 울렁증을 조금은 극복한 굉장한 경험을 했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이해할 수 없어도 내 마음을 건드린 것입니다. 오래 머문 스페인에서 많은 시간을 미술관에서 보냈는데, 많이 보니, 찬찬하게 보니, 보고 또 보니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그림들이 더 생기더라고요. 마음이 한 번 건드려지니 그 틈으로 감동들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작품을 보는 제 시선이 따뜻해지고 작품들이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이집트의 초상 조각에서 1960년대 미국의 에드워드 호퍼 작품까지 제목처럼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작품을 해설하는 시인의 시선이 다시 그 작품을 보여줍니다. 미술작품은 보는 것이 감상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작품을 말하고 있는 글 속에서 더 깊은 감상을 경험합니다.


#그림 #미술작품 #시대 #미술사 #시인 #서양사 #시선 #대화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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