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큰 위로와 감동을 줍니다.
특히 어른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어른그림책은 책을 읽고 난 뒤에도 눈과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기곤 하지요.
우리 어른그림책연구회에서는 그러한 아름답고 감동어린 어른그림책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그 첫 번째, ‘내게 행복을 안겨주는 그림책’ 세 권을 만나보세요.
『바다로 간 화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언 옮김|풀빛|2017년|30쪽
오랫동안 도회지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가난한 화가가 수염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가던 어느 날, 바다를 보고 싶은 간절함에 병이 날 지경이 되어 가진 것을 모두 팔아 섬으로 가 바다를 그리며 행복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진심어린 문장들과 모나지도 퍼지지도 않은, 푸근하고, 깊고, 몽환적인 색과 선들이 어우러진 이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마음 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추억과 소망과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날 것입니다. 누가 읽어도 좋겠지만, 그동안 바쁜 삶에 치여 자신의 소망을 꾹꾹 누르며 살아온 어르신들께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바다로 간 화가의 행복한 미소를 건네 드리고 싶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주디스 커 글.그림, 공경희 옮김|웅진주니어|2017년|32쪽
나이 들어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서글픈 일일 것입니다. 싱싱했던 피부가 쪼글거리고 무얼 짚지 않고선 바로 일어서지 못하는 몸의 변화도 서럽지만, 자녀들이 하나 둘 집을 떠나가고 오래도록 곁에 있어줄 것만 같던 배우자마저 떠나, 매일매일 텅 빈 집을 혼자 어슬렁거리다 혼자 잠들고 혼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그런데 그 아픈 가슴을 핑크빛 상상력으로 물들여 행복을 되찾은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녀는 매일 오후 네 시에서 일곱 시, 천국으로 떠난 남편 헨리를 소환해 냅니다. 그리곤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사자들과 달리기도 하고 공룡타기도 하고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차도 마시지요. 어느 날엔 인어를 만나러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둘이 소파에 가만히 앉아 젊은 날의 추억을 소곤거린답니다.
핑크와 연두, 보라와 블루의 하늘하늘한 그림들만큼이나 어여쁜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도 핑크빛으로 물들여지고, 그리움은 이야기가 되어 텅 빈 시간을 촘촘히 메워줍니다. 행복이 필요한 모든 분들께 권합니다.
『결코 늦지 않았다』
신현수 글, 오희령 그림|백화만발|2020년|52쪽
오랫동안 했던 일을 떠나기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다 끝내고 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그 많은 시간이 모두 다 내 거라서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굳세게 마음도 먹고, 떠나는 연습도 숱하게 한 정년퇴임이지만, 막상 학교를 떠나보니 교감 선생님은 서운함과 먹먹함에 결국 병이 나고, 이젠 즐기며 살라는 자식들의 성화에도 온전히 마음 쏟을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게시판에 붙은 보디빌더 대회 벽보를 보고 이거다 싶은 할아버지의 도전이 이제 시작됩니다.
제2의 인생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생기 있고 유쾌한 그림으로 껴안아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전해줍니다. 다시 날아오를 당신의 시간을 응원합니다!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어른 그림책 연구회
어른그림책연구회 – 백화현, 배수경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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