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아직도 용기가 필요하냐고요? 그럼요.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내려놓는 용기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미움받을 용기’처럼 용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요.



『미움받을 용기』

기사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게 지음 ∣ 전경아 옮김 ∣ 인풀루엔셀 ∣ 2014년 ∣ 331쪽

용기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용기를 내야 하는 에너지가 나를 위해서 아니라 상대방을 향해서였나 봅니다. 상대방을 위해 굳세고 씩씩한 기운을 갖는다는 것이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그 에너지가 나를 커다란 돌의 무게처럼 누르고 심지어 몰아세우는 듯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용기는 나를 위한 용기, 나를 나로 인정하는 용기, 그래서 나를 도닥거려주는 진정한 위로의 용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말도 말하는 각도에 따라 많이 달라지네요. 심리학자 아들러의 말이 자기 계발을 위해서나 자신을 몰아세우는 근거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거부’하라는 의미로, 결국 나에게 집중하라는, 그런데 그 말이 또 결국은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인 것 같아서 그게 그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나를 향하는 기운에 무게를 실어주는 이 책에서 말하는 아들러의 ‘용기’가 더 위로가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그냥 그 제목만으로 너무 강렬해서 다 읽었다고 생각했나봐요. 전혀 읽지 않고도 다 읽었구나 착각했을 정도로요.
나이에 따라 내야 하는 용기도 변했습니다. 어린 시절 용기는 사소한 것에도 다 필요했고, 젊었을 때는 용기는 정말이지 사생결단을 해야 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 하나는 이제 그런 힘든 일에 내야 할 용기들이 줄어든 것도 꼽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내려 놓는 용기조차도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엇이든 자각 없인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용기 내고, 그러기 싫으면 그것마저 안 하려는 용기도 내봅니다.


#용기 #미움 #관계 #병리적현상 #미움받을용기 #아들러 #행복 #칭찬


『배움의 공동체』

손우정∣ 해냄 ∣ 2012년 ∣ 251쪽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는 저는 이 책의 서문에 ‘선생님도 배우고 싶어한다’라는 문구가 목에 탁 걸렸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평가받고 싶진 않지만 배우고는 싶은 거구나! 나 역시 평가 받는 것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배움의 즐거움을 알고도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경쟁을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배움에 대한 즐거운 경험이 있으신지요? 학교를 일찍 떠난 사람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 학교라는 공간에 있다 보니 배움의 즐거움을 더 늦게 알게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배우는 공간인 학교라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배움의 즐거움을 빼앗겼구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수업을 디자인한다’는 말을 학교에서 사용하고, 선생님들과 실천한 지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보여주기 수업연구가 아닌 아이들 배움의 지점을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힘찬 출발만큼 이제는 수업의 혁신이 마을공동체라는 영역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스스로 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함을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다 아는데 왜 어른들은 시키는 교육의 수월성만 기억하는지 저부터 반성합니다.
내려놓은 용기와 미움받을 용기를 내서 배움이 있는 학교, 행복이라는 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리고 마을이 있는 사회에서 서로 배우는 마을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 여전히 우린 용기가 필요합니다.


#배움 #용기 #공동체 #민주주의 #수업 #탁월성 #수업디자인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 해냄 ∣ 2020년 ∣ 259쪽


‘용기’라는 화두의 마무리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룬 성과가 너무도 대단함에도 여전히 우리는 매사에 두려움이 있다고 느낍니다. 저자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가며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강한 자아’인 개인의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강연이 얼마나 강렬했을지 책으로 읽으면서도 너무도 격하게 동감했습니다. 이 책은 저 역시 번번이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일까? 개인적인 고민을 참 오랫동안 한 적이 있는 저에게 어느 정도 답을 준 것 같습니다. 개인적 경험이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자꾸만 개인적인 문제로만 풀어내라 강요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개인적인 두려움으로만 치부했던 것이지요.
저자는 용기내기 어려워 드러내 말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깊은 통찰력과 정확한 진단으로,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 근본적이지만 불편해서 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야만이고, 우리 대학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우리 교육은 변해야 하며 민주주의는 교육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력하고 충격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경쟁 교육에 익숙해져 지금의 불행을 만들었음을 힘주어 말하고, 경쟁의 논리로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하게 흘러가는 것을 묵인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정치민주화는 용기를 내는 일에 큰 희생이 따르고, 그래서 그 용기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정작 내 안의 나를 위해 내야 할 용기에는 눈감았지 않았나 합니다. 압도당하고 학습되어진 약한 자아를 위해 이제 진정한 용기를 내야 할 시간입니다.


#어쩌다어른 #정치민주주의 #일상의민주주의 #용기 #민주주의 #대화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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