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식 이야기 – 음식이 나오는 시와 책과 함께 하는 음식이야기

 

책을 읽다 보면 책 속 다양한 모습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책을 다시 읽기도 합니다. 책 속 음식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한 명의 시인에게서 놀랄 만큼 많은 음식에 관한 시를 만나고, 음식을 직접 만들고 문학과 음식으로 삶을 살아온 푸주한이 쓴 글도 있고, 식탁으로 특별한 책을 초대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 자체도 즐거운 일이지만, 책으로 음식을 먹는 일도 그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피셔는 음식이 인간의 사고와 행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식이 육체, 욕망, 영혼이라는, 주체를 구성하는 세 가지 차원에 걸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외부에 있는 무언가가 인간의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기에 책도 읽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책 3권을 소개합니다.



『백석의 맛』

 소래섭 ∣ 프로네시스 ∣ 274쪽 ∣ 2009년

이 책은 “음식에 대해서는 알아도 음식이 시가 될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숨겨진 ‘맛집’은 알아도 맛있는 시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 ‘칼질’은 능숙해도 시는 어려워 못 읽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음식은 맛나고, 시도 맛깔스럽다. 그러니 음식을 다룬 시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강조합니다.
백석 시 가운데 메밀국수, 청배, 가재미, 수박씨와 호박씨, 무이징게국, 달재 생선, 떡국 등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백석 시 100편 중 60편이 음식이 나오는 시고, 음식 종류도 110가지나 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을 읽는 것인지 음식을 먹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작가는 “백석 시에서 음식은 물질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것이기도 하다.
백석 시에서 음식은 허기를 달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어떤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며, 그러한 욕망을 넘어서 있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습니다. “하루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연‘ 속에서 나오는, 백석 시 <국수>를 말한 부분을 살펴봅니다. ”국수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을과 인간을 분리하기 어렵듯, 이 작품에서는 국수와 인간을 분리하기도 어렵다. 국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삶을 같이하는 어떤 존재로서 드러난다.“라고 말합니다. 백석의 음식지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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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홀린 음식들』

 카라 니콜레티 지음, 매리언 볼로네시 그림, 정은지 옮김 ∣ 뮤진트리 ∣ 356쪽 ∣ 2017년

저자는 푸주한들과 음식 애호가들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요리와 함께 생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리와 사랑에 빠진 것은 독서를 통해서라고 말합니다. 인생 전반기는 요리와 독서를 내면으로 받아들였다고. 책의 등장인물에 공감했는데, 그들이 먹는 음식들을 요리하면서 그들과 가까워졌다고.
이 책은 저자가 ’문학 속 저녁식사‘모임을 하고 디너파티가 잘 되자 ’냠냠북스‘ 라는 음식사진이 풍성한 블로그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나왔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면서 식당일을 했는데, 그곳에서 책과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식당 탈의실에서 동료들의 가방에서 나온 헤밍웨이와 포크너, 모리슨과 플라스 책을 보게 되었고, 최근 읽은 단편과 쓰다만 성장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임을 가진 것입니다.
저자가 읽고 마음에 남아 있던 책들을 고르고 책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헨젤과 그레텔> <낸시 드루>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비밀의 화원> <샬럿의 거미줄> 책과 함께, 소시지, 케이크, 초콜릿, 도넛, 건포도빵, 수프 등 음식이 나옵니다. 어른도 좋아하는 책<빨간 머리 앤>과 논픽션 소설<인 콜드 블러드> 함께 나온 이야기 일부를 옮깁니다.
”몽고메리의 음식에 대한 글쓰기는 전설적인데, 특히 <빨간 머리 앤>시리즈에서 그렇다. 이 시리즈에는 산딸기 주스, 바닐라 아이스크림, 레모네이드,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자두 푸딩, 파운드케이크, 산딸기 타르트, 코코넛 마카롱이 나오지만,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것은 이 삼킬수 없었던 초콜릿 캐러멜이다. 툭하면 터무니 없는 소동에 빠져드는 이 책에서 이 장면은 열한 살 소녀가 경험해온 비극과 슬픔을 희미하게나마 보여준다. 몽고메리가 자신의 삶에서 겪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비극들이다.“
“몇 년 전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읽은 뒤로, 체리 파이를 먹거나 만들 때면 늘 낸시 클러터가 떠오른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전하고 결백한 여성인 그녀의 마지막 행동은 이웃의 십대 졸렌 카츠에게 완벽한 체리 파이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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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책들』

 정은지 ∣ 앨리스 ∣ 268쪽 ∣ 2012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화기애애한 자리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나는 혼자 먹는 밥이 더 좋다. 왜냐하면 더 탐욕스럽게, 온전히 먹는 것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좋아하는 것은 그래서 혼자 먹는다.” 그렇게 저자는 밥을 먹으며 식탁에 책을 초대합니다. 그 책은 “수십 번도 아닌 수백 번 읽어서 이미 외운 지 오래인 책들”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먹는다.”고. 그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쾌락이라고 말합니다. 모험가의 식탁에 나오는 <빨간 머리 앤>과 <창가의 토토>를 소개합니다.
“마릴라는 목사 내외를 초대하며 에이번리의 그 어떤 주부에게도 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물밑에서 경쟁심을 불태우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물색 모르는 앤의 케이크가 마릴라의 야심을 한 방에 수포로 만들었다.” 이어 원인이 된 ’바닐라‘ 향료이야기가 나옵니다. “토토네 엄마는 계란과 덴부, 완두콩, 명란으로 소보로를 만들어 밥에 얹어 주었다. 이를 소보로돈이라고 한다. 소보로돈 역시 도시락으로 인기다. (…) 분홍홍색과 노란색과 연두색과 갈색으로, 꽃밭처럼 화려하게 펼쳐진 토토의 도시락에 전차 교실에는 환호성이 터졌다. ‘산과 바다’라는 교장 선생님의 소박한 교육철학에 진심으로 감탄한 엄마가 그런 도시락을 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 도시락 문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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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태

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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