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그림책 이야기 –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

표지가 이쁩니다. 오픈북이라고 하지요. 표지를 드러내기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제 책장에서 그렇게 표지로 저를 반깁니다. 책 제목을 둘러싼 넝쿨 모양으로 잎사귀가 에워쌉니다. 마치 책이 숲속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지 모르지만 저는 책을 펼칩니다. 이런 글이 나옵니다.
“여기 책이 한 권 있어요.
아무도 펼쳐 본 적이 없는 책이에요.
그래서 책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몰라요.”
이 책을 처음 읽고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아니 띵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속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아닌가요? 펼쳐보겠습니다.
아닙니다. 바람이 ‘사라락’ 책을 펼쳤습니다.
책장 위로 나뭇잎이 날아다니고요. 이어 총총총 바쁜 토끼가 지나가고, 바람이 책을 넘기고, 꿩이 후다닥 날아가고, 다시 바람이 책을 넘기고, 어슬렁 호랑이가 다가오고, 바람이 사라락 책을 넘기고 커다란 멧돼지가 퉁퉁퉁 다가옵니다.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책을 펼쳐보지 않습니다. 책을 툭 밟고 지나가거나 책 위에서 통통거리며 날아가 버리거나 책이 있는 줄도 모르고 꾹 밟고 지나가거나 킁킁거리다가 지나치는 거죠.
언제 누가 책을 보게 될까요? 아마 동물들이 그러지 않을까요? 아닌가요?
“숲 속에 책이 있네요.
책 속에 내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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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그림책은 개구리가 읽고 있고, 초록책은 토끼가 읽고 있고 곰도 하늘색 책을 읽고 있습니다. 무당벌레도 우산도 보이고요. 이제 책을 엽니다.
조그만 책이 나옵니다. “펼쳐 봐…….”라고 하면서 더 작은 빨간 그림책이 나옵니다. 무당벌레가 읽는 책이라면서 더 작은 조그만 초록 그림책이 나옵니다. 이어 개구리가 보는 조그만 주황 그림책이 나옵니다. 책은 점점 작아집니다.
특이한 구성입니다. 무당벌레가 개구리와 함께 연못에서 놀고, 개구리가 토끼 이야기를 읽는다는 장면에서는 무당벌레와 개구리, 토끼가 손을 잡고 뛰어갑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어 더 작은 그림책이 계속 나옵니다. 곰이 나오고 거인이 나옵니다.
“무당벌레는 개구리 이야기를 읽고
개구리는 토끼 이야기를 읽고
토끼는 곰이야기를 읽고
곰은 거인이야기를 읽고……..”
책 속으로 들어가면 누구든지 가능할까요? 책에 푹 빠져야 가능합니다. 그렇게 해 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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