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속 깊은 울림 – 짧은 글로 전해주는 깊이 있는 이야기들

 

벌써 6월,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 2025년도 절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날씨는 더워지고, 연초에 세웠던 결심들도 하나, 둘 느슨해져 가고 있는 시기. 긴 흐름의 글보다는 짧은 글들에 손길이 가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하지만 짧은 글들이라고 해서 그 깊이가 얕지는 않습니다. 이번 달에는 삶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짧은 소설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낸 세계적인 음악가의 유고 에세이, 친근한 연예인의 다정한 산문집.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책 세 권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1.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지음 | 레제 | 2023년 | 304쪽

20편의 짧은 소설이 실린 김연수 작가의 책입니다. 작가는 여러 서점과 도서관에서 낭독회를 열어 독자들에게 짧은 소설을 들려주었고,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그 내용을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물들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소설들입니다.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장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김연수 작가의 새로운 형태의 소설로 낭독회에서 읽혔던 이야기들인 만큼 소리내어 읽으면 더 좋습니다. 책 속 소설들은 짧은 이야기들로 결말이 명쾌하게 나오지 않고, 열린 결말로 각 이야기들이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더욱 생각이 많아지고, 읽고 난 뒤의 여운이 길게 느껴집니다. 또한 이 책은 독자들 중 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표지의 초록빛 물의 흔들림이 기분 좋은 청량감을 느끼게 합니다.

“소설가는 몰라도 되는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그 세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인 셈입니다. 그리고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조지 오웰이 광부들의 세계에 대해 말한 것도 다정함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 가능성으로만 숨어 있던 발밑의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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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지음, 황국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 396쪽

일본의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1952년~2023년)의 유고 에세이집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되돌아본 인생에 대한 기록들이 담담한 시선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암 투병을 하며 겪은 힘든 시간들, 연주를 하며 돌아다닌 많은 나라에서의 추억들, 다른 음악가들과의 교류 이야기 등 음악가의 일상 이야기가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음악으로만 알고 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진솔한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내 앞의 시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시간이나 남은 걸까요? 하루 하루를 더 사랑하며 소중하게 여기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병에 대해 고백한 뒤로는 마음이 깔끔하게 정리돼, 비교적 냉정하게 죽음을 내다보며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검토를 해나갔습니다. 일본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계속 호텔 생활만 할 수도 없었기에, 거주지를 어떻게 할지, 만약 죽는다면 누구에게 부고를 전해야 할지, 장례식은 어떤 형식으로 치러야 할지…. 이런 사소한 것들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제 의사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니까요. 살아 있는 동안 이 연재를 마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음악가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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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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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제야 보이네』

김창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 324쪽

1995년 가수 김창환은 첫 산문집을 세상에 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올해, 2025년에 새로 쓴 글들과 직접 그린 그림들을 더하여 이 책을 냈습니다. 가수로서 데뷔 48주년을 맞고, 연기자와 DJ, 화가로서 활동하는 그는 일흔 넘게 살며 수많은 곡절을 지나고서 “이제야 보이네” 라고 말합니다. “이제야 보이네”라는 말, 공감되시지 않나요? 삶의 많은 곡절들을 지나가고, 어느 정도의 연륜이 쌓이면 할 수 있는 말, 젊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으나 한참이 지난 후 다시 돌아보자 보이는 것들. 이제야 보이는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입니다. TV에서 많이 보아 얼굴을 아는 저자라서일까요? 잔잔한 감동을 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글들이 친근하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나는 그렇게 그 집에서 태어났다. 집은 생명이 탄생하는 장소다. 생명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갯벌에 사는 게나 제비, 까치, 개미 등 거의 모든 동물이 굴을 파거나 나뭇가지를 엮거나 흙을 쌓아 올려 제각기 경이로운 집을 짓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들이 집을 짓는 장면은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숙연하고 숭고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생명이 깃든 장소로 지어진 집이야말로 아름다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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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사서

도서관 인생 16년.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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