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느슨한 연결

 

나이에 따라 현실 인식이 다를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중요했던 것이 그 시기가 지나면 그다지 중요하거나 절대적이지 않기도 하다. 같은 시기라 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인식의 차이도 있다. 문학적 서사를 접하는 독자의 경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생각으로 그 서사를 받아들이는 차이는 있지만 많은 이가 공감하고 사랑하는 문학작품은 문학적 서사가 주는 간접 경험이 매력적으로, 공감으로, 때로는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적 서사를 통해 한 번만 살 수 있는 인생이 풍부해진다. 문학적 서사인 소설책이 주는 매력은 내가 살고 있는 현재는 물론이고 살지 않았던 시대, 그리고 살 수 없는 미래까지 아우르고, 작가의 진정성과 다양성으로 내 삶이 확장되는 놀라움을 경험하게 한다.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김민섭 ∣ 북바이북 ∣ 2023년 ∣ 220쪽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제법 유명세를 탔던 작가를, 기사로도 제대로 접하지 못한 나는 유명세를 탄 상황과 그 전후 맥락이 담긴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어떤 글을 읽을 때 저자를 많이 의식하는 것이 때론 글이 주는 매력을 많이 감소시키기도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작가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독자에게 위로와 감동 또는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이 책의 경우 그랬다.
글을 쓰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특히 단행본으로 묶을 때 내가 쓴 책이 누군가에게 여러 이유로 소용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글을 쓰는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그 소용이 자극, 감동, 위로 등. 쓰는 이유만큼이나 다양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공부하고 쓰는 논문들이 누군가와 연결이 되지 않고 소용이 닿지 않았으며 자신이 먼지처럼 부유하는 느낌이었다는 표현을 했다. 그래서 대학을 나와 논문 쓰기를 관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강연과 글을 쓰면서 누군가와의 느슨한 연결을 시도하고 노력한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이 글은 나에겐 일단 위로가 되었고, 감동과 자극까지 되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이 글이 나에게 작가와의 느슨한 연결과 소용이 된 것이다.
대학의 시간강사와 맥도날도의 아르바이트 비교해, 노동과 생계를 말한 저자의 경험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후 저자가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기를 마음 먹고, 마음에 그치지 않고 실현한 일들이 놀라웠다. 그리고 매번 다양한 각도에서 느슨한 연결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작가의 뒷이야기는 이런 생각도 들게 했다.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나 내가 아는 누군가가 아닌 이도 될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순간 우리는 작가가 말하는 느슨한 연결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이런 선한 영향력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에게 있는 마음으로, 결국 나를 위한 마음이다. “우리가 도운 가장 연약했던 시절의 한 개인이 결국 우리의 연약한 세계를 구원해 낸다”는 작가의 말은 울림이 크다.
책의 한 쳅터인 ‘나와 닮은 사람 지키기의 당신을 고소합니다’ 내용은 속이 다 시원해지는 에피소드로 저자를 더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피하고 냉담해지는 대신 상처받지 않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도록 적극적 대응이 또 다른 선한 영향력을 만든다”. 는 글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와의 만남에서 그 뒷이야기를 물었었다. 그때 작가의 대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자신 역시 고소 과정에서 괴물이 되어 가는 걸 알고 놀랐다는 고백이다. 작가의 글이 진정성과 힘이 있는 이유는 작가의 삶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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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 창비교육 ∣ 2021년 ∣ 272쪽

학교 도서관을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20년 넘게 모임을 하면서 당연하게 서점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오래전 이 책 속의 서점 같은 곳을 간 기억이 떠 올라 매우 친근하게 읽었다. 주택가 사이에 아래층을 서점으로 꾸민 그곳은, 만약 내가 이런 집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집을 서점으로 꾸밀 생각을 했을까 하며 둘러보았다. 책을 좋아하거나 관심 있으면 당연하게 서점에 관심이 가지만 서점을 내 일터나 내가 해야 할 업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이런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쉼이 있는 공간에서 책과 함께 안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대단한 이야기가 없어서인지 그냥 내 모습이고, 내가 만나는 이웃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서점이라 함은 책이 있고, 책을 사고 파는 공간으로만 인식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책이 주는 위안만큼 쉼이 있는 공간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그냥 이 책에서 책을 빼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 서점을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달리다가 멈추어선 공간으로 그곳을, 어떤 사람은 자신을 찾아가는 공간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배려받고 치유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느끼는 안정감만큼 편안하다. 서점 주인인 영주의 멈추어 서기 전 삶이, 내 삶의 어느 시기와 닮아있으며, 바리스타 민준의 성장이 힘겨워 안쓰럽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응원하게 된다. 이 서점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물고기들처럼 유영한다. 이곳엔 배려가 있고, 사랑도 있고 적당한 거리 두기로 인한 쉼이 있다. 바다라는 숨쉬기 어려운 공간에서, 목에 차오르는 숨참이 없고, 모두 부레라도 달린 듯 자연스럽게 물에 유영하게 한다.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고 부럽다. 소설을 써볼까 하고 시작되었다 말하면서 서점의 이름이 ’휴‘로 시작되고 구체적으로 그려 놓은 것은 없지만 영화<키모네 식당>과 <리틀 포레스트> 같은 분위기는 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어떤 글을 쓸 때보다 즐거웠다 말했다. 미치도록 부러운 말이다. 단 한 번이라도 소설을 쓰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경험인 줄 알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어쨌든 이 소설은 작가의 이런 부러운 고백이 아니더라도 너무 자연스럽고 그 흐름이 유연하다. 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편안한 몸놀림을 경험했다. 책이 더 좋아지고 서점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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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흐르는 대로』

지나영 ∣ 다산북스 ∣ 2020년 ∣ 308쪽

마음이 흐르는 대로 놔두거나 알아차리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놔두지 못할 상황이 대부분이고 지나고 나서야 알아차리는 일이 태반이다. 그러면 내 마음을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 나를 들여다보는 훈련을 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많은 것을 실천할 수 있는 현명함과 노력과 진정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이것 말고도 늘 어떤 자극들이 나에게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존스홉킨스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정신없이 달려온 삶이 하루아침에 멈추었을 때.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짚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으며 정리한 글이다. 저자는 의지가 대단하고 너무나 열정적으로 살았으며,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맞서고 뛰어들고 나아갔다. 열정적인 저자의 이야기가 때론 좀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부분 시원하고 위로도 되었다. 그가 존스홉킨스 대학 의사라서가 아니고 불치병에 걸렸으면서도 이겨내는 의지가 대단해서도 아니다. 그가 그의 삶을 해석하는 자세와 마음에서 자극과 감동과 위로가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미국이라는 공간에 갈 상황도 공부를 잘할 여건도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그녀의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마음은 늘 앞으로 나아가는 쪽으로 흘렀고, 그 흐름을 그는 거스르지 않았으며 좌절하지도 않았다. 불치병을 맞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난관에 부딪치거나 멈추어 서 있어야 했을 때야말로 남이 아닌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마음을 거스르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을 것이고, 나다움을 방해할 것이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를 이 책을 통해 얻기를 바란다.
이렇게 자기답게 살기 위해 어느 한순간 지난한 노력을 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풀어 놓은 책을 묶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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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