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하는 느낌이 어떤가요?
달력을 한 장씩 넘기다가 마주하는 12월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크리스마스, 송년 모임 등 연말 분위기에 조금은 흥분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여기 보이지 않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한해의 끝과 시작, 시간의 흐름을 곰곰이 새겨보면 어떨까요?
『농부 달력』
김선진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 56쪽
이 그림책은『나의 작은 집』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했던 김선진 작가의 작품입니다.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라는 부제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 속에는 농사를 짓는 부부의 1년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의 흐름이 펼쳐지는데 참으로 정겹습니다. 두둑두둑 밭고랑을 내며 봄을 깨우고, 툭 투둑 여름 장마가 지나가고, 톡 토독 밤 따는 소리에 가을이 짙어가고, 소로록 눈을 만나 겨울이 깊어갑니다. 단순히 농사짓는 기록을 뛰어넘어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순응하고, 이웃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엿보다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장면 장면마다 깨알재미를 주는 글들이 구수한 사투리로 박혀 있기도 합니다. 책의 끄트머리 “올해도 수고했네.” “영감도 수고했소.” 라는 글을 읽다보면 마치 모두를 위로하는 듯합니다.
2022년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1년을 되짚어 보고, 올 한해 소중한 추억들을 곱씹어보면 어떨까요? 토닥토닥~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무의 시간』
이혜란 지음 | 곰곰 | 2021년 | 32쪽
이른 봄, 앙상하고 구부정한 나무 묘목이 땅에 뿌리를 내리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차례 반복되는 사이, 해가 뜨고 지는 수많은 날, 달이 차고 기우는 여러 달을 살아냅니다. 가느다란 나무 묘목이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하는 과정의 시간이 그려진 그림책입니다.
매서운 태풍바람에 작은 가지를 잃어보기도 하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무겁게 쌓인 눈을 견디어 내며, 높이 멀리 가지를 뻗고, 깊고 넓게 뿌리를 내려갑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성장한 나무는 별과 구름, 해와 달, 그리고 바람과 함께 춤추는 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무의 시간은 바람에 춤을 출 수 있는 여유를 누리게 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어떠한가요? 나의 시간은 나를 얼마나 성장시키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묘목이 아름드리나무가 되어가는 과정의 시간은 나무에게도 우리에게도 같습니다. 높이, 멀리, 깊게, 넓게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12월, 나의 나무는 춤을 추고 있나요? ‘나무의 시간’은 ‘나의 시간’을 투영해주는 작은 손거울 같은 그림책입니다. 나무의 시간에 비춰진 나의 시간을 살포시 느껴볼 수 있습니다. 긴 겨울잠을 맞이하기 전에, 한번은 손에 쥐어볼만한 책입니다.
『지금, 시간이 떠나요』
베티나 오브레히트 글 | 율리 푈크 그림 | 이보현 옮김 | 다산기획 | 2022년 | 32쪽
이 책은 시간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전하며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있습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 수상 작가인 율리 푈크가 그려내는 섬세한 그림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주인공 라라와 시간은 친구입니다. 시간은 라라의 가족들이 시간을 때우거나,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말에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버립니다. 시간을 찾아 나선 라라가 그것을 보았는지 묻는 질문에 시간이 없다거나 돈이라는 답을 듣습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시간에 대한 각자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음을 공감하게 됩니다. 깊은 여운을 주는 글과 파스텔톤의 그림이 더해져서 어울림의 효과가 큰 듯합니다.
시간이 말합니다. “강은 꼭 나 같아. 흘러가기도 하고, 늘 거기에 머물러 있기도 하지.”
지금 우리 곁에 머물렀던 2022년이 떠나려 합니다. 올해 나의 시간은 어떤 빛깔,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지 생각해보아도 좋겠습니다. 다가올 새해는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이기를 바래봅니다.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사라 저코비 지음 | 김경연 옮김 | 미디어 창비 | 2018년 | 32쪽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12월이 되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올 한해가 벌써 끝났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시간의 공간성에 대한 질문은 머리를 도끼를 맞은 듯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합니다. 속지는 40여개의 달의 모습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본문으로 안내합니다.
어두운 밤길, 시간이라는 트럭은 길을 떠나고, 다음 장에서는 새벽동이 트고 있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시간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늦으면 정확해집니다. 잡으려고 할수록 더 잘 숨는 시간은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해 합니다. 유령처럼 왔다가 갔지만, 왔다가 갔는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잡을 수도 없고 과자랑 바꿀 수도 없는 시간, “난 너와 함께한 시간을 사랑해.”로 이야기는 마무리 지어집니다. 아이의 장난감으로 등장한 기차는 기차역, 해안선을 끼고 달리는 기차, 기차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등을 통해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장난감으로 다시 그려진 기차는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하며 속삭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점, 한번쯤 느껴볼만한 그림책입니다. 기차를 타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차창 밖 스치는 풍경을 보며 나만의 시간을 선물해줄 책입니다.
어른 그림책 연구회
어른그림책연구회 – 황희진, 변영이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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