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랑 꽃이 좋아지면 나이 든 거라고요? -우리 들꽃과 나무를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책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 3년을 몸도 마음도 꽁꽁 싸매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지난 겨울은 더 외롭고 가슴 시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요, 다행히도 바이러스는 무서운 속도로 퍼지기는 하지만 위력을 점점 잃어갑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강가 버드나무가 유록색 이파리들을 몽글몽글 안개처럼 풀어내더니 여기저기 제비꽃도, 민들레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무채색으로 가득 찼던 겨울 풍경을 해사한 파스텔로 어여쁘게 색칠하는 봄이 왔거든요. 여기저기 볼 게 너무 많아서 봄일까요?
봄꽃을 시작으로 우리 산천엔 앞다투어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들도 저마다 물이 오르고 계절의 변화 속에 깊어갑니다.
사람보다 꽃이나 나무가 좋아지면 나이 드는 것이라는 말이 조금은 씁쓸하게 들리기도 하지요? 그런데 사람이 꽃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꽃마다 다 모양과 향기와 피는 시기가 다르듯이 사람도 생김새도 풍기는 향기도 능력을 한바탕 피워내는 시기도 다 다르니까요.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다”고 했던가요? 여기 우리 주변에서 쉬이 만나는 들꽃들을 소개한 책과 책상에 한 권쯤 꽂아 두고 궁금할 때마다 찾아보면 좋을 나무 도감 한 권을 소개합니다.



『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 books ∣ 2021년 ∣ 413쪽

광릉 국립수목원 연구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식물명을 정리하고 희귀 식물 보전에 애쓰며 국립세종수목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식물학자 이유미의 감성적인 글과 평생 아름다운 우리 들꽃 사진을 찍어 기록한 송기엽의 예술적인 사진을 함께 실은 책입니다.

1부에 ‘아름다운 풀꽃 산책’으로 80 종류의 들꽃을 월별로 소개하고, 2부에 ‘행복한 나무 산책’으로 60 종이 넘는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 땅을 누비며 함께 식물을 관찰했던 둘의 소중한 인연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고 하네요. 글과 사진이라는 표현 양식은 다르지만 식물학자의 글 속에는 식물을 반려자로 아끼며 마음을 다해 연구해온 진정이 담뿍 담겨 있고, 사진작가의 사진 속에는 우리 꽃과 나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열정이 그득하네요. 그래서 따스한 눈으로 관찰하며 쓴 글은 마음을 달래주고, 공들여 찍은 아름다운 사진 한 장 한 장은 한참 눈길을 잡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솜털 가득한 어린 노루귀를 닮은 ‘노루귀’를 시작으로 얼음을 뚫고 꽃을 피워 올리는 ‘복수초’, ‘꿩의 바람꽃’ 등 3월에 만나는 봄꽃부터 12월 한란과 해국에 이르기까지 월별로 피어나는 꽃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꽃마다 다른 특징과 꽃을 대하는 마음 자세까지 편안하고 쉬운 말로 나직하게 이야기하듯 풀어쓴 책이라 술술 읽힙니다. 술술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식물마다 다른 모양과 향기를 알게 되고, 식물 집안에 따라 꽃 이름을 구분하고, 열매를 알아가는 등 식물학적 지식이 쌓여 갑니다. 그래서 아는 만큼 꽃들을 더 들여다보고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2부에서는 우리 나무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처럼 비슷한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까지 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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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무:
우리 땅에 사는 나무들의 모든 것』

김태영 저, 김진석 공저 ∣ 돌베개 ∣ 2018년 ∣ 716쪽

집에 나무도감이나 식물도감 한 권쯤 갖춰 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호기심 많은 아이 덕분에 곤충이나 식물 이름을 찾아서 알려준 적도 많았는데 점점 그 나무가 그 나무겠거니, 꽃은 다 이쁘지 뭐, 하고 넘기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의 나무』는 여태껏 살펴본 나무 백과사전 중에 으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에 대한 정보를 집대성해서 엮어낸 책입니다.
이 백과사전이 나온 것은 2011년인데 출간 당시 전문가와 일반 독자에게 엄청난 호평을 얻었다고 해요. 백과사전인데 국내 주요 서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을 정도니까요.
자연생태연구가 김태영과 식물분류학 박사 김진석은 초판에 만족하지 않고,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7년 동안이나 책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2018년 개정판을 선보였는데 저자들은 책을 완성하는 데 소요한 누적 시간이 40년 이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생을 모조리 다 바친 책이지요. 무엇이나 그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바쳐서 탄생한 것들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펼쳐 드는 순간 경이로움을 넘어 저자에 대한 존경과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식물도감은 과학적인 정보를 객관적으로 쓰기 때문에 딱딱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나무』는 쉽게 읽힙니다. 편집이 체계적이어서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고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겠지요. 무엇보다도 직접 현장을 조사한 후 사진을 찍어 소개하고 잎과 나무껍질의 모양, 암수의 구별법, 나무마다 다른 식별 포인트까지 친절하게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요.
이 책에는 우리 땅에 사는 670여 종의 나무에 대한 정보가 5,000여 장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요. 이 책 한 권을 꼼꼼히 읽고 나면 우리 나무에 대한 지식이 생깁니다. 그 지식은 산에 있던 이름 모를 나무 한 그루를 다정하고 섬세하게 바라보게 하고 이름을 불러주어 특별한 존재로 친구가 되게 해 주겠지요. 마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듯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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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영

꽃과 나무, 책과 도서관,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끊임 없이 배우고 무언가를 도모하는 국어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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