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과 죽음에 대한 에세이 – 가족의 투병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 –

 

2024년 8월, 대학병원에서 보호자로 가족의 병간호를 하며 며칠 지냈습니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하여 지내는 환자들과 보호자는 얼마나 힘들지, 나는 잠깐만 있다 퇴원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과 가족의 상실에 대한 아픔을 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읽다가 감정이 울컥하여 몇 번 울기도 하였지만 위로에 대해, 상실에 대해,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책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1.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권혁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 320쪽


권혁란 작가는 구순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2년의 기록을 엮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삶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노인이 된 엄마와 엄마의 보호자가 된 중년의 딸. 이 책은 자식을 여섯 명 둔 엄마가 왜 요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지, 자식들도 본인의 삶이 있기에 항상 돌봄이 필요한 엄마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또한 엄마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늙을 것이고, 혼자 힘으로 삶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때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내 부모가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매일매일 혼자 방 안에 갇혀 있는 노인들이나 그 노인들을 두고 자기 삶을 사는 자식들이나 누굴 탓할 게 아니었다. 누가 학대할 마음으로 부모를 붙잡아 두겠는가. 어느 부모가 자식을 괴롭히려고 숨 쉬고 움직이겠는가. 한 공간에 다른 존재 둘이 갇혀 살다 보면 둘 다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존재가 존재를 미워하게 되는 것,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상대를 괴롭히게 되는게 부모 자식 간이라고, 엄마와 딸 사이라도 다를 것은 없다.”


#죽음 #부모의죽음 #요양원 #에세이 #권혁란 #애도


2. 『너의 안부』

성현주 지음 | 몽스북 | 2022년 | 288쪽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나와 눈을 맞추었던 내 아이가 갑자기 병원 응급실에서 의식 없이 고요하게 누워서 나를 만납니다. 그 이후로 아이는 뇌사 상태에 빠져서 병원에서 의식 없이 1,000일을 보냅니다. 이 책은 1,000일 동안 병원에서 아이를 간병하며 지내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 성현주의 기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많은 눈물을 쏟게 한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했던 평범하고 당연했던 일상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모든 순간이 특별하고 행복한 것이었음을. 삶에 대해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 행복하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이야기해줍니다.
 
“한 공간 안에 누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잠을 청하는,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게 부디 꿈이기를 바라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둥글게 행복했으나 또 모질게 아픈, 여기 모든 이들의 이름 세 글자. 우리는 보.호.자.이다.”


#너의안부 #죽음 #아이의죽음 #에세이 #성현주


3. 『사기병』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 408쪽

동화작가 윤지회의 ‘위암 4기’ 선고를 받은 날부터의 기록을 그림과 글로 엮어낸 그림일기 책입니다. 두돌 아기의 엄마인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위암 4기의 판정을 받았으나 매일 아침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습니다.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며 ‘내년에도 살아있을까?’를 걱정하는 작가와 작가를 지키기 위해 늘 옆을 지키는 부모님과 아이, 남편의 모습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책으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느끼게 해 줍니다.
 
“아프기 전과 아프고 난 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상을 너그러이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얼마를 모아서 무얼 하겠다는 욕심도 내려놓게 되었다. 경기가 어렵다는 뉴스를 무시하게 되었다. 전투적으로 싸우던 남편과도 싸우지 않는다. 힘들었던 육아에 대해서도 이젠 반지가 더 사랑스럽고, 더불어 우리 가족 모두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오후, 창가에 비친 햇빛을 받으며 고소한 커피와 함께 음악을 듣는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기병 #항암치료 #위암 #윤지회 #죽음


물고기자리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사서

도서관 인생 16년.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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