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

 

참았던 사람들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봇물이 터지듯 비행기를 탄다. 코로나 펜데믹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여행의 형태나 욕구는 크게 바꾸지 못했다. 여행 관련 책이 3년 정도 츨판되지 않았다하니 공백은 있었다. 인생을 여행으로 본다면 돌아가야 할 궁극의 세계도 궁금하지만 이승에서의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해서 여행을 주제로 한 번 더 책들을 모아본다.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로버트 고든 ∣ 펜타그램 ∣ 2014년 ∣ 342쪽

너무도 많은 여행 관련 책 속에서 인류학자처럼 여행한다는 이 책이 눈에 띈다. 동남아 역사를 배울 때 현지조사를 한 인류학자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해서이고 무언가 근사한 것들이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인류학자는 그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라 어떠한 경우는 현지인보다도 그 현지를 더 잘 파악할 수도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물론 더 잘 파악하긴 어렵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여행자에게 인류학적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저자는 ‘여행을 하다 보면 겸허해지고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고 말한다. 격하게 공감했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인류학자인 저자는 여행자가 궁금해하는 모든 면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류학이 성취한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문화적 상대주의를 꼽고, 여행의 변천과 함께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는 여행의 형태가 우선시되느냐를 점검하고 있는 이 책은 여행의 본질을 언급한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의 다양한 유형들로 그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여행자를 관광객와 구분하면서 모험을 뺀 현대의 여행의 형태는 보험통계 계산표를 만든 프랜시스 골턴이 그 시작이다라는 흥미로운 정보도 준다. 왜곡된 세계관이 넘쳐나는 여행 안내 소책자는 잠재적 여행자들에게 특권 의식을 갖게 한다는 점, 그 책자에 설득당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학적 관점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맨 마지막 파트, 여행의 내용을 글로 표현하라는 대목에서 다시금 보편성을 갖는다. 여행지를 글로 남길 때도 관광객과 여행자로 구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블러거들의 여행기, 동영상을 올리기 위한 여행처럼 보이는 여행 브이로그, 넘쳐나는 여행책에서 이런 책 한 권 정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행 #인문학 #현지조사 #인문학적사고 #문화적상대주의 #여행과관광 #패키지여행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 ∣ 휴머니스트 ∣ 2018년 ∣ 301쪽

문명의 교차로이자 용광로인 터키는 튀르크예라고 국명이 바뀌었다. 한 나라의 국명이 바뀌었는데 무관심도 과한 간섭도 없이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만하다는 반응이었다고 본다. 너무 전문적이지도 가벼운 여행 책자로도 아닌 터키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도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썼다는 책임 집필자는 오랜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다양한 종족과 문화가 충돌하고 뒤섞이는 가운데 공존과 화해를 거듭한 그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곳은 유럽대륙과 아시아대륙이 보스포루스 해엽을 사이에 두고 있고, 이곳이 기독교 성지와 이슬람문화가 공존하는 이유와 그럴 수밖에 없는 역사를 쉽고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변영의 시대와 콘스탄티노플이 이스탄불로 그래서 이슬람문화가 꽃 피우게 된 배경, 그리고 지금의 튀르키예가 있기까지가 잘 설명되어 있다.
 
오스만이 나라를 세우고 1299년 오스만이란 이름으로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세워지기까지 600년을 오스만 제국으로 존재했다. 동서로 영토를 확장하고 마호메트 2세에 와서는 서로마제국이 무너진 지 1000년 만에 비잔티움제국(동로마 제국)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로써 콘스탄티노플이 이스탄불로 바뀌고 기존의 문화와 화해하면서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어간다. 이때 만들어진 그랜드 바자르는 지금도 튀르키예의 중요한 명소이다. 다양한 종족과 민족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고 예니체리 부대의 활약으로 번영을 누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터키 행진곡이 예니체리의 군악대 메흐테르의 군악대 리듬이 참고가 되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슐레이만 법전 역시 다양한 종족을 다스리기 위함이었고, 비튀르크인 비이슬람인도 지배층이 될 수 있는 융통성을 보여줌이 대제국을 건설한 오스만의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한다.
 
블루모스크가 성소피아 성당 맞은편에 세워지고, 이슬람 세밀화와 베네치아화풍이 유행하며 개혁의 기로에 서는 오스만 제국과 터키 공화국의 탄생을 말하고 있는 7장 역시 매우 흥미롭다. 지금의 튀르키예를 이해하게 하고 우리 근 현대사와도 맞물려 생각하게 한다. 그 나라를 이해하는 입문서로서 너무 훌륭해서 이 시리즈 책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터키 #여행 #오스만제국 #이슬람문화 #비잔틴문화 #블루모스크 #성소피아성당


『아내에게 미안하다』

서종홍 ∣ 단비 ∣ 2019년 ∣ 119쪽

스무해 전에 쓴 시집을 고치고 다듬어 다시 한 번 펴낸다는 시인은 58년 생이다. 베이붐 세대의 가장 최고점인 58년 개띠인 이 나이는 덕분에 최고의 경쟁시대를 거쳐 한국의 급성장과 함께 인생을 보냈다. 시인은 젊은 날 쓴 시를 다듬으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여행이야기를 하다가 이 시집에서 또 다른 여행을 경험한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할 것 같은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20년 전에 갔던 외국 골목길에 간판조차도 똑같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알게 된다. 우리나라의 유별난 변화를, 여행이 새로운 곳이나 새로운 경험만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때론 옛것을, 오래되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여행도 멋지다.
 
시인은 20년 전 시집을 손보면서 젊은 날의 자신을 만나고 다시 지금의 자신을 들여다 보았을 것이고 독자는 20년 전 시인을 상상하고 지금의 시인도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작은 마을에서 느긋한 여행을 하고 어떤 사람은 큰 세상을 둘러보는 다이니믹한 여행을 하기도 한다. 현지인처럼 살되 여행가의 기분으로 때론 관광하는 자세로 내 삶을 바라보면 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시인의여행 #시집 #아내 #서정홍 #삶에대한깊은애정 #삶 #현지인 #여행자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60+책의해 홈페이지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운로드, 인쇄, 복사, 공유, 수정, 변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처(60book.net)를 밝혀야 합니다. (CC BY-NC-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