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식, 별 그리고 시 – 가장 속물적인 돈, 고담하고 소박한 밥상, 그리고 별을 시로 노래하다

 

노년에는 건강,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편 건강을 지키거나 좋은 관계를 위해 돈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적당한 돈은 있어야 한다고. 물론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빛날 수도 있고 더욱 초라해질 수도 있습니다. 한식은 어떻습니까? 우리 몸에 맞는 음식을 잘 먹는 것도 필요하겠죠.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하루를 버텨야겠습니다. 여기 돈과 한식, 별에 관한 시 모음집이 있습니다. 읽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돈시-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 마음의숲 ∣ 256쪽 ∣ 2014년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살다’에서 온 ‘산다’와 ‘사다’에서 온 ‘산다’는 발음이 같고, 우리는 사면서 사는 존재들이고, 한발 나아가면 인생이 돈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가장 속된 것인 돈과 순수한 시를 연결해서 우리 삶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여기 실린 66편의 시들은 “빈부 격차나 부의 불평등 구조, 돈을 둘러싼 일상과 가족 갈등, 돈에 대한 선망과 부정 축재 등 자본주의의 면면을 통찰하고 비판”하기도 하고, 돈의 의미를 살피거나 가난의 풍요로움을 노래하기도 합니다.
<밥값>이라는 시에서는 “인간은 고통 속에서 태어나 고통의 바다에 살고 있거늘, 밥값의 시작이 지옥이고 밥값의 현장이 지옥”이라고 말하고, <땅>이라는 시를 저자는 ”내게 돈이 있다면// 내 딸들에게는 한 푼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돈이 들었다 난 자리에 생긴 굳은 살과 고인 땀을 모아// 세상을 밝힐 든든한 힘과 지혜를 주리.“라고 바꿔 읽습니다. <돈>이라는 시에서는, ”쇼펜하우어는 평생 물려받은 재산으로 돈 걱정 없이 살았으나 돈을 벌 수 있는 재능이 없다는 걸 알기에 쓰는 데 신중할 뿐“이라고 하며, 그에게 돈이란 자유인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다.”고 말하고, 책을 내기로 하고 받은 300만원이 나오는 <목돈>은 누구에게는 큰 돈이지만 누구에게는 푼돈이라고 말하며, 돈봉투를 쥐고 쓸 방도를 고민하는 시인의 속물같은 마음과 소시민적 해학이 감칠맛 난다고 합니다. 또 돈이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게 돈을 몸 한가운데 품고 산다며, 그런 <쓰봉 속 십만 원>을 전 재산으로 남기고 가셨다니, 솜처럼 가볍게 새처럼 훨훨 날아가셨겠다고 합니다.
 


#돈에울다 #시에웃다 #돈시 #밥값 #소금시 #쓰봉속십만원 #땅 #정끝별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한식』

한국시인협회 ∣ 문학세계사 ∣ 208쪽 ∣ 2013년

한국시인협회가 한국 대표 음식 76가지를 엮은 한식 시집입니다. 시인은 “음식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질을 새롭게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음식에 시인들의 경험을 녹이거나 추억을 떠올려 만들거나, 시인들의 고향 물맛, 고향 햇살, 어머니의 손길과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시인들의 시어는 깊은 맛이며 맛의 풍광이다. 그 맛의 즐거움을 시의 입맛으로 발화하여 입속의 혀를 넘어선 상상의 입맛으로 시인들의 고유 경험을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고 말합니다.

<오곡밥>은 “오곡밥을 먹어야 새살이 난다며/ 엄마는 새벽부터 부럼을 깨게 하고/ 묵은 나물을 무쳤다”다고 표현하며, <칼국수>는 “지금 칼국수가 내게 각별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것은/ 옛 시골집 안마루에서 그것을 만들던 안어른들 때문./ 지금은 그 옛집도 그 안어른들도 찾을 길 없기 때문.”이라고 하며, <잔치국수>는 “어머니 손맛이 밴 잔치국수를 찾아/ 이즈음도 재래시장 곳곳을 뒤진다/ 굶을 때가 많았던 어린 시절/ 그릇에 담긴 국수 면발과/ 가득 찬 멸치육수까지 다 마시면/ 어느새 배부르고 든든한 잔치국수/ 굶어본 사람은 안다”고 노래합니다. <감자떡>은 “상처도 슬픔도 냄새도 감쪽같이 지운/ 말간 얼굴”이라면서, “할머니를 닮은 큰고모님이/ 눈밭에 서 있는 내게 감자떡을 내민다”고 합니다. <김밥>은 “사랑하는 날”에는 싸야 한다고 하는데, “굴리고 굴려서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북어찜>은 하늘 나라에 계신 어머니가 자기 앞에 나타난다면 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육회>는 먹으면 “유케- 유케- 소리를 내면/ 입안 가득히 유-쾌-한 맛이 번져나가고”나고 느낌을 말합니다. 이밖에도 중학생 시절 도시락 <멸치볶음>을, 오돌오돌 고소한 맛이 나는 <장조림> 등 시로 맛을 낸 우리 한식이 풍성하게 차려집니다.


#시로맛을내다 #한식시집 #오곡밥 #칼국수 #장조림 #북어찜 #김밥



『별은 시를 찾아온다』

김행숙 서동욱 엮음 ∣ 인물과사상사 ∣ 157쪽 ∣ 2009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프푸트니크호가 발사된 1957년 이후 출생 시인들의 시를 모았습니다. 이유는 “우주에 말 건네는 인류의 보편적인 노력이 우리의 시 짓기에 담겨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라고. 별은 시를 찾아오고, 어린 날의 한 장면을 되돌려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낮달>에서는, “낮에도 달이 떠 있고 ‘낮에도 하늘 가득 별이 떠 있는 것이다’, 낮에도 ‘나를 관통하는 천지사방의 별빛들을 떠올리면’, 나는 거대한 지구 공장의 교체 가능한 일개 나사가 아니라 우주의 ‘저마다 분명하고 힘차고 겸손한 중심’이라는 사실에 홀연히 감응하고 감동하게 된다”고 하며,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시에서는, 몇 개의 문장으로 인생사를 정리해 본다면, 우리에게는 생로병사의 비애를 구원할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예찬하는 노래가 필요하다고. 인생이란 ‘별이 되는 순서’를 밟는다고. <오별의 별>에서는, 5월의 저녁에는 “죽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고. 오월의 별이 뜨고 죽은 자들이 내게 슬픔을 별빛으로 알려온다고 합니다. <별>이라는 시에서 별은 자신의 마음과 꼭 같이 생긴 그림을 그려준다고 하며, <별에 별>이라는 시를 읽고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가끔 소래 내어 읊고 싶은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별과시 #오월의별 #낮달 #별에별 #누구나별 #별헤는밤


주상태

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60+책의해 홈페이지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운로드, 인쇄, 복사, 공유, 수정, 변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처(60book.net)를 밝혀야 합니다. (CC BY-NC-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