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거나 어렵거나 색다르게 말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 – 종이책에 대한 헌사와 책이 주는 그림자 그리고 책이 입은 옷에 관하여

 

책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런 책도 있습니다. 고전이 그렇다고 하지요.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읽고 싶지 않은 책이죠. 이럴 때 책을 펼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고전을 비롯해서 읽고 싶은 않은 책을 미친 척하고 펼쳐보는 건 어떤가요? 그런 책들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도 하니까요. 마음껏 책 이야기를 한 책도 가끔 읽어보면 좋아요. 이해가 안 된다고요. 이해하지 말고 그냥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읽다 보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치 시가 어렵지만 읽어 나가는 느낌 같은 것. 그렇지 않기도 할 겁니다. 알 수 없겠죠.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 보셨으면 합니다. 나이 들어 새로운 도전을 해 보면, 내가 읽었던 가벼운 책들이 솜처럼 부드럽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이 책들은 베개로 사용하기엔 너무 얇거나 딱딱합니다. 조금씩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그냥 맛보셔도 됩니다.



1. 『책에 바침』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188쪽 ∣ 2020년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저자는 문학 분야가 디지털화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책은 결코 소멸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은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너무 큰 사람이면서, 책을 자신의 동반자이자 동거인, 조력자면서 친구라고. 자신은 책 몇 권을 쓰면서 인생에서 가장 대담한 꿈을 이루었고 지금도 이루고 있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책이 자신의 곁을 떠나게 되면, 잃어버리게 될 것들을 말하려 한다고 합니다. 모든 텍스트가 반드시 책으로 출판되는 것이 아니기에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텍스트에 대한 표창’이라고요. “책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기에. 말하자면 문학 분야에서 특히 극히 일부만이 책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텍스트의 세계에서 ’책은 집‘이라고 했습니다. 집이 피난처를 제공하고 보호해준다고. 책은 선물하기에 크기와 가격이 적당하다고. 똑같은 책이 있지만 서명을 통해 유일무이한 원본으로 변신한다고까지 말합니다.
사실 저자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되었고 이후로 14년간 오로지 책만 있는 방을 소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책방을 좀더 넓혀야 했다고. 한편 어느 교수는 책을 다 읽고 버린다고 했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개인도서관인 책장은 자신만의 독서 생활을 위한 기록보관소라고 말합니다. 새 책 헌 책 좋아하는 책 알맞은 책 발견된 책 훔친 책 버린 책 이야기 등과 모여있는 책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읽다 보면 책에 대한 애정이 넘쳐날지도 모릅니다. 아마도요?


#책에바침 #책예찬 헌책 #개인도서관 #책장


2. 『책들의 그림자』

 최은주 ∣ 엑스북스 ∣ 216쪽 ∣ 2015년

영문학자이자 독서광인 저자의 글이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 닿는 문장으로 다가설 수도 있습니다. 독자와 공유하고 싶은 것은 “일상 언어에서 배제된 현상, 혹은 느낌들에 대한 언어의 표현에서 오는 강렬함‘이라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유난히 마음을 끄는 어휘들 때문에 책을 선택하기도 해서라고. 독서에 대해 말합니다. 독서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독서야말로 습관이며 숙련된 활동이라고. 독서의 기쁨은 여행을 해본 사람이 여행의 기쁨을 아는 것과 같다고. ‘험난한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사진작가 브레송을 인용하면서 ‘순간은 결정적인 찰나’가 될 수 있다고. 자신은 ”혼자 깨어 있는 한밤중이나 비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날에 책들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본다. 마르코 폴로가 이야기해 주는 지하도서관에 출몰한 상상의 동물처럼, 나는 책들의 부름을 듣는다. 그것은 하나의 유혹“이라고 말합니다. 이후 언어가 세계를 그려내기 때문에 감정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숨은 기쁨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저자는 ”문학은 틀어박힌 삶의 한계성을 벗어나게 해주면서 상상력과 이해력을 돕고, 새로운 장소에 이르도록 해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그리고 여러 시점에서 사건을 진단해 볼 수 있는 경험을 갖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책은 사람을 도피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되게 한다.“고 말합니다.
한편 고전에 대해 말합니다. 고전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고. 언제든지 현재의 얼굴로 나타날 수 있는데, 책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변하기 때문이라고. 읽는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시대마다 책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고. 책을 읽는데도 계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책의 부름’ 같은 것입니다. 그건 모든 순에 가능하다고. 또 독서를 놀이로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놀이 중 하나로 독서를 포함시키면 놀이의 선택 범위가 늘어난다고. 그것도 크게. 이유는 문학에 장르가 다양해서. 중요한 것은 직접 보고 만져야 어떤 세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알거나 혹은 몰랐던 세계에 대해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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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우 옮김 ∣ 마음산책 ∣ 120쪽 ∣ 2017년

인도계 미국작가인 저자는 “글 쓰는 과정이 꿈이라면 표지는 꿈에서 깨는 것이다.”라는 말로 책이 아닌 표지 이야기를 합니다. 책이 입은 옷은 표지입니다. 저자는 어릴 적 옷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가 미국식 옷을 못마땅하게 여겨서입니다. 엄마는 자신처럼 딸도 벵골 여자가 되길 원해서 인도 의상을 입거나 적어도 도발적이지 않은 옷을 입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자신이 입는 옷이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웠다고. 인도를 떠나온 지 50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고향 인도의 전통 의상만 입는다고 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입는 옷이 언어나 음식처럼 정체성, 문화, 소속을 나타낸다고 피부로 느꼈다고. 저자에게 옷은 늘 옷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표지 이야기를 합니다. 표지는, ‘책, 노트, 잡지를 감싸는 종이 겉포장’ 이탈리어 사전의 정의입니다. 책이 완성되어 세상에 나오는 순간에서야 표지가 나오는데, 표지는 책이 탄생했음을 자신의 창조과정이 끝났음을 표시한다고. 저자는 자신의 책과 표지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고 말합니다. 표지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고, 실망스러운 표지를 마지못해 받아들였다고. 그러면서 표지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합니다. 도서관 사서의 딸인 저자는 수백 권의 책을 읽었는데, 책 날개에 내용이 요약되어 있지도 않아서 어떤 책인지 알 수 없어 비밀스러웠다고. 책을 알려면 책을 읽는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자신을 사로 잡았던 작가들은 그들의 말로만 자신을 드러냈다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표지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작가의 사진, 이력, 서평 등이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길을 잃게 만든다고 합니다. 표지에 시린 논평이 못 견디게 싫다고까지. ‘발가벗은 책의 침묵’ 그 미스터리가 그립다고 말합니다. “예상할 수 없고 참조할 것 없는 자유로운 독서를 가능케 하는 미스터리. 내 생각에 발가벗은 책도 스스로 설 힘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표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새롭게 디자인하고 바꿀 필요가 있다고. 그러면서 ”새로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것은 바로 원래 언어로 적혀진 오리지널 텍스트“라고요. 말하자면 표지가 아닌 그 안의 내용을 독자들이 봐주기를 바란다고.


#줌파_라히리 #책이입은옷 #표지 #책의침묵 #발가벗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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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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