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싶은 사물이 있으신가요?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한 사물이 있나요? 어떤 사연이 담겨 있나요? 한편 이사를 하면서 많은 물건을 버리게 되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다양한 사물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합니다.



『사물의 시선』

이유미 ∣ 북노마드 ∣ 292쪽 ∣ 2014년

저자는 ‘사물의 시선’을 쓰기 시작하면서 욕실에 덩그러니 놓인 비누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아서. ‘새카맣게 어두운 욕실에 남겨진 비누는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경이 쓰였다고.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물에 감정이 있고, 그들이 겪어왔을 삶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을 거라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이 사물에 되어 생각합니다. 가령 점심을 먹고 마신 커피가 약간 남은 종이컵을 무심코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을 때, 종이컵, 쓰레기통의 기분은 어떨까? 라며. 그러다 문득, 사물들이 우리 스스로는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 그 주변에는 늘 묵묵히 제자리에 있는 사물들이 있었으니까. 저금통을 보면 이별을 떠올립니다. 저금통에 동전이 채워지면 은행에 가졌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동전을 모으지 않다 보니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이 밖에, 시선을 끄는 ‘장난감’, ‘이어폰’, ‘스티커’ 등과 시선을 피하는 ‘액자’, ‘이불’, ‘수건’, ‘화장대’, ‘쓰레기통’ 등과 시선을 던지거나 모으는 다양한 사물의 시선을 보여줍니다.


#사물 #시선 #저금통 #비누 #장난감 #이어폰 #수건


『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 마음산책 ∣ 304쪽 ∣ 2018년

소설가는 ‘인생을 사물로 기록하는 표를 만든다면 어떤 목록을 추가할 수 있을까’라고 묻습니다. 자신이 책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오래 책이라는 사물을 믿고 매달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자신에게 책은 인격체와 동일한 사물이라고 여기게 돼버렸다고 합니다. 자신은 여행을 떠나듯 하루에 몇 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물들 생각을 하고 지내다가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설가는 하찮아 보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물로, ‘달걀’, ‘타자기’, ‘깡통따개’, ‘트렁크’, ‘귀이개’, ‘선글라스’ 등을 떠올리며 사물 이야기를 합니다. ‘트렁크’는 중국 작가 장웨란의 단편 <집>을 보고 떠올렸는데, 꼭 필요한 것들만 가방에 꾸리며 그녀는 “절제된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성냥은 국제공항에서 트렁크 검사를 받았을 때 삑 소리가 났는데, 나중에 성냥을 발견하는 경험을 떠올립니다. 이 밖에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팁으로 지우개를, 시작의 사물로 연필을, 있어도 또 갖고 싶은 것으로 머그잔, 타오르는 생각은 양초 등 소소한 물건에 깃든 기쁨과 슬픔, 가치 등을 이야기합니다.


#소설가의사물 #책 #트렁크 #성냥 #물건에깃든감정 #물건의가치 #사소한물건


『시인의 사물들』

강정 외 ∣ 한겨레출판 ∣ 272쪽 ∣ 2014년

쉰두 명의 시인들이 사물 하나씩 골라 자신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냈습니다. 허연은 도시와 화이트칼라의 상징이었고, 창조와 학문의 상징이기도 한 타자기를 이야기합니다. 경기도 살 때 폭우로 대피명령이 내려졌는데, 어머니가 집으로 달려가 타자기를 들고 나왔는데, 자신이 타자기를 가지고 놀았고 이후 등단했다고 말합니다. 함기석 시인은 ‘구두’를 “밤이다. 밤은 밤에 갇혀있다. 의자는 의자에 갇혀있고, 구두는 구두에 갇혀 있다. 사물은 인간의 언어감옥에 갇힌 수인(囚人)들이다.” 라고 표현합니다. 정해종 시인은 가난한 복학생이었던 시절 사진기를 자신의 학비로 샀는데, 최민식 선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학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끼고 살았고,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서해안 포구와 시장을 쏘다녔다고 합니다. 이 밖에 돋보기, 가로등, 재떨이, 야구공, 편지, 침대, 사전, 시계, 먹물, 자전거, 우산 등 시인의 사물이 나옵니다.


#시인의사물 #타자기 #내밀한이야기 #사라져간물건 #야구공 #우산


『철학자의 사물들』

장석주 ∣ 동녘 ∣ 328쪽 ∣ 2013년

저자는 ”우리는 사물들 속에서 태어나고 결국은 사물들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인생이란 여정은 곧 사물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다.“라고 말하며,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는 사물을 철학자의 생각과 연결시킵니다. 세탁기는 헤겔, 자동판매기는 데카르트, 진공청소기는 스피노자, 담배는 프로이트, 선글라스는 니체, 거울은 라캉, 가죽소파는 사르트르, 변기는 루소, 카메라는 롤랑 바르트와 수전 손택, 화로는 바슐라르, 냉장고는 들뢰즈 등입니다. 그는 신용카드를 마법을 가진 사물, 불행을 치유하는 마법을 가진 것이라며 이것을 소지하면 자본주의의 천국으로 들어서고, 금융 낙원의 소비생활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휴대전화는 자신의 사생활에 불쑥 끼어들어 끔직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끊고, 일을 중단시키고, 생활의 질서를 헤쳐놓아, 혼자 있을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 간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없애지 못한다. 자신의 일과 연결되기 때문에 전업 작가인 자신은 매체에서 일을 맡기려고 할 때 매우 용의주도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담배는 심리적 안정과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쾌락을 주는 동시에 암과 죽음을 이르게 하는 역설과 모순을 지닌 사물로 규정합니다. 프로이트는 지독한 애연가여서, 아침에 눈 뜨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가를 피웠다고. 철학자는 줄담배를 피우고 종일 담배 연기에 젖어 살았는데, 그에게 시가가 욕망의 존재인 자신을 다른 무엇으로 ‘승화’이었는지 묻습니다.


#철학자의사물 #담배 #카드 #자동판매기 #헤겔 #스피노자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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