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보는 삶, 하나 뿐인 삶을 공감하는 세 권의 시 이야기

 

시인이 한평생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일입니다. 척박한 삶일지라도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 나이 든다는 것도 시인처럼 그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는 그것들을 정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누군가 읽고 고개 끄덕이고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기 나이듦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시들을 모아 시와 함께 삶을 이야기하거나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노래한 시들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 모음집과 소설가가 살아온 삶을 시로 노래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정끝별 지음 ∣ 해냄 ∣ 2018년 ∣ 180쪽

 시인인 저자는 주제별 시 모음집을 여러 권 냈습니다. 이번에는 ‘늙어감’이 주제입니다. 첫머리에서 “늙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삶은 보무도 당당할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행복할 일들을 미루지 않을 게 분명하다.” 말합니다.
“늙음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낯선 게 숨어 있다.”가 나오는 시를 읽고는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늙는다면서, 늙어감에는 ‘고독스러움’이 베어있다 말합니다. “나이 좀 먹지 말라는데/ 그거 안 먹으면 깜박 죽는다는 걸” 구절에는, 나이를 먹지 않으면 죽으니 밥도 꿈도 마음도 잡아 먹고 때로는 겁도 물도 좀 먹어야 한다고 하고, “이젠 내가 주름을 잡아보려고/ 흐르는 내(川) 속으로 뛰어든다” 에서 시간은 내 천처럼 흐르고, 주름은 내 천처럼 고인다고 답합니다.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시에 이어 빅토르 위고의 “나의 노년은 피어나는 꽃입니다. 몸은 이지러지고 있지만 마음은 차오르고 있습니다.”를 인용하며, 지금을 탕진하는 것들은 황홀한 향기를 내뿜는다고 말합니다.
이밖에 “지하철을 타면 편하다/ 노인이 앞에 서면 불편하다”, “아까워서 다 쓰지 못한 시간/ 지금은 펑펑 쓰고 계실까”, “그녀는 이제 요양원 침대에 누워 있다”, “나잇값을 해라, 나이 헛먹었나/ 그런 말이 있다/ 나잇값이 헐값이 아니라는 얘기다./ 참 비싼 대가를 치르며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라는 구절로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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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이은정・한수영 지음 ∣ 교양인 ∣ 2007년 ∣ 292쪽

저자는 한 편의 시를 읽다 보면 가장 밀도 높은 마음으로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다고 하면서, 멀어져가는 시와 가슴을 맞대고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책은 삶의 여정에 따라 우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집과 가족>에 관한 시부터, 우리의 생과 영원히 뗄 수 없는 <엄마 혹은 어머니>에 관한 시, <청춘과 성장>의 시, <사랑과 결별>의 시, <일상과 역사>에 관한 시를 이어지다 또 다른 삶인 <병과 죽음>으로 나아갑니다.
“하늘 아래 아름다운 집 그 집은/ 아버님이 지어 셨다 (중략) 그 집을 지은 아버지는/ 그 집 큰 방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시를 읽고 저자는 집을 짓는 일은 가족을 짓고 아름다운 생을 짓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로 시작하는 청춘의 시에서는, ‘흔들림’, ‘바람’이 청춘의 몸통이고 심장이고 호흡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죽음의 시는 “죽음 말고 어디를 더 갈 데가 있겠는가”라고 시작하며 “집이 나를 꼭 부를 것이고/ 집으로 내가 태어난 죽음으로/ 왜 내가 가지 않겠는가 왜 우리가”로 끝맺습니다. 삶의 학교를 마치고 당당히 집으로 돌아왔으니 쉬고 잘 수 있는 기쁨과 평안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저자는 어떤 죽음도 삶과 끈끈하게 이어져 있어, 죽음을 기억할 때 삶은 더 생생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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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 170쪽

소설가로 살아온 삶이 시 39편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구절 하나하나 진솔하게, 이야기하듯이 삶을 풀어냅니다.
산다는 것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고 하며,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고. 그러면서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가진 것이 많다 하기는 어려우나/ 빚진 것도 빚 받은 것도 없어 홀가분하”다고 삶을 차분히 돌아봅니다. 작가는 사람과 마음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그래서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고.
작가는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설거지를 할 때도 여행을 했다”면서,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고 마음여행을 말합니다. 그 후 “어쩌다가 글 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이밖에 유년의 기억, 어머니, 친할머니, 외할머니 등 가족에 대한 기억도 풀어놓습니다.
끝으로 “평범한 여자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여 살아남았고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 몰래 시를 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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