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책, 그림책과 시 – 시를 격려하거나 그림책을 위하거나

 

그림책을 보는 이유는 많습니다. 그림이 이쁘거나 구절이 시 같거나 이야기가 감동적이거나. 당연히 글과 그림 사이, 전체 이야기 흐름 등등. 시가 함께하는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작은 도서관에서 시 수업을 하면서 더욱 관심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쓰기 수업에 참여했다가, 겨울, 봄, 여름, 이제 가을에 관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시 쓰기에 도움을 주기 위한 그림책을 찾았습니다. 힘들 때 시를 쓴다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시인의 시 그림책과 ‘시집 읽기 좋은 날‘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1. 『쑥부쟁이』

 시우 ∣ 백화만발 ∣ 72쪽 ∣ 2021년

“그러다 불쑥 힘에 부쳐 내 인생이 억울할 때면, 시를 쓰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잘 자라준 큰애를 의지하면서 엄마는 버텨왔고, 시로 마음을 달랬던 것입니다. 딸이 50을 넘어 이혼하면서 자신처럼 살겠다고 합니다. 엄마는 홀로서기를 하는 딸을 말없이 지켜봅니다. 딸은 엄마에게 각별했습니다. 엄마에게 생일 선물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산에서 ’쑥부쟁이‘를 꺾어 왔습니다. 그게 시가 되었습니다. 딸은 말합니다.
“우와! 시를 쓴다고? 읽어 보고 싶어.”
엄마는 딸의 성화에 작은 상자를 꺼냈습니다. 살면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는데 속이 훤히 드러날까 봐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엄마, 나 이 시들 사진으로 찍어도 되지? 오늘은 옛날 일들이 소록소록 생각나네.”
그리고 딸은 엄마가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듭니다. <쑥부쟁이>가 나옵니다.

“~~어린 마음 생각하며
남몰래 눈물짓던 아린 가슴
세월이 흐를수록
생생하게 떠오르는 행복함에
가슴 아린
추억의 꽃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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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마음은』

코리나 루켄 지음, 김세실 옮김 ∣ 나는별 ∣ 40쪽 ∣ 2019년

문학을 하는 마음은 순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시는 그렇습니다. 거짓이 욕심이 없는 마음입니다. 마음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은 시와 닮았습니다.
“내 마음은 창문/ 내 마음은 미끄럼틀/ 내 마음은 꼭 닫히기도 하고/ 활짝 열리기도 해요.~~~”
읽고 또 읽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내 마음이 나와 세상을 가로막는 담장이 되는 날도 있고,/ 들릴 듯 말 듯 겨우 들리는 속삭임 같은 날도 있어요.” 라는 구절에 이르러서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마무리가 좋습니다.
“마음을 열고 닫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 있어요.”
정제된 언어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책입니다.


#마음 #코리나루켄 #호기심 #궁금증 #창문


3. 『흔들린다』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52쪽 ∣ 2017년

함민복 시인의 시입니다. 시와 그림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왜 흔들렸는지, 그래서 어찌 되었는지 삶이 보입니다. 세월이 보입니다. 그림은 잔잔히 시와 함께합니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에서 여러 번 읽게 됩니다. 이 구절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사연도 나옵니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에서 세월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시 쓰기 공부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시를 읽는 것입니다. 시집을 읽어도 좋지만, 시 와 함께하는 그림책이면 다가가기 좋습니다. 시와 그림이 마음을 흔듭니다. 마음이 움직여야 시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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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곰씨의 의자』

노인경 ∣ 문학동네 ∣ 72쪽 ∣ 2016년

’관계‘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요? “시집 읽기 좋은 날”이라는 구절 때문입니다. “햇살이 눈부신 날입니다.” 다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시 읽기 좋은 날은 그렇게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시를 쓰려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힘든 과정이 필요하고 그걸 밖으로 드러내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글도 나옵니다.
“곰씨는 아무도 앉지 못하게 의자 위에 누웠어요./ 오랜만에 시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나왔습니다.
“오, 아름다운 구절이로군.”
이어 토끼들이 곰씨를 도와줍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며칠 뒤, 곰씨는 토끼들 앞에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하나하나, 천천히 말했습니다.”
설명하기보다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림책은 그런 면에서 탁월합니다. 보고 느끼면 됩니다. 시도 좋지만 어려우면 그림책부터 봤으면 합니다.
 


#노인경 #관계 #곰씨 #의자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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