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로 삶을 살피자!

 

사진에 대한 책을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기술만 말하는 실용서거나 다른 세상을 꿈꾸는 예술서이거나, 깊이는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문학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에세이도 너무 가볍거나 무겁거나 합니다. 그런 책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쉽게 다가서기 어려워 추천하는 일도 꺼려지게 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세 권은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않고, 언어로 포장하지도 않고, 기술만을 강조하지 않는 사진 에세이입니다. 사진만으로 다가설 수 없을 때, 사진 에세이를 읽으면 사진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고,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습니다.
 



『다른 길』

박노해 ∣ 느린걸음 ∣ 2014년 ∣ 352쪽

1980년대 <노동의 새벽>으로 유명한 시인이 저자인데, 사진가로 변신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카메라와 만년필을 들고 아시아를 돌아다녔습니다. 인류 정신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땅 파키스탄, 인디아까지. 그가 그곳을 찾아간 이유는 토박이 사람들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혼을 담기 위해서라고.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7만여 컷을 찍고 140여 점 사진을 실었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제목으로 살펴보고 구절을 옮겨봅니다.
칼데라의 아침,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 땅에 대한 믿음으로, 하늘 호수의 고기잡이, 찻잎을 따는 이마스, 강의 품에 안겨서, 맨몸으로 세운 항구, 구름이 머무는 마을, 아프간 난민촌 소녀의 꿈, 공동 우물에서 생명수를 긷다, 코너에 몰린 생의 아이들, 한 뼘의 땅을 만들기 위해, 열일곱 살 엄마, 노을빛에 몸을 씻고, 노래하는 호수, 꽃다운 노동, 구도자의 밥, 오리와 소녀의 행복한 산책, 나 이제 강을 건너가려네, 세상에 한 장뿐인 지도를 따라, 인디고 블루 하우스, 물 항아리 머리에 인 여인의 걸음, 달 호수에 슬픔을 띄운다, 타르초의 노래, 나는 짬빠를 먹는다, 밥과 영혼 등등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나무 열매도 산나물도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눈부신 태양도 샘물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다 공짜다.”


#박노해 #티베트 #파키스탄 #다른길 #사진에세이 #영혼 #카메라와만년필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

 최민식 ∣ 로도스 ∣ 2012년 ∣ 248쪽

저자는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1세대 사진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본 사진 중 하나가 최민식 작가의 작품입니다. 인간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할 수 있는지 놀랄 따름입니다. 그는 단순한 인물사진 작가가 아닙니다. 삶을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입니다. 그는 삶의 현장에서 인물을 만났고, 연출해서 인물을 찍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삶을 담은 것입니다. 시대의 증언입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진실함이 묻어나고 어떤 예술작품보다 힘이 있습니다.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낙네들의 지친 모습, 꾸밈없이 낯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 시장바닥에서 잠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의 모습 등을 보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풀어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은 글들이 많습니다.
진실한 인간의 삶, 사람으로 산다는 것, 더불어 사는 삶, 새로운 인생, 삶의 진정한 의미, 창조적인 삶, 휴머니즘, 삶의 가치, 삶은 희망이다, 나의 인생, 사랑의 의미, 자유의 소중함, 부자와 빈자, 엄청난 가난의 체험, 진실, 아 쓰라린 진실!, 차가운 현실의 길 위에서, 가난한 소녀, 한 권의 책, 나의 서재, 책이 가득한 방, 책이 스승이다, 독서 인생, 독서 없는 한국인, 예술과 인생, 예술가의 고독, 사진은 삶이다
그는 자신의 사진에 대해 말했습니다. “나에게 있어 사진창작은 민중의 삶의 문제를 의식하는 것, 민중의 참상을 기록하여 사람들에게 인권의 존엄성을 호소하고 권력의 부정을 고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현실이 가진 구조적 모순을 알리기 위해서는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사랑이 먼저 사진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휴먼 #다큐멘터리스트 #최민식 #휴머니즘 #인간사진 #민중 #서민



『잘 찍은 사진 한장』

윤광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 264쪽


사진 찍는 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마음으로 다가서는 책은 드뭅니다. 기술을 보여주는 실용서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사진을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책입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많이 찍고 많이 보아라.‘라고 답합니다. 사진은 일단 많이 찍다 보면 방법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을 하고 찍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도 그건 기본입니다. 또 많이 보면 어떻게 찍을 수 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기술 부족으로 잘 찍은 사진처럼 찍을 순 없지만 많이 찍다 보면 기술은 조금씩 늘어납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작고 소박하지만 자신이 관심있는 대상부터 찍으라고 말합니다. 사진 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이번 개정판은 10년 세월을 반영하여, 필름 카메라 중심으로 말하던 것을 디지털 카메라 중심으로 전환했고, 사진도 전면 교체했습니다.
책에는 사진 감상이 필요한 이유, 사진 잘 찍는 지름길, 눈과 렌즈의 차이, 촬영 대상을 찾는 법, 카메라 성능, 사진 찍는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는 것, 카메라 선택의 기준, 찍는 사진 즐기는 법, 생동감 있는 사진 찍는 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진찍기 #사진한장 #사진찍는법 #사진감상 #디지털카메라


주상태

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60+책의해 홈페이지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운로드, 인쇄, 복사, 공유, 수정, 변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처(60book.net)를 밝혀야 합니다. (CC BY-NC-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