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은 고전만큼 읽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철학책을 읽다 보면 삶이 달리 보이기도 하고, 삶의 무기가 되기도 한답니다. 퇴직한 선배에게 철학책을 권했는데, 선배는 이젠 쉬운 책만 읽겠다고 했습니다. 철학책이 어려운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쉽게 쓴 철학책도 있습니다. 삶과 연결하여 쓴 철학책도 나와 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4권을 골랐습니다. 책을 살피다가 당기는 내용이 있으면 파고들어도 좋습니다.
『철학이 된 엉뚱한 생각들』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지음, 김기철 옮김 ∣ 원더박스 ∣ 2014년 ∣ 124쪽
철학은 일상생활과 무관하지 않으며, 철학이야말로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 접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어려운 철학을 만화로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생각한다는 건 도대체 뭘까?”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하나씩 풀어갑니다. 일상생활과 연결합니다. 가령 생각을 관찰, 연결, 결론 세 가지로 구분하면서, ’해가 떴다‘ ’해는 따뜻하다‘ 그래서 ’오늘은 반바지를 입어야지‘로 설명합니다. 그림과 함께.
서양철학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크라테스 생애를 종알종알 이야기하고 대표적인 문답법을 실제 생활을 바탕으로 예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그렇게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중세철학과 중세 이후 철학인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로 이어집니다. 서양철학에 쉽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 524쪽
이 책은 우리 삶 속에서 철학을 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줍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에 대해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은 다른 과목과는 다르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우리에겐 지혜가 항상 필요하지만, 삶의 단계마다 필요한 지혜가 다릅니다. 지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에서 시작해서,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몽테뉴처럼 죽는 법‘까지 14가지입니다. 저자는 철학자에게서 배울 점을 말하면서 수다를 떱니다. 문장들이 가슴에 박힙니다.
“마르쿠스는 스스로에게 생각을 그만두고 행동에 나서라고 누차 촉구한다. 좋은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관둬라. 좋은 사람이 되어라. 철학과 철학을 논하는 것의 차이는 와인을 마시는 것과 와인을 논하는 것의 차이와 같다. 수년에 걸쳐 철저하게 연구하는 것보다 좋은 피노누아를 한 모금 마시는 것이 와인의 생산연도별 특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명백한 것은 좀처럼 질문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간과가 실수라고 생각했다. 명백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더 시급하게 물어야 한다.” “소로에게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소로는 느끼지 않고는 보지 못했다. 어떻게 느끼느냐가 어떻게 보느냐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결정했다. 소로에게 보는 것은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상호적인 행위였다.” “에피쿠로스는 (…) 올바른 마음가짐만 갖춘다면 아주 적은 양의 치즈만으로도 소박한 식사를 성대한 만찬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에피쿠로스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쾌락은 더 증가할 수 없으며 그저 다양해질 뿐이라고 생각했다. (…) 에피쿠로스 철학은 수용의 철학이자, 감사의 철학이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 사계절 ∣ 2010년 ∣ 348쪽
대중 철학강연으로 유명한 저자는 정직한 인문정신을 강조하며,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것은 일시불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 반면 자기최면과 위로에 빠진다는 것은 할부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라며, “일시불로 정직하고 솔직하게 고통을 겪어내자. 그러면 남은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우리에게 덤으로 남겨질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니체, 원효,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스피노자 등 철학자들의 책을 불러냅니다. 그 책들을 통해 삶을 솔직하게 맞이하고 자신의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말합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는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 <습관에 대하여>, <분서>, <존재와 시간>등에 대해 말하며, ‘나와 너의 사이’에서는 <실천이성비판>, <시간과 타자>, <논어>, <존재와 무>, ‘나, 너, 우리를 위한 철학>에서는 <웃음>, <도덕경>, <윤리학>, <법철학> 등이 나옵니다. 저자는 거리의 철학자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난 경험을 잘 반영한 이야기를 합니다.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 254쪽
“철학은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단 하나의 지식이나 정보도 달리 보게 만드는 일깨움이라는 것 말이다. 나는 철학이 ’박식함‘에 있지 않고 ’일깨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 철학은 다르게 느끼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며 결국 다르게 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가난한 이들이 껴안을 수 있는 철학이며, 가난한 이들이 철학자에게 선사하는 철학에 대한 좋은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가난한 이들도 철학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장애인, 재소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 곁에서 철학을 해온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입니다. 이 책은 철학으로 개인이나 사회가 어떻게 삶을 바꿔야 할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깨달음은 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라고. 그밖에도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저항하는 존재는 말소되지 않는다’ 등의 제목으로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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