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예찬 –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경이로운 도구, 연필 –

 

흑연과 점토의 혼합물을 구워 만든 가느다란 심을 속에 넣고, 겉은 나무로 둘러싸서 만듭니다. 1565년에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가장 처음 손에 쥐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이것은 바로 ‘연필’입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도구가 또 있을까요? 종이에 무언가를 써내려갈 때, 사각사각 소리가 기분 좋은, 누구나 관련된 추억 하나쯤 있는 도구, ‘연필’에 대한 책 3권을 소개해 드립니다.



『연필-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 608쪽

6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툼함에 먼저 압도당하는 책으로 ‘연필’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확인되는 책입니다. 세계적인 공학자로, 일상 속 사물들의 역사와 공학적 의미, 디자인의 유래를 치밀하게 추적한 책을 여러 권 써낸 헨리 페트로스키의 책입니다. 연필의 탄생, 발전 과정, 산업적 배경 등 연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으로 연필 수집가들, 연필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고전이기도 합니다. 책상 위에 하나쯤은 놓여있고, 세상에 수많은 필기구가 등장하고 심지어는 전자식 필기구까지 발명된 지금까지도 학교에서나 문방구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연필. 연필이 없었다면 화가, 건축가, 목수, 사무직 노동자 등은 업무를 진행하기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지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연필. 수많은 새로운 필기도구들이 나온다고 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도구, 연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읽어보세요.
“작고 값싸지만 막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고,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인 연필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진정 소우주의 세계이다. 우리는 연필에서 단순성과 동시에 복잡성을 찾으려 하고 있으며, 또 실제로 그것을 확인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가 우리가 손에 쥐기 좋아하며, 종이에 눌러 쓰면서 끄적거려보기도 하고, 손가락 사이에 끼워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면서 접착 부분을 살펴보거나 결점을 찾기도 하는 매우 친밀한 물건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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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태재, 재수, 김혜원, 최고요, 김은경, 한수희, 김겨울, 펜크래프트, 흑심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 196쪽

연필하면 떠오르는 노란 색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책으로 표지뿐 아니라 내용도 노란색 종이로 되어있어 재미있습니다. 컴퓨터 키보드, 스마트폰과 더 익숙한 세대인 젊은 창작자들이 연필을 쓰는 이유에 대해 담은 책입니다. 시인, 만화가, 작가, 콘텐츠 제작자 등 총 9명의 젊은 창작자들이 각자 왜 연필을 사랑하고, 연필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지에 대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모아놓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연필을 찾아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게 됩니다.
“연필로 사각사각 글씨를 쓰는 동안에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저 쓰는 행위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다 필사라는 걸 알게 되고, 매일 밤마다 좋아하는 소설의 문장을 베껴 쓰는 일이 삶의 낙이 되었다. 좋은 문장을 연필로 베껴 쓰고 있노라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느낌이 들었고, 줄어드는 연필과는 반대로 늘어나는 노트를 바라보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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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지음, 정은주 옮김 | 프로파간다 | 2013년 | 236쪽

제목 그대로 ‘연필 깎기’에 대해 알려주는 책입니다. 만화가이자 연필 깎기 장인인 데이비드 리스가 가장 완벽하게 연필을 깎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작가에게서 연필을 깎아주는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증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당황스러우면서 재미있습니다. 연필 깎는 게 책으로 편찬될 만큼의 내용이 나올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읽으면서 작가의 장인 정신에 감탄했습니다. 주머니칼,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 다구형 연필깎이,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 등 연필을 깎는 데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들이 나열되어 있고, 각각의 도구를 이용해 경건한 자세로 연필을 깎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를 ‘최고의 HB 연필 깎기 장인’ 이라고 지칭하는 작가를 보며 나는 과연 어느 분야의 장인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타협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완벽성은 오직 마음가짐과 노력의 완벽성뿐이다. 능력이 닿는 한 최고의 연필 깎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 적절히 대책을 세워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따졌을 때 다른 모든 부분은 용서될 것이라 확신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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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사서

도서관 인생 16년.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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