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사전은 아닙니다. 그건 거칠어서 싫습니다. 조금 달달하게 만든 책입니다. 사탕처럼 빨아 입속에서 계속 맴돌게 하고 싶은 책. 사실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읽고 읊조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말을 모아놓은 책을 소개합니다.
『우리말은 재미있다』
장승욱 ∣ 하늘연못 ∣ 467쪽 ∣ 2009년
저자는 토박이로만 된 시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대학 시절 사전을 뒤지며 낱말을 모으기 시작했고, 시인들과 만나면서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해 배웠습니다.
저자가 갈무리해 두고 싶은 우리말 중 끌리는 말들입니다.
“가리, 가시버시, 가위손, 가윗밥, 갈매기살, 강울음, 거덜, 거스러미, 고래실, 고섶, 고샅, 까치놀, 눈구석, 눈시울, 대거리, 몽짜, 바람아래, 발허리, 부닐다, 비꽃, 삐리, 사시랑이, 살품, 서돌, 설대, 설레발, 섭돌, 슴베, 손겪이, 소록소록, 씻김굿, 안다미로, 얄개, 언덕밥, 줄거리, 주먹치기, 종작없다……”
그는 ‘우리말은 힘이며 밥이며 숨이며 사랑이며 꺼지지 않는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생소한 말들이지만 밥을 먹는 것처럼 우리말을 살펴봅니다. “대궁밥과 밀푸러기” “사로잠과 두매한짝” “미움바치와 윤똑똑이” ”든난벌과 도랑치마“ “잡도리와 고수련” ”비갈망과 동두레기“ “말가리와 모지랑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낯익은 낱말도 있습니다. “손뼉, 뾰루지, 짱구, 두루치기, 치렁치렁, 좀팽이, 꽃잠, 곯아떨어지다, 여닫이, 뒷바라지, 바리데기, 웅숭깊다, 궂은비, 함박눈, 이삭, 우듬지, 오글보글, 모꼬지, 지질하다, 이판사판, 오솔길” 등입니다. ‘이판사판’의 경우,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이란 뜻인데, 쓰이는 예로 선거철이 되니 온갖 파렴치한 인물들이 다 나서서, 아직 구린내도 다 가시지 않은 어색한 웃음을 헤프게 날리고 있어 보는 이를 역겹게 하고 있다는 것. 인터넷 신문 기사 “이판사판, 아니 영락없는 개판이다.”도 소개합니다. 한편 밥에 대한 말들을 살펴보면, 임금이 먹는 밥은 수라, 양반이나 윗사람이 먹는 밥은 진지, 하인이나 종이 먹는 밥은 입시, 귀신이 먹는 밥은 메라고 부르고, 강다짐처럼 반찬 없이 먹는 밥은 매나니, 꽁보리밥은 두 번 삶는다고 해서 곱삶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 눈칫밥, 드난밥, 기승밥, 새참이라고 하는 사잇밥, 야식인 밤밥, 교도소에서 먹는 콩밥과 비슷한 구메밥 등 끝이 없습니다.
『우리말은 서럽다』
김수업 ∣ 휴머니스트 ∣ 288쪽 ∣ 2012년
저자는 우리말을 살리는 일에 한평생을 바쳤는데, 아직도 우리말을 헷갈려 쓰고 있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낱말 중 80개를 가려 뽑아 속뜻과 속살을 밝힙니다. 그는 지배층이 뒤섞어 쓰는 중국말은 높고 값진 말이고 백성들이 쓰는 토박이말은 하찮은 말이라는 생각이 굳어진 것에 가슴 아파합니다. ‘가시버시의 경우, 국어사전에는 “‘부부’를 속되게 이르는 말,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는데, 잘못 풀이한 것이라고. 이유는 국어사전이나 국어교사가 점잖은 말이니 부지런히 익혀 쓰라고 가르치는 낱말은 모조리 중국서 들여온 한자말이고, 속되고 낮잡고 상스러운 말이니 쓰지 말고 버리라는 낱말은 한결같이 우리 겨레가 만들어 쓰는 토박이말이기 때문이라고. ‘똥’은 상스럽지만 ‘분’은 점잖고, ‘달걀은 상스럽지만 ’계란‘은 점잖고, ’어버이‘는 상스럽지만 ’부모‘는 점잖다고. ’가시버시‘는 ’가시‘와 ’버시‘가 어우러진 말입니다. ’가시‘는 요즘 말로 ’아내‘고 ’버시‘는 ’벗하여‘ ’벗 삼아‘와 아주 같습니다. 결국 ’가시버시‘는 ’각시를 벗하여‘, 더 들어가면 ’남편이 아내와 둘이서만 정답게‘라는 뜻이라고. 저자가 밝힌 낱말 일부만 소개합니다. ‘값’과 ‘삯’에서, ‘값’은 남이 가진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가 내놓는 값어치고, ‘삯‘은 무엇을 얼마간 빌려 쓰는 데 내놓는 값어치라고 하며, ‘개울’과 ‘시내’는 이렇게 풀이합니다. 가파른 뫼에 내린 비가 골짜기로 모여 내려오면 그것을 ‘도랑’ 도랑이 흘러서 저들끼리 여럿이 모여 부쩍 자라면 그것을 ‘개울’, 개울이 부지런히 흘러 여럿이 함께 모이면 ‘개천’이라고, 즉 도랑에서 개울, 개울에서 실개천, 실개천에서 개천, 개천에서 시내, 시내에서 내, 내에서 가람, 가람에서 바다에 이른다고. 또, 좋다는 느낌이 마음 깊은 데서 몸으로 밀고 나오면 ‘기쁘다’고, 좋다는 느낌이 몸에서 마음으로 밀고 들어오면 ‘즐겁다’고 설명하고, ‘누다’는 똥이든 오줌이든 스스로 잘 다스려서 내보내는 것이고,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그냥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밖에 도 잘못 알고 있는 낱말들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말 선물』
조현용 ∣ 마리북스 ∣ 296쪽 ∣ 2016년
저자는 우리말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그대로 담겨 있어서 보물이고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공기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듯이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낱말을 아름답게 설명합니다.
‘나에게 주는 큰 선물’로 “사랑, 아름답다, 외로움, 일, 시간, 재미, 궁금증, 쉬다”라는 낱말에서 ‘설렘과 기다림’을 주는 낱말 “내일, 취미, 여행, 마중, 위기, 기억, 청혼, 액땜, 행운”까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랑은 ‘너를 생각한다’는 뜻인데, 옛날에는 ‘사랑하다’는 ‘생각하다’는 의미인데, 사랑하면 그 사람 생각이 계속 나게 마련이라고. 아름답다는 ‘나답고 자기답다’는 뜻인데, 우리 옛말에서 ‘아름’이라는 말은 ‘나, 개인’이라는 의미였다고. 결국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 사람답다, 나답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의 생각에는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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