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배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다녔던 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와 작가를 태어나게 했던 공간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소설가, 라디오 작가,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풀어 놓은 작품과 공간 이야기를 즐기시고 시간 나시면 떠나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걷다』
조갑상 ∣ 산지니 ∣ 304쪽 ∣ 2017년
소설가인 저자가 소설 속 인물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면서 작가들의 생각들을 곱씹으며 작품의 무대를 복원해보고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살피는 여행을 했던 이유는 자신이 살았던 부산 동구를 추억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소설이 문학양식 중에서 현실세계와 가장 많이 닮아 있다하더라도 소설 속의 인물이 경험했던 공간이 우리가 사는 현실공간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소설은 현실을 빌려 작가의 의도에 따라 구축한 또 하나의 완결된 세계이기에 둘 사이를 직접적으로 겹쳐”보아서도 안되지만, “소설 속의 공간과 장소는 우리들에게 지금 여기에서의 일상적 경험의 차원을 떠나 지난 시간을 살았던 이들의 삶과 고뇌에 찬 영혼들의 속삭임”을 전해 준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중앙동 부산우체국 사거리는 소설 <만세전>의 삼일운동이 일어나기 전 조선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가 된다고.
항구도시 부산은 급격하게 기억의 공간을 무너뜨리며 성장했는데, 이런 공간이 없다면 지나간 시간도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온천장에 오래 사셨던 이주홍은 금강공원 입구에서 늘비했던 뺑뺑이 돌리기 등 허술한 장사 업종들을 <선도원일지>에서 잘 보여주고 있고, 남산동에 생가가 있는 요산 김정한은 사실주의 작가답게 작품의 배경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묘사하면서 실제명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범어사는 <사하촌>의 배경이고, 을숙도는 <모래톱이야기> 등이라고. 구포시장, 광복로, 해운대, 일광, 온천장, 영도 등 부산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소설, 여행이 되다』
이시목 외 9인 ∣ 글누림 ∣ 260쪽 ∣ 2017년
이 책은 “문학과 함께 시간의 틈을 찾아 나선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와 작가를 태어나게 한 공간을 찾아 떠났습니다. “작가의 문학적 유산이 남아 있는 곳과 작품 속에 드러난 공간을 작품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눈으로 볼 수 있는 흔적이 많은 곳,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많이 준 장소와 공간”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공간 현저동을 찾았습니다. “삶이란 늘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다. 스스로 박은 말뚝에 묶여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타인이 혹은 시대가 박은 말뚝에 상처 입기도 한다. 박완서의 가슴엔 박힌 말뚝이 유난히 많았다. 쉬이 빠지지 않던 그 응어리들이 그녀를 작가로 키웠고, 그 응어리를 털어내느라 40년간 끊임없이 글을 썼다. 급기야는 죽어서까지 말뚝(묘비)과 함께 한 애달픈 삶이다. 현저동은 박완서가 유년시절 7년을 살았던 동네다. 애증이 교차하는 곳이며, 봉합되지 않은 그녀의 상처들이 아직도 신음하고 있는 곳이다.”라고 하면서, “살면서 함정에 빠진 것 같을 때, 삶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때, 그녀가 눈 똑바로 뜨고 고통에 맞짱 떴던 현저동으로 가보자.”고 합니다.
김소진의 마지막 작품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미아리 산동네라고 이야기하고, 신경림도 1970년대까지 미아리 산동네와 길음동에 살았다면서, <가난한 사랑노래>는 그곳 청춘남녀의 사랑을 축복하는 시라고 합니다. 그 밖에 성석제의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인 상주를 찾았고, 문순태 작가의 고향 등 한국 근현대 대표작가 45명을 찾아갑니다.
『소설 속을 거닐다』
김경옥 ∣ 청어람장서가 ∣ 240쪽 ∣ 2009년
저자는 여성지 기자로 시작해서 TV교양 프로그램 구성작가, 다큐멘터리 작가를 거쳐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보다는 글을 읽는 게 더 쉽고 즐거운 게 사실입니다. 글 중에서도 소설에 대한 편식증이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노후에는 좋아하는 소설책을 쌓아놓고 읽으면서 살아가길 원합니다. 이 책은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소설 속 공간을 여행한 소감을 담았습니다.
칠레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 배경지는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정글입니다. “아마존 밀림의 오지 엘 이딜리오에는 오두막에서 조용히 연애소설이나 읽으며 살고 싶은 노인이 살죠. (…)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배운 뒤 그는 인디오처럼 살아갑니다. 그는 자유라는 말을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밀림에서 자신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삽니다.” 주인공은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연애소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책 속 아름다운 구절도 소개합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고독이라는 짐승에 사로잡혀 있음을 절감했다. 그것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쓸쓸한 강당에 찾아와서 하고 싶은 말을 몽땅 내뱉은 뒤에 유유히 사라지는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짐승 같았다. 그때부터 그는 어떻게 하면 책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저자는 소설 속에 나오는 16세기 말 이스탄불 거리를 긴장감과 슬픔에 젖어 정신없이 거닐었다고 하면서, 그건 행복한 방황이었고 매혹적인 배회였다고.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세밀화가의 비참한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 이름은 빨강>에 첫눈에 반한 이유 중 하나. 이 소설이 1591년 겨울, 눈으로 뒤덮인 이스탄불의 어두운 밤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살인, 욕망, 음모, 배반, 파멸 그리고 목숨을 걸 만큼 대단한 그 무엇. 이런 재료들을 절묘하게 버무리는 추리소설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보기 드물게 만나는 순수문학이라는 것. 어떤 것이 진실한 에술인가를 묻고 또 무엇이 진실한 사랑인가를 묻는 작품이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주상태
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60+책의해 홈페이지에 실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이미지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