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있는 이야기책

 

이웃은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는 관계라고 합니다. 하여 같은 마을이나 공동주택에 있기도 하고 다른 경계에 붙어 있기도 합니다.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힘들게도 합니다. 그건 서로를 받아들이는 관계에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동화와 소설 속에서 만나시길 바랍니다.



『불편한 이웃』

유승희 ∣ 책읽는곰 ∣ 2018년 ∣ 176쪽

“넌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 너만 사라져 주면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어른들의 편협한 마음을 드러낸 이 문장은 흰염소 가족을 가슴 아프게 합니다. 어쩌면 누구도 이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고라니가 외지에서 만난 흰염소와 결혼하여 고향에 정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다른 종족과 결혼해서 마을이 뒤숭숭해진 것입니다. 도시에서는 그런 일이 적지 않다고 하지만 이곳은 시골입니다. 마을 동물들이 도리에 어긋난다고 손가락질하는데도 토끼부부는 그들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토끼에게는 토돌이가 있고 고라니에게는 꽃슴이가 있는데, 꽃슴이는 길에서 주워왔습니다. 꽃슴이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으면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어른들처럼 꽃슴이와 토돌이도 친하게 지냈지만, 그때부터 토돌이는 다른 행동을 합니다. “나만 어떻게 애들하고 다르게 행동해. 그러면 나도 따돌릴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토돌이는 꽃슴이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변해갑니다. 어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토끼부부도 고라니가 찾아왔을 때, 자식만을 생각하고, 멧돼지는 ‘저 가족 때문에 우리 마을이,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꽃슴이가 학교를 조퇴하고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어차피 같이 사는 세상인데, 남들 생각에도 좀 맞춰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다들 불편해하잖아.”
이 문장처럼, 불편한 이웃이 하는 말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동화같은 결말을 기대해도 될까요? 질문을 던지는 우화같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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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 나무옆의자 ∣ 2021년 ∣ 268쪽

청파동 골목에 있는 ‘always’라는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교사로 퇴직한 70대 여성 엄영숙 여사입니다. 이야기는 기차여행 중 지갑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챘을 즈음 한 사내에게서 지갑을 주웠다는 전화를 받고 하행 기차에서 내려 서울역으로 되돌아가면서 시작됩니다. 엄여사는 사내를 만나면서 사내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집니다. 사내가 노숙자임에도 지갑을 돌려줄 때 주민번호까지 확인하는 순수한 마음이 묻어났기 때문입니다. 엄여사는 자신의 편의점으로 노숙자를 데리고 와서 도시락과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최소한의 답례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숙자는 자신의 이름과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냥 ‘독고’라고 말합니다. 엄여사는 독고씨에게 배고프면 언제든지 오라고 하지만 그는 꼭 유통기한이 지난 시간에만 와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습니다. 엄여사는 조금씩 그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엄여사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방식은 특별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 퇴직으로 가족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는 성필씨. 취업준비를 하고 있으면서 오랜 시간 알바를 하는 시현,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집 나간 남편 때문에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오선숙여사입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엄여사는 자신의 아들 민식이 편의점을 팔고 본인의 사업 자금으로 쓰자고 말하지만 편의점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편의점을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는 불편함 너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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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 민음사 ∣ 2018년 ∣ 196쪽

경기도 외곽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네 이웃이 모였습니다. 5살 정목과 3살 정협이 있는 신재강, 홍단희 부부, 6살 시율이 있는 전은오, 서요진 부부, 17개월 다림이가 있는 손상낙, 조효내 부부, 우빈과 세아 있는 고여산, 강교빈 부부입니다.
이곳은 편의시설이 없는 산속에 있는 12세대 규모 아파트인데, 외벌이가 우선이며 까다로운 입주조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도시와 떨어져 있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공동육아 문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각자 속내는 다릅니다. 출근하는 여자 대신 집안 일을 하는 남자, 육아만 전념하는 여자, 자기 일이 너무나 소중한 여자가 있습니다. 남자는 아내 대신 육아를 담당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끼기도 하고, 여자들은 이웃집 남자들의 행동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네 이웃의 식탁은 펼쳐졌습니다. 어디까지 선을 베풀어야 하고 어디까지 이웃들을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뒤뜰 식탁은 냅킨이나 컵을 집기 위해 손을 뻗을 때마다 서로의 팔꿈치가 스쳐도 개의치 않는다고 전제할 경우 어른 열여섯 명가량이 둘러앉을 수 있었으며 서로의 숨결이 닿기 직전까지 밀도를 높이면 어린이 예닐곱 명은 추가로 끼어 앉을 만 했다.“ 이어 고민하는 글들은 곳곳에 나타납니다.
“요진이 불편하고 불쾌하면 곧 그것이 선을 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요진은 가능한 한 ‘누가 봐도 이상하며 그럴듯하지 않은’ 일에 반응하고 싶었다. 해석의 방식과 범위에 따라 불쾌지수가 널뛰는 일에 낱낱이 발끈함으로써 서로에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줄 알며, 사소한 농담에 호응해 주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회인이 되는 게 바람직했다.” “꼭 이렇게 해야겠어? 이러는 거 너 정말 이해 안 가는 거 알아?”
“괜찮아요. 여기만 벗어나면 금방 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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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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