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수필 이야기 – 어떻게 사는 게 아름다운지 행복한지 마땅한지를 위하여

 

제가 수필을 읽는 이유는 ‘진솔함’ 때문입니다. 시원하게 또는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살그머니 보면 압니다. 그렇게 책장을 펼칩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삶이 살짝 묻어 있으니까요. 너무 강하게 말하면 불편할지 몰라서요. 물론 느끼는 강도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노골적이라고? 아니라고. 모르겠다고요?
‘사는 이야기’를 말한 작가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음과 영혼이 시키는 대로 살면서 글을 쓴 사람이 진정으로 사는 게 뭔지를 말하거나 그림만 그리며 살아온 화가가 자신의 삶을 글로 풀어놓았습니다.



『죽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0쪽 ∣ 2015년

<100만 번 산 고양이>로 알려진 작가가 ‘죽음’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림책 속에서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죽었지만, 다시 살아났고 정말 죽고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현실에서는 딱 한 번 죽습니다. 죽음 앞에 누구도 초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오빠와 남동생의 죽음을 보고 조금은 죽음에 익숙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초월할 수 있었을까요? 책을 읽다 보면 그 어디쯤인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는 게 훨씬 더 피곤하고 귀찮잖아.” “귀찮아도 죽는 건 무서워.”
작가는 암으로 죽음 앞에 섰습니다. 항암제도 거부하고 산송장으로 불쾌한 1년을 산다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말합니다. 가뜩이나 ‘노인이 된다는 건 장애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암 투병기가 싫다고, 암과 장렬하게 싸움을 하는 사람도 너무 싫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의 가족이 자신의 눈앞에서 여러 명이나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아픈 건 싫다고 시원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결코 시원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 아프게 다가오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와 닿는 말은 있습니다.
“일흔 전후는 딱 좋은 나이다. 아직 그럭저럭 일할 수 있고, 스스로의 뒤치다꺼리를 할 수 있다.”
스스로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신의 목숨을 결정한 철학자가 떠오릅니다.
죽는 게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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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

임경선 ∣ 위즈덤하우스 ∣ 288쪽 ∣ 2017년

이 책은 그냥 제목만 보고 골랐습니다. ‘자유’라는 것, 아니 ‘자유로울 것’이라고 강요하는 듯 아닌듯한 단어 때문입니다. 솔직히 어디선가 많이 본 작가입니다. 작가의 책이 서점에서 많이 팔렸다고. 선택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솔직함’에 두었습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에 따라 달리 태도를 보여야 살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수필이니까 솔직하다고 믿을 뿐입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자기 마음입니다. 몇 가지 글들로 나를 돌아봅니다.
작가는 자유를 “내 마음과 영혼이 시키는 일을 내 몸이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라고 말한다. 자신과 자신의 삶 사이에 모순이 없기에 맑게 살아갈 수 있다고. 그러면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면 그것은 인생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분노가 몸 안에 쌓여 아프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우울해 진다.” 고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고. 솔직해짐으로써 비난을 받거나 억누르면서 자신을 미워할 수도 있다고. 당연히 저자는 전자를 택했습니다. 가급적이라고 덧붙이고요. 그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솔직해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솔직함에 대하여, 천명관 작가를 말합니다. 인터뷰 글을 보고서. “예술가의 가난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이런 선입견이 팽배한 환경에서 천명관 작가의 언급은 냉수마찰을 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고. 그밖에도 행복과 욕망, 에세이 쓰는 법, 한결같은 사람들, 유명해지면 사람은 변하는가, 심플한 취향,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등 솔직한 글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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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날』

김보희 ∣ 마음산책 ∣ 212쪽 ∣ 2023년

인사동을 15년 이상 다녔습니다. 혼자 산책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습니다. 인사동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동 갤러리를 산책하는 것입니다. 그림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깁니다. 아무 생각 없을 때도 많습니다. 사람이 없는 공간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런 어느 날 이 책을 집었습니다. 그림이 좋았고, 제목이 좋았습니다.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당연히 화가입니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였는데, 24년간 근무하고 2003년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서귀포에는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커다란 식물원이 있다. 거의 매일 그곳을 드나들며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나무, 풀, 꽃 들을 관찰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의 식물들도 보곤 했다. 그렇다면 내가 상상하는 식물들도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졌다.”

글보다 그림에 마음을 빼앗겨 읽게 되었습니다. 화가는 칠십이 되어 첫 책을 내면서 “내 생애 첫 책을 낸다. 칠십이 되어 책을 내는 마음이 기쁘면서도 쑥스럽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전시장에서 보는 원화의 느낌을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인쇄된 그림을 찬찬히 보면서 상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고. 책 속에서 그림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야기와 함께 풀어가는 삶을 느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당‘, ’초록‘ ’바다‘ ’꽃과 씨앗‘ ’사람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화가는 자신이 느낀 대로 본대로 그리고 있다면서, 책 속 그림과 글을 통하여 사람들이 평화로운 마음을 환기했으면 좋겠다고, 이 그림산문집을 읽는 동안은 맑고 은혜로운 기운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어 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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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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