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는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만큼 늙은 사람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철학 에세이 속 잘 늙어가는 법 10가지 방법 중 ‘호기심을 잃지 말 것’에 대한 이야기에 나옵니다. 호기심이 열정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언어공부를 하면 호기심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언어 자체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닌 언어가 품고 있는 문화를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말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말 중 음식에 관한 성찰을 담은 책과 단어들이 왜 생겨났고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사연을 살펴보거나,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에 대한 책을 소개합니다.
『우리 음식의 언어』
한성우 ∣ 어크로스 ∣ 2016년 ∣ 368쪽
먹는 것은 중요합니다. 무엇을 먹느냐는 것은 어떻게 사느냐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요리책이 아닌 삶에 관한 책입니다. ‘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음식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햅쌀에 담긴 비밀‘, ’집밥‘, ’식구 없는 혼밥‘, ’덧밥‘ 그리고 서양에서 밥으로 여겨지는 ’빵‘에 관한 이야기도 넘쳐나는데, 빵의 언어학입니다. ’식빵, 건빵, 술빵‘에 대한 이야기도, ’찐빵과 호빵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식구(食口)‘라는 말에 대하여, 사전에서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라 풀이하지만, 한자만 보면 ‘먹는 입’ 정도라며, ‘가족’의 대용어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식구’라는 말의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책에는 가마솥 누룽지, 삼시 세끼와 며느리밥풀꽃에 관한 쌀과 밥에 관한 글과 찐빵과 호빵, 식빵, 건빵, 술빵 등 빵에 관한 글과, 라면, 라몐, 라멘, 국수, 짜장면, 중면, 쫄면 등 면에 대한 이야기와 풍성귀, 국물, 양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끝으로 삶과 관계있는 본문을 옮겨 봅니다. “‘먹고살기 힘들다.’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마다 우리 입에서는 습관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이 말이 나오는 맥락도 그렇고, 말 자체의 뜻도 결국은 ‘살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냥 ‘살기 힘들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그 앞에 ‘먹다’를 붙이는 것이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말하거나 더 어려운 상황에서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라고 말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먹는 것’이 곧 ‘사는 것’이고 ‘사는 것’이 곧 ‘먹는 것’이다.”
『단어의 사연들』
백우진 ∣ 웨일북 ∣ 2018년 ∣ 264쪽
시간이 빌 때마다 사전에서 단어를 읽으며 쓸만한 우리말 단어를 모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에 관심이 갔다고 말하며, 저자는 우리말 단어의 사연을 4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연’, ‘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 ‘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이 그것입니다. 그중 ‘녘’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녘’ 어미의 단어는 동녘, 서녘, 남녘, 북녘, 들녘, 아랫녘, 개울녘, 해질녘, 밝을녘, 어슬녘, 저물녘 등이 있다. 이로써 ‘녘’은 방향과 지역 외에 하루 중 어떤 시기를 나타내는 데 쓰임을 알 수 있다.” 또 ‘파란색과 국방색’, ‘벼락박과 바람벽’, ‘된사람, 든사람, 난사람’ 와 ‘남산이 많은 이유’ 등 흥미로운 사연이 많습니다. 특히 ‘올망졸망’ 등 준첩어에 대한 애정이 넘쳐납니다. 돼지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돼지가 도토리에서 나왔다면서, 돼지 새끼는 새끼는 강아지·송아지·망아지처럼 돝아지였다가 도야지로 변했다고 하면서, ‘돝-도야지’에서 돝이 덜 쓰이다가, 도야지만 남아 돼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가리키는데 붙는 ‘통이’‘퉁이’ ‘뚱이’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신통이는 신통하게 구는 사람을 귀엽게 부르고, 고집통이는 고집이 센 사람이고, 괴퉁이는 꾀쟁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배퉁이는 제구실은 하지 못하면서 배가 커서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을 놀릴 때 쓰고, 새퉁이는 밉살스럽거나 경망한 짓을 하는 사람이며, 잠퉁이는 잠꾸러기 방언이며, 쟁퉁이는 잘난 체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을 놀릴 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는 한국인으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주고받았던 단어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단어를 실마리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생각을 소리에 실어내는 방식을 포착해 풀어냈습니다. 이밖에도 된사람, 든사람, 난사람, 송이버섯, 표고버섯, 검버섯 등에 관한 이야기나, 남산이 많은 이유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
조유미 ∣ 허밍버드 ∣ 2022년 ∣ 304쪽
“다정하게 말하는 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노력이다. 뼈를 깎아 만드는 결과물이다. 일상에서 큰 어려움 없이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노력한 시간이 몸에 배서 습관이 된 것이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쏟은 결과물이고, 그렇기에 ‘말’이라는 건 그 사람의 정성을 귀로 듣는 것과 같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일상에서 모은 사례를 보여줍니다. 내용은 ‘나’, ‘관계’, ‘일’, ‘마음가짐’, ‘태도’ 로 나누어집니다. 말은 우리에게 삶의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잘못 나온 말은 삶을 파괴하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는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말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줍니다.
“나는 원래 말 예쁘게 못 해”, “내 본심은 그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 “그럴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왜 그렇게 받아들여?”라는 말은 자신이 책임지지 않거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태도여서, 노력하여 제대로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책에는 ‘불쾌한 질문에는 억지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에게 완벽한 친구가 될 수는 없다’, ‘남이 나이 먹는 건 알고 내 나이 먹는 걸 모르면 안 된다’, ’타인을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등 언어생활에 대한 필요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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