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어느새 한 해의 절반 : 삶의 감사함

 

새로운 한 해의 시작으로 설레고 분주하던 시간이 흘러, 한 해의 절반 지점인 6월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2023년, 무엇을 꿈꾸고 기대하셨나요? 절반이 지나가고, 절반이 남은 6월, 머리를 스치는 생각과 가슴에 맴도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아쉬움, 미련, 후회는 떠나보내고,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선물 같은 그림책을 몇 권을 소개합니다.



『오늘 상회』

한라경 글. 김유진그림|노란상상|2021년|44쪽

깊은 산 속, 짙푸른 어둠 속에서 노란 불빛이 반짝이는 집이 한 채 보입니다. ‘오늘상회’라는 제목과 표지그림에 이끌려 책장을 넘겨봅니다. 창문가에 새워진 병과 노란 나비가 본문의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합니다.
오늘상회의 주인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각자의 이름이 적힌 병을 건넵니다. 새하얀 머리의 할머니도 오늘상회에서 ‘오늘’을 사갑니다. 꼬마, 중고등학생, 성인, 결혼, 양육의 시기를 거쳐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오늘’을 보내고, 눈가와 이마에도 그동안의 오늘이 쌓였습니다. 늘 함께하던 사람의 오늘이 사라지는 것을 겪어내기도 하며, 다시금 할머니의 소중한 ‘오늘’을 살아냅니다.
‘여전히 소중한 오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주인이 할머니에게 오늘을 내밀며 한 말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떤가요? 2023년 6월, 소중한 당신의 오늘. 작은 병에 담긴 ‘오늘’을 마시면 감사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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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지우 글.그림|김세실 옮김|달그림|2019년|48쪽


초록빛과 연두빛 그 중간쯤의 색깔, 하단에 검은 줄 3개가 나란히 그려진 일명 이태리 타올로 때를 벗겨 본 경험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책표지를 넘기며 추억에 빠지게 됩니다. 책 표지의 질감 또한 적당히 거칠어서 때타올을 손에 끼운 듯합니다. ‘누구나 다 때가 있다’라는 첫 문장은 우리를 기다렸듯이 맞이합니다.
 
은발 곱슬머리에 여유로운 체격의 여인이 등장하며, 책장을 넘길수록 때타올과 여인의 서사가 깊어집니다. 씩씩 쓱쓱, 싹싹 썩썩 때를 밀어냅니다. 책의 중반부 이후 ‘보이지 않아도 다 때가 있어. 누구나 때가 있지.’라는 문장은 마음 한구석에 심심한 위안이 됩니다. 더러운 때가 묻어서 씻어내고 싶은 마음도, 소중한 ‘때’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토닥이게 됩니다. 《때》라는 그림책의 그림에서는 때타올이 그려져 있지만, ‘때’라는 단어는 피부의 분비물 이외에도 자신의 “때”라는 의미를 품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책의 후반부 목욕탕 굴뚝 연기에서 피어나는 ‘다 때가 있어’라는 문장은 목욕 후에 느껴지는 개운함처럼 마음을 토닥여줍니다.
여러분의 때는 언제일까요? 쓱쓱 싹싹…오늘도 때를 밀며,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지혜를 얻습니다. 2023년 6월, 나의 때를 만나기 위해 책을 펼쳐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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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이정록 글. 김유경 그림|킨더랜드|2021년|40쪽

인천차이나타운에서 볼 수 있는 홍등과 빨간 옷을 입은 주방장은 우리를 ‘만리장성’이라는 중국집으로 안내합니다. 빨간 지붕의 2층 가옥 중국집에 ‘만리장성’이라는 큰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만리장성의 주방은 아빠, 배달은 엄마가 담당하고 있으며, 유치원을 다니는 주인공 ‘장영재’는 한글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영재의 할머니 ‘김끝순’ 님도 한글학교를 다니며 한글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한글 박사가 되고 싶은 꿈을 못다 이루고, 하늘나라로 떠나게 됩니다. 할머니가 다니던 한글학교의 졸업식 날, 주방장인 영재 아버지는 비록 할머니는 안 계시지만 동네 주민들을 초대하여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만리장성’ 가게의 간판이 거꾸로 달려있습니다. 옥상 바닥에도 야광페인트로 ‘만리장성’을 적어놨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됩니다.)
‘김끝순’님의 꿈은 꺾이지 않고, 하늘나라에서도 만리장성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만리장성은 어디에 있나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삶 그리고 꿈, 잠시 멈추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만리장성 #이정록 #김유경 #꿈 #벤치 #어른그림책


『하루살이가 만난 내일』

나현정 글,그림|글로연|2023년|50쪽

‘하루살이가 만나는 내일’이라는 제목은 하루살이가 어떻게 내일을 만날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하얀 눈이 내린 산등성이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붉은색과 하루살이가 날아가는 하늘색의 파란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표지그림은 내일에 대한 희망과 설렘을 느끼게 합니다.
내일을 만날 수 없는 하루살이가 만나는 내일! 허물을 벗고 나온 하루살이는 꽃과 새, 노인, 금붕어 등을 만나며, 내일을 찾아다닙니다. 바다에 도착한 하루살이는 물결에게 내일이 어디에 있는지 묻습니다.
‘내일은 넘실대는 파도에 있지. 늘 새로운 빛으로 일렁이지.’
책을 읽고 있는 소녀, 책 속에 사는 애벌레, 눈길, 늑대, 임산부, 고양이, 눈밭의 꽃을 만나며, 내일을 찾고 있습니다. 하루살이는 흩날리는 수많은 눈송이를 보며, 자신만의 내일을 깨닫습니다.
하루살이가 되어 나만의 오늘을 즐기며, 나만의 내일을 만나게 해주는 책입니다. 당신의 오늘과 내일을 응원하며, 살포시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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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그림책 연구모임

어른그림책연구모임 – 황희진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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