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다.“ 이런 표현을 쓰다가 마음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다. 생각이 마음인가? 아니면 내 감정이 마음인가? 아마 마음은 생각, 감정, 느낌 등 아주 여러 가지의 총합이리라.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고,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생각하지만 정작 내 마음인데도 내가 다스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지옥 같아 헤매 때, 어찌해야 하나 막막하다가도 문득 들어온 생각으로 그 지옥을 벗어난 경험은,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문득 든 생각이 과연 내가 만든 생각인지 궁금하다. 힘든 마음에 찾아 읽은 책이다.
1. 『참선 1』
테오도르 준 박 ∣ 나무의 마음 ∣ 2019년 ∣ 399쪽
“마음이 속상할 때는 몸으로 가라” 책 첫 장의 문구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하버드를 다녔던 글쓴이가 절박해서 찾은 것이 한국의 송담 스님이었고, 30년 수행한 자신의 이야기와 깨달음을 옮긴 글이다. 그런 그가 이제 환속해서 일상에서의 구도로, 참선을 이야기한다.
책의 시작은 한국어도 못하던 재미동포 22살 청년이 귀걸이를 하고 찾아간 산에서 머리를깎고, 스승의 가르침을 나침반으로 삼아 수행의 길을 들어서는 이야기다. 나는 가끔 운명적 갈림길에서 막중한 선택을 과연 자신이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귀걸이를 빼고 머리를 밀면서 머문 그곳에서 긴 수행을 한 것, 그리고 수행을 멈추고 환속을 하고, 또 참선을 소재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낸 것이 과연 오롯이 저자의 선택과 의지였을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한들 그 시킴이 과연 자신일까? 이런 의심이다. 하지만 그가 낯선 문화에 적응하면서 30년 넘게 구도자로 갈구했던 성장은 결국 그가 이겨내고 해낸 과정임은 틀림없다.
책의 후반부는 일상에의 참선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글쓴이는 참선의 궁극적 목적이 습관, 특히 파괴적 습관이나 중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라 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자유의 다른 모습’이라 했다. 그가 익숙한 미국 청년에서 낯선 환산 스님으로, 그리고 익숙한 환산 스님에서 세속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그는 자유로움을 갈구한 것이리라. ‘깨달음’은 순간의 끝에 다다르는 경지라는 문구도 내 마음으로 들어와 가슴을 친다. ‘대개의 감정이 먼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 했다. 감정이 이미 작동을 하면 따라잡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마음이 속상할 때, 몸으로 가라고 한다, 몸을 집중해서 마음의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면 이 참선의 방법을 따라 하고 싶다.
2. 『세도나 마음혁명』
레스터 레븐슨 ∣ 샘 앤 파커스 ∣ 2016년 ∣ 312쪽
부와 명성까지 가진 젊은 레스터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지만 좌절하지 않고 내면을 탐구해서 깨달음을 얻는다. 현재 이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수용하는 마음 연습, 그 과정에서 겪는 성스러운 느낌들을 파고드는 수행 법인 “릴리성 테크닉”으로 그는 건강과 내적 평화를 얻는다. 그 후 그가 애리조나 세도나에 명상센터를 짓고, 그가 발견한 구체적으로 포괄적 흘려버리기를 전파한다. 이 책은 세도나 메서드의 창시자의 이야기와 그가 안내하는 7주간의 마음 여행이다. 그의 뜻을 이어받아 세도나 트레이닝 협회를 설립한 헤일 도스킨이 친구인 레스터 레븐슨의 이야기를 옮긴 글로, 7주간의 세도나 메서드 수행법을 다루고 한 주간의 노력과 결과를 하루하루 적어가도록 구성했다.
‘사랑받을 때 보다 사랑할 때 더 행복했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낼 능력이 내 안에 있다“라는 등의 레스터 레븐슨의 이야기는 자칫 성공을 갈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매진하라는 자기 계발의 문구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실제 그가 세운 명상센터의 현실적 성공과도 연관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하지만 이 책을 찬찬하게 읽으면 그의 말의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내적 평화를 얻고 깨달음을 갈구하고자 책을 펴는 사람들에게 “첫 번째 스승은 비참함이다. 우리로 하여금 탈출구를 찾게 하는 원인 제공이며 지류를 향한 갈망이 열쇠라고” 말한다. 비참함이 없었다면 지속적이고 강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대답을 얻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가장 비참하고 지류를 향한 갈망이 간절하여 읽고 또 읽어본다.
움켜쥐고 있어서 힘들다는 말도 있다. 놓아버리라고 그러면 나을 거라고… . 하지만 놓아버릴 수 없는 것은 어찌해야 하나? 그 생각을 놓아버리면 되는 것일까? 그럴 수 없다든지 안된다든지 이런 건 없다는 생각을 하면 될까? 복잡하고 뒤엉켜 있는 마음을, 말이나 더더욱 모자라는 표현 능력인 글로 나타낸다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그래서 입을 다물게 되고, 글도 쓰지 못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러면 의문이 든다. 지속적으로 드는 생각은 마음(?)이 되나? 결국 나의 선택은 내가 한 생각에서 비롯된 내 마음이 해낸 일일까? 그러다가도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가 않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 하는 일일까? 의문을 던진다. 세상 이치가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니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차라리 좋을 것 같다.
삶이 분명하듯 죽음도 분명한데 우린 삶만 경험하고 죽은 자는 말이 없어, 죽음에 대해서는 불안과 거부의 감정이 크다. 모르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눈 감고 싶은 마음이리라. 그래서 영적인 세계는 각자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하지만 그 세계를 직면해야 할 때가 왔을 때, 이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본성을 발견하고 내적 행복을 열기를 갈망한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제임스 도티 ∣ MAGIG SHOP ∣ 2016년 ∣ 324쪽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쓴 책을 자기개발서라 한다. 책을 읽는 이유야 많지만 어떤 문제에 직면해 스스로 풀고자 하는 욕구로 책을 읽는 경우 자기개발서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스토리가 단단한 자기개발서이다. 자기 계발서(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재능, 슬기, 능력 등을 깨우는)보다 큰 개념인 개발(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서라 칭할 수 있 책은 간혹 감동을 크게 준다.
저자이자 주인공인 짐 도티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다. 그의 환경은 너무 최악이라 그가 우연히 이웃의 루스라는 할머니를 만나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진짜 마술을 배우기 전까지 자신이 어떤 꿈을 꾸는지도 몰랐다. 그런 그가 눈속임이 아닌 뇌와 마음의 힘을 조절하여 현재의 고통을 완화하고 자신의 소망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마법을 알게 된다. 그의 이 경험이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로, 7,500만 불의 자산을 지닌 사업가로 성공하게 되는 바탕이 된다. 하지만 가난과 어려운 환경을 넘어서서 의사가 되고 사업가로 성공한 뒤 그는 루스의 가르침을 잊고 방탕하게 살다 크게 무너진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 마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진정한 성장은 그 뒤의 일이다.
도티는 깨달음을 갈구했고, 그를 알아본 루스에 의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도티처럼 어려움에 처했거나 무언가 갈구하는 나 같은 독자가 이 책을 접하면 자신의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도티처럼 영적 성장은 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 책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 책의 저자는 “연민과 이타심 연구 및 교육센터(CCARE)를 창립하고 인간의 긍정적 자질인 연민, 친절, 사랑 등의 생리적 심리적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그 연구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방탄소년단 RM이 이 책을 알아보고, 이 책이 모티브가 된 그의 노래는 더 많은 이들의 영혼을 흔들었다.
나의 경우 책을 잡는 여러 경우 중 하나가 직면한 문제를 내 힘으로 헤쳐나가기 힘들 때다. 절망적이고 해답을 찾기 힘들어 본능적으로 움츠려드는데 비현실적이게 그 답이 엉뚱한 곳에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책을 만나면 보물을 얻은 기분이다. 더구나 그 저자가 실존 인물이면 세상의 이치에 접근한 것 같은 기분이다. 영적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자 쓴 책인데 내가 그런 수혜자라면 너무 멋지고 좋은 일이다. 그래서 나 같은 독자가 있기를 바라며 소개한다.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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