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좋아하시나요? 다시 동화를 읽거나 소설을 읽거나

 

무엇을 읽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어릴 적 읽었거나 제목만 기억하는 동화책을 펼치는 건 어떤가요? 아니면 예술가, 작가들이 추천하는 세계명작은요? 유년 시절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던 저자들은 두 번째 독서의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발견했다고. 한편 탐서가가 추천하는 세계명작이나 소설에 관한 에세이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스치듯 읽고 추천 책을 읽고 다시 에세이를 읽으면 독서의 즐거움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김응교 외 ∣ 반비 ∣ 2014년 ∣ 244쪽

아나운서, 동화작가, 기자, 시인, 건축가, 박물관장, 경제학자, 번역가가 동화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독서는 ‘공감’이나 ‘상상력’, ‘호기심’과 관련된 것일 거라고”, “독서가 그것들의 원형을 이룬다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에 접속하는 능력인데, 어려서는 어른들보다 그런 일을 잘 해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박물관장은 <플랜더스의 개>를 골랐습니다. 비룡소판을 읽은 뒤 다른 출판사 책을 한 권 더 읽었는데, 작은 판형이어서 내용은 축약되어 있으나 크게 훼손되진 않았고 그림은 이뻤다고 합니다.
동화작가가 <몽실언니>를 처음 만난 것은 스물아홉, 작가의 꿈을 막 키우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몽실언니>의 두 번째 독자는 자신의 어머니인데, 자신이 머리맡에 두었던 그 책을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다 읽다가 우셨는지 눈이 불어 빨겠다고 했습니다. 아나운서에게 <인어공주>는 동화보다는 백화점에 진열된 인형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아이들에게 인어공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이인 삼십대 중반의 나이인 지금, <인어공주>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남아 원작 그대로 번역된 책을 펼쳐보았다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인데도 엄마가 된, 아내가 된, 어릴 적 그토록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된 지금은 많은 구절이 다르게 읽혔다고.
<플랜더스의 개> <보리와 임금님> <비밀의 정원> <키다리 아저씨> <빨간 구두> <꿈을 찍는 사진관> 등의 작품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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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고형진 외 ∣ 소라주 ∣ 2014년 ∣ 560쪽

대학교수, 작가, 예술가 등 50인이 소설을 선정했습니다. 함께 쓴 이들은 평생 문학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으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각자 소설에 대해 생각해온 것,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모았다고. 소설은 자유 선택으로, 어떤 이는 문학사적 가치, 어떤 이는 당대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의미에, 어떤 이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관계에 주목했고, 작품의 내적 구조와 자신의 삶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진솔하게 썼다고 합니다.
한 교수는 김승옥의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두 작품이 “황폐한 현실의 상처를 끌어안은 채 그날그날의 무의미한 일상에 주저앉아 있는 60년대 우리들의 가엾은 자화상을 여실하게 포착하고 있다고 말하고, 소설가는 박범신의 <덫>이 경이로운 신천지로 자신에게 왔다고 합니다. ”스타카토로 톡톡 부러지던 간결한 문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구성, 금방이라도 종잇장을 북북 찢고 튀어나올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 속수무책으로 오감에 소름을 돋게 하는 감각적인 언어들…..“때문이라고. 어떤 교수는 문순태의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를 단지 노년 소설의 수작(秀作)에 머무르지 않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머문 이유로 ”화자인 ‘나’의 관점에서 어머니의 삶을 부각시킵니다. 이 작품은 아들인 ‘나’의 관점으로 서술되고 있는데, 노인의 냄새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오정희의 소설이 ”햇살이 쨍쨍한 여름날에 읽어도 스산한 가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알 수 없는 슬픔에 빠져들게 했다.“고 하고, 다른 시인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멜 깁슨 주연 영화<브레이트하트>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밖에 <불의 제전> <혼불> <소라단 가는 길> <개인적인 체험> <위대한 개츠비> <만다라> <제인에어> <설국> <구운몽> 등을 최고의 소설로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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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김연수 외 ∣ 문학동네 ∣ 2018년 ∣ 824쪽

도정일 문학평론가는 나온 지 수천 년 수백 년 된 책들을 사람들은 지금도 읽는데, 같은 작품인데도 읽을 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고등학교 때 읽었던 소설을 10년, 20년 후에 다시 읽으면 다른 얼굴, 다른 메시지, 다른 주파수로 다가오고, 읽는 사람에 따라 반응, 수용, 해석이 다르다고. 한편 사람들이 문학작품을 읽고 또 읽는 이유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한 자력이 문학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소설가와 사회학자가 <적과 흑>을 읽었는데, 소설가는 <적과 흑> 제목이 싫었는데, 직감적으로 적과 흑으로 대변될 그 무언가에 대한 반감이 작동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다시 소설을 읽었을 때는 그가 처한 환경부터 보았다고 합니다.
사회학자는 <적과 흑>은 소설책이면서 사회책이라고 말하면서 정치적 차원의 권력투쟁이고, 사회집단적 차원 등 다섯가지 관점에서 읽었다고 말합니다. <순교자>는 시인과 소설가가 읽었는데, 시인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보편적 질문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에 한국문학이 아니라 세계문학이라고 하면서, ”<순교자>의 문제의식, 즉 누가, 무엇이, 어떻게, 왜 진실을 훼손하는가의 문제는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전쟁의 와중이 아니더라도, 특정 종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고통에서 해방되지 못한 채 구원의 서사를 갈망하는 한 <순교자>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설가는 자신에게 유령처럼 떠도는 소설이었고,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랐던 재미작가의 작품이어서 흥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읽었던 페이지를 이상하게도 반복해서 읽었는데, 이유는 인물이 쏟아내는 대사와 화자의 서술문 안에 깃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을 곱씹어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작가 #세계문학 #순교자 #적과흑 #소송 #파우스트 #안나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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