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도시

 

시간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면 호기심도 늘어나면 좋겠다. 일단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채우기 좋지 않은가. 하지만 호기심도 체력과 함께 대부분은 사그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 나이가 들어 더 왕성해진 호기심이 있다. 낯선 문화, 많이 다른 외국의 도시들이 더 궁금하다. 어설픈 여행과 엄청난 인터넷 정보가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어설픈 여행을 보충할, 엄청나지만 정리되지 못한 인터넷 정보에 도움이 되는 책을 모아보았다.



『유럽의 도시 기행 1』

유시민 ∣ 생각의 길 ∣ 2019년 ∣ 324쪽

서문을 읽으며 이런 여행, 이런 삶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유시민을 말하는 거다. 유럽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출판사와 계약하고, 여행을 계획한 점, 그러다보니 글을 써야 했을테고,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점, 무엇보다 작가의 능력, 모두 부럽다. 능력이 출중하니(출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런 제안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좋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을 읽고나서 여행의 기록을 열심히 하지만 읽어주는 이가 없어 컴퓨터의 폴더에서만 존재하는 나의 여행 기록을 꺼내 보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여기 나오는 도시들을 다녀왔지만 작가처럼 스토리를 알지도 지식을 엮지도 못한 채, 그저 내 상념만 늘어놓거나 여행지를 단순 기록했으니 당연 폴더 속에 잠을 자야 맞다.
유럽의 도시 기행 1편에서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를 다루었다. 여행안내 책자처럼 여행 정보만이 아니라 작가의 지식이 잘 반영되어 가볍지만 흥미로운 역사책이기도 하다. 군데군데 작가의 빼어난 글솜씨는 여행 에세이로도 손색이 없다. 여행자의 느낌이 생생해서 내가 그 도시를 걷는 느낌이었다. 다녀왔다지만 무엇을 제대로 본 지 모를 초보 여행자인 내가 이 책을 읽으니 제대로 보지 못한 부분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그래서 흐려진 기억에 선명한 선을 그어 다시 가 본 듯 그 도시가 파악되기도 한다.
전체 역사적 맥락도 보이게 하지만 다소 작가의 개인적 취향도 드러내어 작가의 여행 스타일도 엿볼 수 있다. 어차피 책이란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이니 나름 그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약간의 반발이 생기기도 하면서 읽게 된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읽어 본다면, 유럽을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다. 책 속으로 유럽 도시 기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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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빌 브라이슨 ∣ 21세기 북스 ∣ 2020년 ∣ 520쪽

유럽의 도서관을 탐방할 때 영국의 런던을 갔었다. 영국 이민자였던 통역담당의 거만한 태도와 그가 보인 모순된 영국에 대한 자부심이 심히 거슬려 런던에 대한 인상이 나빴다. 런던을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영국 문학기행은 하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영국 기행을 꿈꾸어 본다.
‘영국의 영혼’을 보여준다는 이 책은 미국인 빌 브라이슨이 영국이 좋아, 장기간 머물면서 영국의 구석구석을 기행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하지만 여행책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입담이 그대로 글로 표현되어 빵빵 터지는 유쾌함 때문에 작가의 말을 듣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리 기발하고 재치있는 말을, 글로 옮길 수 있는지 또 이 말의 디테일을 살려 번역한 번역자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빌 브라이슨은 프랑스 칼레를 시작으로 도버해협을 건너, 잉글랜드 남부와 웨일스, 잉글랜드 북부를 지난다. 지역을 여행하기 시작하면 이동 경로를 그림으로 표시하고, 그 지역에 대한 특징을 넉살을 섞어 보여주며 그 표현이 너무 재미있어 읽는 내내 깔깔거리게 만든다. 스코틀랜드 최북단 존 오그로츠까지 영국 전체 구석구석을 미국인의 시선으로, 애정 어린 영국사랑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영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내 생각에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내 첫 번째 영국에 대한 인상은, 오랜 수탈의 결과를 모아 놓은 박물관에서도 자부심이 뿜뿜한 도서관에서도 영국 사람들의 거만함이 느껴져 감흥이 덜했다. 직접 체험도 때론 책을 통해 하는 간접 경험보다 더 편협할 때가 있다. 영국 사람의 특징을 말해주는 이민자가 쓴 책에서, 빌 브라이슨처럼 영국을 사랑하는 작가가 쓴 책을 읽으며, 며칠 들른 것으로 알 수 없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주는 엄청난 매력이다.
빌 브라이슨 표 여행기라는 출판사의 홍보가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가의 필력이 부럽다. 그의 유쾌함과 재치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혹시나 영국을 다소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나 같은 여행자는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한 나라를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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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과 미오의 예술 기행』

이경희 ∣ 스패너스튜디오 ∣ 2018년 ∣ 750쪽

도서관 모임 선생님들과 주제가 있는 책방을 방문하다가 예술 책을 모아 놓은 곳에서 집어들은 책이다. 만화책처럼 비닐에 꽁꽁 싸매져 있었지만 견본 책을 보고 파리의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이 있어 망설임 없이 샀다. 잘 접하지 못했던 만화책과 그림책과 예술책의 혼합형식이다.
책의 주인공인 하울과 미오는 작가 부부를 캐릭터화한 이름으로 남자 주인공은 동물로 표현해서 다소 특이했다. 두 부부는 만화가이기도 했고 애니메이션, 노블 그래픽 등 분야에서 작업하는 사람으로 관심과 시선이 조금은 남다르다. 이 책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만화에 대한 기본 이야기들은 나에겐 예술의 세계가 넓어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이 책에서 주인공 두 명은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고 그림에서 다 하지 못한 설명은 글로 표현했다.
이 책은 파리의 한 전시관에서 <카프리초스>에 실린 판화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파리의 미술관과 서점, 작은 갤러리를 탐방한다. 일정 기간 여행한 기록이 함께해서 여행책처럼 시간이 느껴지기도 한다. 홍보 글에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는 서양 근현대미술사와 20세기 새로운 예술인 유럽 만화의 궤적을 따라 여행”한다고 적혀 있고, ‘앨범’이란 불어권에서 만화책 단행본을 일컫는 용어라는 설명 등, 친절하게 처음 보고, 듣는 만화 예술의 세계를 안내한다.
출판사 홍보문구에 “이 책은 파리 여행기의 형식을 빌린, 두 세기에 걸쳐 대중예술로서 그래픽 예술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한 편, 파리 여행 시 미술관 관람과 서점 탐방에 있어 가이드가 되어줄 내용”이라고 적혀 있다. 설명보다는 한 번 봐야 단번에 이 말을 알아듣게 된다. 책 사이트에도 보통의 책보다는 안내나 리뷰도 많지 않다. 나 역시 전문 예술 서점에서 샀으니, 사보는 사람도 적지 싶다. 하지만 만화와 그래피 영역 역시 큰 예술 영역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이 곳에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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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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