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책을 읽는 이유 백 만 가지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위로 받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싶다.그렇다고 위로를 말하고 있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니다. 위로를 받는 포인트는 아주 다양하니까.위로를 본격적으로 말하고 있어도 위로는커녕 불안을 더 느낄 수 있고, 불안을 말하고 있어도 위로가 될 수 있다. 나에게 위로가 된 책들을 모아보았다.



『좋은 이별』

김형경 ∣ 사람풍경 ∣ 2012년∣ 279쪽

김형경 소설가인 이 책 저자는 심리 에세이인 <사람 풍경>으로 나에게 더 각인되어 있다. 마음이 힘들어 심리학 책 들을 찾아 읽던 시절에 만나서이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심리에세이인 이 책을 읽었을 때, 심리를 다룬 그 어떤 책 들 보다 마음 깊숙하게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은 소설이나 이야기가 있는 책을 좋아했다. 그 세계로 가면 잠시나마 내 현실을 벗어나서 일수도 있고, 그냥 다양하고도 무궁한 이야기들을 즐겼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지 소설이 읽히지 않았다. 내 복잡한 서사가 꽉 차서 글로 된 다른 이야기가 머리에 들어오지도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그냥 취향이 변했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사는 것이 바쁘다보니, 나이가 들다보니, 지어낸 이야기들이 시시해지는 줄 알았던 것 같다.
 
작가는 이 책 서문에서 상실과 애도를 책의 주제로 잡은 이유를 ‘소중한 대상을 상실한 후 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데서 개인적, 사회적 병리의 모든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마치 무거운 추를 매달은 양, 상실과 애도라는 단어가 나를 끌어당겼다. 상실의 사례로 들 때 사용한 외국 소설의 구절들은 그동안 심리학 책에서 읽어 온 실제 사례나 그 어떤 이론보다도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책 읽기가 하나의 애도 방법이라는 말도 공감을 하면서 말이다. 사례로 든 소설은 고사하고 작가의 소설도 찾아 읽을 여유는 없었지만 큰 위로가 된 책이다. 각각의 장 끝에 실천기법을 언급한 대목조차도 이 책이 주는 무게를 가볍게 하지는 않았다.


#상실 #애도 #위로 #정신분석 #병리적현상 #슬픔 #이별 #좋은이별


『참선』

테오도르 준 박∣ 나무의마음 ∣ 2019년 ∣ 399쪽

지은이를 보면서 파란 눈의 스님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불교나 특히 참선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관심조차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발간된 지 2년 정도 된 책이어서 혹시(?)하고 인터넷을 찾아봤다. 작가는 영상에서 예상과 다르게 스님이 아닌 머리가 긴 세속인이 되어, 약간 어눌한 한국어로 참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반감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책을 더 읽을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문화적으로 미국인에 더 가까운 저자가 한국의 송담 스님을 찾아 선불교에 입문하기까지 여정이 적혀 있는 앞부분에서 자신을 애정에 굶주리고 외로움에 젖어있었다고 고백한다. 미국에 살았다고 해도 한국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이름만 앍고 있었던 송담 스님을 찾아 한국에 와서 결국 스님이 된다. 그 과정이 너무도 지난하다.
 
작가의 알 수 없는 불안과 외로움이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차라리 진단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따라 행동하는 그가 그리고 그러한 불안을 다스리려는 작가의 글을 보면서 위로가 되었다. 부모를 잃은 엄청난 상실도, 어리다면 모를까 어느 정도 성인이 되면 당연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문화 속에서 성장한 나는 내 나이 서른에 엄마를 잃은 상실을 애도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불안과 외로움을 이 저자처럼 직면하지 못해 마음의 평안을 얻는 데 참 오래 걸렸다.
 
작가는 자신의 불안과 외로움을 직면하고, 참선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차리고 나 자신을 내 스스로 위로하며 매 번 환희와 안정을 찾으라 한다. 진정한 마음, 묻혀 있던 지혜를 발견하게 하는 참선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안내하게 하고 그것을 기꺼이 따르게 하라는 말이다, 아직 삶은 끝나지 않았고, 걸어야할 걸음들이 남아있다면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난 큰 위로를 받았다. 일상에서의 참선의 구체적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다. 요가에서 배운 복식호흡 정도로 인식되지만 마음의 안정을 구하는 도구 하나를 얻은 것 같다.


#참선 #선불교 #승려 #수줍음 #도피 #위로 #포기 #묵언수행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최은희 ∣ 낮은산 ∣ 2013년 ∣ 239쪽


그림책을 활용하여 내 수업을 하고 싶어 그림책 관련 책들을 찾아 읽다가 이 책을 만났다.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작가를 진하게 느끼게 하는 에세이였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면의 갈등과 불안과 힘듦이 너무 절절해서, 아니 나랑 너무 흡사해서 칼처럼 글들이 가슴을 후벼 팠다. 교사로서 작가의 삶은 나를 반성하게 했고 아주 많이 행복하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권하고, 독서토의란 명목으로 같이 읽기도 했다.
 
같은 책을 읽지만 감상하는 포인트는 다 다르다. 나는 이 책에서 위로를 받았는데 어느 선생님은 책 내용이 너무 어두워서 불편하다고 반응했다. 또 소개한 그림책을 다른 관점에서 읽히고 싶다고도 했다. 더 이상 이 책으로 교사 독서를 그만둔 이유가 내가 너무 내 포인트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이다. 그러나 난 여전히 이 책을 아이를 키우며(사춘기를 지독하게 앓아) 힘들어하는 많은 부모들에게, 학교에서 행복하기를 꿈꾸는 많은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소개하는 한 권 한 권 그림책의 의미도, 그 의미에서 작가가 찾아내는 감정들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글들에서 난 위로가 되었고 힘이 났다. 그래서 작가가 소개한 그림책들은 내 수업에서 활용되었고, 다른 그림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처럼 난 책을 읽으며 내 감정을 후벼 파는 글들을 외면하지 않게 되었고, 점점 굳은살이 되어 덜 아프게 되었다. 누군가도 그리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림책 #불편한 #사춘기 #부모 #교사 #아이 #아픔

#대화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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